이영춘 시인, ‘제16회 김삿갓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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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춘 시인, ‘제16회 김삿갓문학상’ 수상

    • 입력 2020.09.02 15:19
    • 수정 2020.09.02 16:10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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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춘 시인
    이영춘 시인

    이영춘 시인이 영월문화재단이 개최하는 제16회 김삿갓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지난해 11월에 출간한 시집 ‘따뜻한 편지’다.

    김삿갓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이영춘 시인은 2일 “지조와 절개가 곧으신 선인, 그리고 당대 풍류 시인으로서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를 풍자적으로 노래하며 힘없는 자들의 설움을 대신 울어주신 서정시의 대가 김병연 선생님! 이분의 이름으로 새겨진 상을 받게 돼 참으로 기쁘다”며 “ “앞으로도 난고 김병연 선생의 혼을 이어받아 그 이름이 헛되지 않도록 더욱 정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사는 문효치 시인, 김추인 시인, 장영우 평론가가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제16회 김삿갓문학상 수상작 「수평의 힘」은 시인의 내적 성찰과 안분지족의 생활태도의 한 진경을 보여준다. 물의 표면은 작은 바람과 미동(微動)에도 반응하여 늘 흔들려 크고 작은 파장(波長)을 만든다”며 “그런데 시인은 물 표면이 고요하여 수평을 유지하도록 ‘수면 속에 물고기처럼 잠겨’ 스스로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수평(水平)은 어느 한 편으로도 기울지 않고 고루 평평한 상태로, 모든 가치와 규범의 기준이다. 물 밖 소식이 궁금하기도 하련만 수면 속에 침잠한 채 정신을 벼리는 시인의 자세는 부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한 모범이 될 만하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평창 봉평에서 출생한 이 시인은 경희대학교 국문학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 1976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시사포스의 돌’ ‘슬픈 도시락’ ‘시간의 옆구리’ ‘봉평 장날’ ‘노자의 무덤을 가다’ 등 총 18권이 있다.

    수상 경력으로는 윤동주문학상, 강원도문화상, 고산(윤선도)문학대상, 인산문학상, 대한민국향토문학상대상, 동곡문화예술상, 한국여성문학상, 유심작품상특별상, 난설헌시문학상, 천상병귀천문학대상 등이 있다.

    시상식은 오는 26일 강원도 영월 김삿갓문학관에서 열리는 제23회 김삿갓문화제 개막식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0만원이 지급된다.

    한편 김삿갓문학상 역대 수상자는 신달자 시인, 유안진 시인, 나태주 시인, 김남조 시인, 최동호 시인 등이다.

    <이영춘 시인의 수상소감 전문>

    영월의 혼, 김삿갓의 시혼詩魂을 받아   

    호수위에 설치된 ‘의암호 문인의 길’ 걷고 있었습니다. 지난 번 이곳 춘천, 수초섬을 지키려다가 아까운 목숨들이 떠내려간 그 강물 길입니다. 혼자 중얼중얼 누군가에게 원망을 하며, 휩쓸고 간 강물을 보며 풀잎처럼 나뭇잎처럼 가라앉은 목숨들을 생각했습니다. 저도 사는 게 슬퍼서 풀잎처럼 젖어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전화를 받았습니다. 김삿갓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순간, 얼굴을 감추기 위해 삿갓을 쓰고 평생 풍운아처럼 떠돌며 살았다는 난고 김병연 선생의 영상이 환영처럼 떠올랐습니다. 만나 보지도, 만나 볼 수도 없었지만 그분의 영상은 도처에서 저를 유혹하듯 달려 나왔습니다.

    스무 살에 영월 동헌에서 실시한 과시에서 자신의 조부 김익순을 비판한 글을 써서 ‘장원’을 했다는 아이러니한 사건도 오래도록 가슴에서 맴돌고 있었는데 불쑥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영월 와석리 난고 유적지에서 보았던 선생의 삿갓 쓴 모습이 언듯 언듯 보였습니다. 특히 와석리 난고 묘역 한 모퉁이에 지팡이를 짚고 홀로 서 있던 쓸쓸한 그분의 외로운 형상이 자꾸 어른거렸습니다. 특히 제 뇌리에서 맴돌고 있던 그분의 영상은 조부를 비판한 글을 썼다는 내용이 가장 크게 다가왔습니다.

    “홍경래의 난에 투항한 대역죄로 폐족이 되어 집안 하인의 도움으로 어린 시절 황해도 곡성으로 피신했다가 어머니가 숨어 살던 영월 하동 와석리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 후 영월 과시에 응시하여 조부와 관련된 사건을 신랄하게 비판하여 쓴 글이 장원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글제의 대상이 조부라는 사실을 나중에 어머니로부터 알게 되어 세상을 등지고 방랑생활로 전국을 떠돌아다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소진한 몸으로 전라도 화순 땅 동북면 구암(김삿갓 문학동산)에서 객사했다는 말도 있고 철종14년(1863년) 안 참봉의 사랑방에서 운명했다는 기록도 보입니다. 둘째 아들 익균이 부고를 듣고 화순으로 달려가 아버지의 시신을 이곳 영월로 운구하여 안장하였다.”는 전설 같은 삶을 살다간 난고 김병연 선생의 영상이 자꾸 눈앞에서 어른거립니다. 

    이렇게 지조와 절개가 곧으신 선인, 그리고 당대 풍류 시인으로서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를 풍자적으로 노래하며 힘없는 자들의 설움을 대신 울어주신 서정시의 대가 김병연 선생님! 

    이분의 이름으로 새겨진 상을 받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특히 저는 여기 영월에서 고개 하나만 넘으면 제 살과 뼈와 피가 생성된 봉평이 제 고향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늘 영월을 제 고향과 같이 여기고 자랑하며 살아왔습니다. 이런 고향 같은 곳에서 이 고장의 문학의 혼魂불을 일으켜 세우신 김삿갓이란 이름으로 문학상을 받게 되어 더할 나위 없이 영광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난고 김병연 선생의 혼을 이어받아 그 이름이 헛되지 않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그리고 문효치 심사위원장님을 비롯한 심사위원님들과 난고 김병연 선생의 문학 혼을 기리고 운영하는 영월군의 군수님과 관계자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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