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엔터쉼터] 멀티 페로소나 시대의 뉴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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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의 엔터쉼터] 멀티 페로소나 시대의 뉴트로

    • 입력 2020.01.01 10:22
    • 수정 2020.01.07 17:42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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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나는 매년 10월이면 춘천 의암호를 끼고 펼쳐지는 KT&G 상상마당춘천을 찾는다. 다양한 인디 밴드들이 출연하는 공연인 상상실현페스티벌은 내가 새로운 자아를 만나는 공간이다. 이제는 크게 유명해진 ‘카더가든’과 ‘잔나비’ ‘크러쉬’ 등이 출연한다. 

    여기서는 잔나비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이라는 가사가 춘천의 가을밤과 썩 잘 어울린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상상마당춘천은 어느덧 서울의 젊은이들도 가보고 싶어하는 ‘힙(hip) 플레이스’가 됐다.

    나는 상상실현페스티벌에 가면 새로운 자아를 만난다. 환갑을 지난 내가 또 다른 나를 느낀다. 그런데 그런 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제는 60~70대도 삶의 방식에 따라 20~30대처럼 살 수 있고, 20~30대도 60~70대처럼 살 수 있는 시대다. 그만큼 라이프 스타일의 시대인 만큼 자신의 취향과 남의 취향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다양한 취향이 펼쳐지는 문화는 ‘멀티 페르소나’(다층적 자아) 트렌드로 더욱 강화될 조짐이다. 멀티 페르소나를 ‘트렌드 코리아2020’의 김난도 교수팀은 2020년 소비트렌드중 가장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 꼽았다. 요즘 젊은이들은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고, 모드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직장에 있을 때와 퇴근 후 모습, 파티할 때의 모습이 완전히 다르고, SNS도 여러 계정을 운영하며 다양한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청춘-러브 유어셀프(자기애)에 대한 이야기를 세상에 던진 방탄소년단이 그 다음 주제로 페르소나(가면, 자아)를 택했던 맥락이 조금은 이해된다. 이 음반의 RM 솔로곡 ‘Intro : Persona’의 가사, ‘내가 기억하고 사람들이 아는 나/날 토로하기 위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나(중략)내가 되고 싶은 나, 사람들이 원하는 나/니가 사랑하는 나, 또 내가 빚어내는 나/웃고 있는 나, 가끔은 울고 있는 나/지금도 매분 매순간 살아 숨쉬는 Persona’를 음미해보면,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페르소나’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듯하다. 

    이처럼 다양한 모드의 개인 등장은 문화를 새로 해석하는 힘을 얻게 해 자신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문화를 만들어낸다. 그중 하나가 ‘뉴트로(new+retro)’다. 지난 한해동안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트로트 가수 송가인과 트로트 신인가수 유산슬 등이 견인한 트로트 열풍은 밀레니얼 세대의 뉴트로 트렌드와 연관돼 있다. 이들은 중장년뿐 아니라, 트로트를 잘 모르는 10~20대들에게도 큰 인기다. 1020은 과거의 콘텐츠에서 새로움과 신선함을 발견하고 이를 색다르게 즐긴다. 최근 뉴트로에서의 또 하나 현상은 ‘90년대 GD’ 양준일의 소환이다.

    거의 30년전 양준일이 발표한 뉴 잭 스윙(R&B의 멜로디 요소와 힙합의 강한 리듬을 결합한 흑인음악) 장르의 댄스곡 ‘리베카’와 ‘가나다라마바사’ ‘Dance wit Me 아가씨’, V2로 개명하고 10년 후 발표한 노래 ‘판타지’는 요즘 40~50대뿐 아니라 10~20대들에게도 큰 인기다. 인기라는 표현보다는 난리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당시 대중은 한국말이 어눌하고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미국에서 온 양준일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고 배려가 부족했다. 마이클 잭슨을 좋아했다는 양준일의 춤과 노래는 실험적이었다. 시대를 앞서갔다. 본인은 “당시에는 안 맞았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탑골공원에서 그의 노래는 최고 인기다. 여기에는 “그 시절 당신을 알아보지 못해 미안하다”는 감정도 포함돼 있다. 말하자면, 법과는 별개로 유승준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대중 정서처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보내버린 양준일에 대해 가지는 미안함을 표현하고 싶은 정서도 작용한 듯하다.

    하지만 10~20대는 노래를 목소리로 10%, 몸으로 90%를 표현한다는 양준일의 음악을 남들과는 색다르게 즐긴다. ‘슈가맨3’의 10대 방청객은 “리베카가 지금 이대로 나오면 뜰까?”라는 질문에 ‘올(all)불’을 켰다. 그게 젊은 세대가 복고를 즐기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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