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서울촌놈’은 지역과 지방을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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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서울촌놈’은 지역과 지방을 돋보이게 한다

    • 입력 2020.08.26 08:30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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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코로나19 감염 확진자 급증으로 외부 이동이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영상을 통해 조금이라마 여행 효과를 가질 수 있다면 위로가 될 것이다.

    하지만 TV속 여행 콘텐츠들도 넘치고 넘친다. tvN ‘서울촌놈’도 그 중의 하나일 것으로 생각했다. 아니었다. ‘서울 촌놈’은 여행이라기 보다는 고장 방문의 의미가 담겨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서울만 아는 ‘서울 촌놈’들인 차태현과 이승기가 게스트들이 어릴때 살아온 고향에서 그들의 추억을 공유하며 체험하는 하드코어 로컬 여행 버라이어티다.

    이 형식은 단순하지만 차별화가 확실하게 될 정도로 좋다. 지방 출신 스타들이 추천하는 음식점과 장소를 함께 여행하면서 음식을 걸고 게임을 하는 콘셉트라 ‘1박2일’ 등 여느 여행 예능과 비슷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방문지가 일반적인 코스가 아니다. 카페촌 같은 일반적인 코스가 포함되기도 하지만, 단순 관광객들이나 여행작가, 여행전문가들조차도 알 수 없는, 진짜 지역 토박이만이 알고 있고, 또 그들의 추억이 묻어있는 숨겨진 장소들을 통해 지역과 지방을 재발견한다.

    여기서는 게스트들이 어릴 때 품었던 순수한 꿈과 뜨거운 열정, 그리고 자신만이 간직한 특별한 정서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 공간과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따뜻하다. 부산편에서 쌈디가 친구들과 힙합의 꿈을 키웠던 부산대앞 똥다리와, 그때 자주 갔던 클럽의 사장을 이 곳에서 만나는 장면은 뭉클함을 선사했다.

     

    (사진=tvN '서울촌놈')

     

    광주편에서 유노윤호가 중학교 시절부터 연예인을 꿈꾸며 댄스팀(B.O.K)을 만들어 연습하던 쌍암공원을 찾아, 4명의 멤버들을 다시 만나 18년만에 팀을 재결성하며 추억을 나누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이 너무 지나 자세가 잘 나오지는 않지만 춤을 추며 당시를 기억하고 소환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진다.

    세 번째 홈타운 청주편에서는 청주 토박이 이범수와 한효주의 만남이 그려졌다. 충청도 사투리 특징을 완벽정리한 이범수와 녹화 전날 밤새워 청주 공부를 한 한효주, 깜짝 전화연결로 ‘청주의 약속’을 정의한 나영석 PD까지 웃음을 자아냈다. ‘점잖음’, ‘중도’의 이미지인 청주 토박이, 이범수와 한효주는 전에 없던 텐션과 흥을 분출하며 반전 매력을 뽐내기도 했다.

    이범수는 어릴적 살던 동네를 방문한 후, 한참 동안 떠나지 못하고 회한에 잠겼다. 부모님 생각 때문이다. 한효주는 어린 시절 청주에 살았던 이승기와 자신의 모교인 청주여고를 방문해, 서울로 올때 친구들에게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해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사진=tvN '서울촌놈')

    개그맨 김준호, 골프 감독 박세리, 배우 한다감(한은정에서 개명)이 출연한 대전편은 대전 서구 엑스포단지 쇼핑센터에서 트렌드를 읽었고 필수 잡화를 구입했다는 한다감과 박세리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단골이 되면, 옷 가게 주인이 자신의 스타일리스트가 되는 셈이라고 박세리가 들려주었다. 코로나19만 아니라면, 엑스포단지 쇼핑센터는 요즘도 성업중이다.

    그런 공간들은 각별한 의미가 부여된다. 한 사람이 성장하기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고향’이란 공간적 의미와 유년 시절 영향을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게스트들의 삶의 기억과 추억이 묻어있는 공간을 찾아나서기 때문에 호스트보다는 게스트가 조금 더 주인공이다. 이시언이 고교시절 매일 찾아왔다고 들려주는 깡통시장 상인과의 즉석 만남,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 김병헌이 야구의 꿈을 키웠던 광주일고 야구부 방문에 이은 나주곰탕집 탐방 등이 모두 그렇다.

    청주편에서는 한효주를 만나기 위해 동창 친구들이 왔는데, 그 자리에서 방송에 출연하게 돼 게임도 참가하고 한효주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호스트들이 게스트들에게 “까리하네”(부산) “느자구없네”(광주) 등 지역 사투리의 의미를 물어보고, 게임을 나누는 것도 흥미롭다. 상대방 의사를 묻는 질문에 바로 확답을 하지 않는 청주 사람들의 화법도 이색적이다. 지역 다큐를 예능적 재미로 즐길 수 있다.

     

    (사진=tvN '서울촌놈')
    (사진=tvN '서울촌놈')

    태종대에서 소라와 멍게, 해삼을 놓고 게임을 하면서 부산사람이라면 모두 회를 좋아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준다. 부산 사람 쌈디는 “멍게는 바닷물 맛”이라며 회를 안좋아한다고 했다.

    대전편은 대전사람들이 ‘노잼’이라는 선입견을 개그맨 김준호가 ‘대유잼’으로 바꿔놓으며 충청의 아들 노릇을 톡톡히 했다. 

    서울토박이 호스트들은 최적격이다. 차태현은 사람의 마음을 잘 읽고 편하게 해주면서도 자연스럽고, 예능에 최적화된 이승기는 게임으로 지방 출신 연예인들의 배를 곯게 만드는 등 게스트를 당겼다 놓았다 하며 잘 스며든다.

    ‘서울촌놈’은 지역과 지방이 조금 더 잘 보이길 바란다는 유호진 PD의 기획의도가 이미 적중했다. ‘1박2일‘에서 멤버들에게 각각 특정 장소에 가 사진을 찍어오라고 해놓고, 그 곳이 자신들의 부모님이 과거에 사진을 찍었던 장소임을 나중에 알게 해주며 ‘찡함’을 선사했던 ‘서울 시간 여행편’의 PD가 내놓은 또 한 편의 역작이다. 또한, 멀지 않아 강원도 춘천에서도 ‘서울촌놈’이 촬영돼 춘천의 많은 스토리텔링이 공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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