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사이코지만 괜찮아’ 인간 내면의 고찰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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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사이코지만 괜찮아’ 인간 내면의 고찰 돋보였다

    • 입력 2020.08.11 09:10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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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지난 9일 종영한  tvN 휴먼멜로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에 이은 또 한 편의 올해 수작이다. 조금 이상해도 괜찮고, 조금 유별나도 괜찮다가 이 드라마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을 누가 만들어놨는가? 단순히 ‘다수’가 ‘정상’이 되는 건 폭력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명쾌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사람은 자폐를 갖고 있는 문상태(오정세)다. 문상태는 몸은 어른이지만, 사람을 사람 그대로 보지 않는 일반 어른과 달리, 아이 같은 순수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그의 해결책은 명쾌할 수밖에 없다. 보통 어른들은 이기심, 계산, 편견, 관계 등에 의해 사람을 바라보니 제대로 보일 리가 없다. 그 점에서 가장 좋은 어른은 문상태일 것이다.

    마지막에 캠핑카에서 상태가 동생 문강태(김수현)-짝꿍 고문영(서예지)과 헤어지면서 하는 말이 “(두사람) 싸우지마. 싸우는 것 보다 뽀뽀하는 게 나아”라고 말한다.

    이 드라마속 등장 인물들은 거의 상처, 결핍 투성이다. 결핍과 상처가 야기한 ‘외로움의 주인공들’이 서로의 온기로 치유되고 성장하는 과정을 잘 그렸다.

     

    성격장애를 가진 이들 두 남녀와 발달장애를 가진 강태의 형 상태가 있다. 사랑의 감정을 알지 못하는 그녀(문영)가 사랑을 거부하는 남자(강태)에게 ‘운명적’으로 꽂혀 버린다.

    이들에게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은 해낸다. 사회적 편견을 보란듯이 뛰어넘으며 치유 받고 성장한다. 물론 전쟁 같은 밀당들을 거치지만.

    이 드라마는 그 응어리진 상처를 직면하면서, 인간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바라보는 고찰법과 치유법이 돋보인다. 그 해결책에는 따스한 위로와 공감이 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인물들이 가진 상처와 극복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관시키며 한 편의 아름다운 해피엔딩 잔혹동화를 완성해냈다. 시청자들도 현실의 아픔을 치유 받는 느낌이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대사에 의존하기보다는 상황전개만으로, 조금 이상해도 괜찮다는 주제를 선명히 전달하며, 폭우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여름밤 시청자들을 힐링시켜주었다.

     

    무엇보다 인간 내면에 대한 고찰이 매주 시청자들을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각자의 아픔이 있는 인물들이 응어리진 상처를 직면하고, 이겨낼 용기를 얻으며 행복을 찾는 과정이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공감을 얻었기 때문.

    여기에는 매회 동화를 활용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 ‘사이코지만 괜찮아’만의 방법이 한 몫을 했다.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 ‘좀비 아이’, ‘봄날의 개’, ‘진짜 진짜 얼굴을 찾아서’ 등 동화책 속 구절들은 적절하게 비틀려지며 인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일으켰다. 

    김수현의 나레이션을 통해 전해지는 마지막 동화의 결말은 ‘결국 그림자 마녀가 훔쳐간 것은 이 세 사람의 진짜 얼굴이 아니라 행복을 찾으려는 용기였답니다”다.

    또한 이들 곁에서 지혜로운 조언을 건네고 따스한 밥 한 끼를 챙겨주는 어른들과 답답한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 친구들의 존재는 세상은 결코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닌 서로 의지하며 어우러져 사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문강태, 고문영, 문상태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한 국회의원 아들 조증환자 등 ‘괜찮은 병원’ 환자들의 갖가지 사연들은 짙은 여운을 남겼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박신우 감독의 센스있는 연출과 묵직한 메시지를 재치 있고 뚝심 있게 끌고 간 조용 작가의 필력이 조화를 이루며 웰메이드의 휴먼 힐링 드라마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동화적 코드를 완성한 일러스트와 동화책, 판타지를 덧입힌 화려한 CG기술과 세트, 감정을 북돋은 OST와 BGM 등 눈과 귀를 사로잡은 요소들도 시청자들을 매혹시켰다.

    특히 섬세한 내면연기로 또 한 번 ‘역시’라는 평을 끌어낸 김수현(문강태 역)과 인생캐릭터를 새로 쓴 서예지(고문영 역), 그가 아닌 문상태는 상상할 수 없는 오정세(문상태 역), 현실 연기로 공감력을 더한 박규영(남주리 역)을 비롯해 모든 배우의 연기가 더할 나위 없는 시너지를 일으켰다.

    때문에 연출과 대본, 배우들의 호연이 빛난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첫 방송 이후부터 각종 화제성 지표를 장악함은 물론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어 적수 없는 흥행 질주를 이어왔다.

    잔혹한 현실에도 서로를 보듬고 상처를 치유한 문강태, 고문영, 문상태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많은 시청자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따뜻한 드라마로 기억되게 할 것이다.

    한편, ‘사이코지만 괜찮아’ 최종회인 16회에서는 김수현과 서예지의 영원한 사랑 그리고 오정세의 독립으로 가슴 벅찬 해피 엔딩을 선사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최종회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고문영(서예지 분)과 문상태(오정세 분)가 만든 동화책 ‘진짜 진짜 얼굴을 찾아서’가 출판됐음을 그리며 새로운 인생 여정 길에 오른 문강태(김수현 분), 고문영, 문상태의 모습으로 엔딩을 맞이했다.

    동화책 속 입꼬리만 웃는 가면을 쓴 소년이었던 문강태는 더 이상 지독한 현실에 눈물짓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 소리만 요란한 속이 텅 빈 깡통 공주 고문영은 타인의 슬픔을 위로할 줄 알게 됐으며, 답답한 박스 속에 갇혀 살던 아저씨 문상태는 과거에서 스스로 벗어나게 된 것. 세 사람은 지난한 삶을 떨치고 진정한 행복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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