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크리에이터] 공유주방 오픈한 황재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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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공유주방 오픈한 황재득 대표

    • 입력 2020.08.10 00:01
    • 수정 2023.09.07 12:49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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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고유 자원을 사업화, 대안적인 자영업 생태계를 제안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돕기 위해 ‘우리동네 크리에이터’를 연중 기획으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초중고 시절 집에 빨간 딱지가 붙었어요. 덕분에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 시절을 후회하거나 탓하지 않아요. 오히려 돈보다 값진 걸 배웠다고 생각해요.”

    6일 오후 춘천시 동내면 거두리에 위치한 공유주방 ‘국가대표 푸드마켓’ 매장에서 만난 황재득(38) 대표가 미소를 지으며 기자에 건넨 말이다. 

     

    춘천 동내면 거두리에 위치한 국가대표 푸드마켓 외부 전경. (사진=MS투데이 DB)
    춘천 동내면 거두리에 위치한 국가대표 푸드마켓 외부 전경. (사진=MS투데이 DB)

    학창시절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성인이 된 지금까지 황 대표에게는 수많은 명함이 따라다닌다. 스물 셋이라는 이른 나이 때부터 16년을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지금 갖고 있는 명함만도 다섯 개다. 강원도 최초 공유주방인 ‘국가대표 푸드마켓’을 비롯해 게스트하우스, 휴대폰 매장, 렌탈 매장 등 청년들의 창업을 돕는 가맹점 사업을 도맡아하며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천이 고향인 황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스펙이 없는 상태로 대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고스펙 직원들과 마찰을 빚는 일이 많아지면서 1년 만에 퇴사했다. 그렇게 사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그는 우연히 닭갈비를 먹으러 춘천에 왔다가 눌러앉게 됐다. 

    사업 초기 엄청난 텃세에 시달렸다던 그는 “매장 앞에 누가 대변을 보고 가기도 한 것은 물론 나에게는 팔 물건도 주지 않더라”고 말했다. 그렇게 휴대폰 매장을 시작으로 춘천에서 안 해본 것이 없다고 밝힌 황 대표는 “흑돼지 음식점, 호프집도 해봤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연고도 없는 춘천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쭉 봉사활동을 활발히 이어오고 있다. 그는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활동 영역이 넓어지더라.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처음 겪었던 텃세가 조금 힘들었을 뿐 살면서 크게 힘들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극복에 힘쓰는 의료진을 위한 피자나눔 기부에 앞두고 있는 모습. (사진=국가대표 푸드마켓 제공)
    코로나19 극복에 힘쓰는 의료진을 위한 피자나눔 기부에 앞두고 있는 모습. (사진=국가대표 푸드마켓 제공)

    그렇다고 해서 황 대표에게 실패가 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2년 전 강촌역 인근에 9917㎡(3000평)에 달하는 초대형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했던 황 대표는 10개월 만에 수억원의 손해를 봤다. 그는 “유명 연예인이 숙박과 파티에 참여했지만 상권 자체가 무너지니까 소용없더라”고 말했다.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는 황 대표는 이름조차 생소한 공유주방 ‘국가대표 푸드마켓’을 지난 3월 오픈했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리조트 사업을 준비하다 우연히 공유주방을 접한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66㎡ 정도 되는 매장 앞에 오토바이 150대 정도가 두 줄로 서 있더라. 2시간 정도를 지켜보다 보니 한 업체에서 배달이 나간 것만 500개 정도가 되더라”며 “배달 쪽은 우리나라가 나은 줄 알았는데 베트남도 엄청 나더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감염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베트남 내의 관광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진행하려던 계획을 모두 정지시킨 채 귀국한 황 대표는 수도권 외 강원도에 공유주방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터뷰 내내 ‘말보다는 행동’을 강조했던 그는 “처음이다보니 사람들이 잘 모른다. 공유주방에 대한 인식이 심어져 있지 않은 점이 아직까지도 힘든 부분이다”고 말했다.

    공유주방은 고객의 입장보다는 입점된 점주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주방시설, 주방용품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 특히 배달 전문점 입점 시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매장 방문 손님을 위해 마련된 테이블. (사진=MS투데이 DB)
    매장 방문 손님을 위해 마련된 테이블. (사진=MS투데이 DB)
    국가대표 푸드마켓 실내 모습. (사진=MS투데이 DB)
    국가대표 푸드마켓 실내 모습. (사진=MS투데이 DB)

    공유주방 ‘국가대표 푸드마켓’ 입점 업체 대부분은 만 39세 미만 청년들이 운영한다. 황 대표는 청년 사업가들을 위해 타 공유주방보다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수수료 15%만 받을 뿐 보증금, 월세, 시설비 등이 모두 무료다. 여기에 로컬푸드를 재료로 이용한다는 점도 타 업체와는 다른 점이다. 황 대표는 “재료들은 춘천이나 강원도에서 구할 수 있는 걸 쓰고 있다”며 지역 상생을 강조했다.

    입점 업체들의 반응을 묻자 “매우 긍정적이다”고 했다. 그럼에도 지원률은 저조한 편이라고. 황 대표는 “공유주방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이기 보다는 청년들이 춘천이 아닌 서울에서 도전을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과거 6년동안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정책참여단 소속으로 활동했던 황 대표는 몇 년 전 ‘춘천을 사랑하는 80년대 사업가 모임(춘사모)’에도 가입할 정도로 청년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는 “청년들을 지켰으면 좋겠다”며 “저 같은 경우만 봐도 직원을 채용하려고 해도 구해지지 않는다”며 “청년이 미래고, 청년이 잘 돼야 지역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금수저가 아닌 이상 청년들이 창업을 하기가 힘들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옆동네인 원주시에 청년소상공인협의회와 최근 미팅을 가진 적이 있다고 밝힌 그는 “원주에는 청년 교육 지원정책이 있더라. 멘토 교육, 마케팅 교육, 세무교육 등 너무 좋은 시스템이더라”고 말했다. 이어 “춘천도 청년소상공인협의회가 만들어져 청년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 구축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그의 전화기에는 불이 났다. 맡고 있는 일이 여러 개다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듯 바쁜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황 대표는 “즐겁게 하고 있다”며 웃었다.

     

    (사진=신초롱 기자)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는 황재득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초중고 시절 압류 딱지가 붙은 적 있었다는 황 대표는 “그래서인지 저는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다”며 “생활력과 생활력이 더해져 제가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는 그 시절 이야기만 나오면 ‘네게 해준 게 없다’고 말하며 우신다”며 “저는 돈보다 값진 걸 배웠다고 생각한다. 남한테 피해 입히는 것도 싫고,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도 싫어하는 성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여유가 없음에도 소고기를 먹는 날이면 이웃주민들을 다 불러모았다”며 “그렇게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험이 봉사활동을 매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삶의 원동력으로 ‘가족’과 ‘지인’을 꼽은 황 대표는 “가족들과 춘천에서 알게 된 인맥들이 하나같이 다 소중하다”며 “그들로 인해 멀리 돌아갈 길도 빠르게 갈 수 있게 되고, 힘이 된다”며 앞으로도 말보다는 행동을 통해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사업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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