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간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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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간절함

    • 입력 2020.08.04 00:01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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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절함 
                                     

                                       신 달 자
     

    그 무엇 하나에 간절할 때는
    등뼈에서 피리 소리가 난다

    열 손가락 열 발가락 끝에
    푸른 불꽃이 어른거린다 

    두 손과 손 사이에
    깊은 동굴이 열리고
    머리 위로
    빛의 통로가 열리며
    신의 소리가 내려온다

    바위 속 견고한 침묵에
    온기 피어오르며
    자잘한 입들이 오물거리고
    모든 사물들이 무겁게 허리를 굽히며
    제 발등에 입을 맞춘다

    엎드려도 서 있어도
    몸의 형태는 스러지고 없다

    오직 간절함 그 안으로 동이 터 오른다
     
    *신달자:1972년『현대문학』등단.*시집「간절함」외*숙명여대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회원
     

    이영춘 시인
    이영춘 시인

    *************
     이 간절함! 나는 매일 나에게, 지금 이 순간 가장 간절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그런데 그 중심에는 항상 ‘어머니’가 있다. “아, 엄마 보고 싶어!” 거의 매일 한 번씩 혼자 중얼거린다. 그러나 그 엄마는 지금 이 지상에 없다. 만날 수 없는 ‘간절함’이다. 그 ‘간절함’속에는 항상 후회가 앞선다. 살아 계실 때 좀 더 자주 찾아가서 뵈었어야 했는데---,그렇지 못했던 것에 대하여, 지금 그 얼굴 볼 수 없음에 대한 ‘간절함’이다. 

     이 시의 ‘간절함’은 성숙한 내면성의 시적 승화다. “그 무엇 하나에 간절할 때는/등뼈에서 피리 소리가 나고” “푸른 불꽃이 어른거리고” “깊은 동굴이 열리고” “빛의 동로가 열리며”
    드디어 “신의 소리가 내려온다” 신에 대한 ‘간절한’기도의 내면화다. 이 기도는 “오직  간절함 그 안으로 동이 터 오를” 때 순수하고 순결해진다.

     우리는 누구나 지금 이 순간에도 간절한 그 무엇인가를 한 가지씩 안고 살 것이다.
    ‘간절함’은 소망이고 희망이다. 간절한 그 무엇을 소망할 때 “모든 사물들이 무겁게 허리를 굽히며/제 발등에 입을 맞출”것이다. 마음속 기도 같은 이 간절함, 그 ‘간절함’은 어버이가 자식을 위해 기도하듯, “신의 소리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간절함’은 우리들의 삶을 지탱해 주고 이겨내게 하는 희망이다. “오직 간절함 그 안으로 터 오르는 동을” 맞이하기 위하여 나는 오늘도 십자가를 우러러, 종탑을 우러러 머리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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