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가족입니다’, 이런 가족드라마가 있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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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연예쉼터] ‘가족입니다’, 이런 가족드라마가 있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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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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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지난 7월 21일 호평속에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는 수작(秀作)이다. 올해 최고의 드라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족입니다’는 평범한 가족이야기지만 풀어나가는 방식은 여느 가족드라마들과 다르다. 평범한 가족에게 숨겨진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관계의 소소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그러면 인물 각자의 반응들이 나온다. 작가는 한가지 생각을 주입시키지 않고 각자 처한 상황과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하는 마력을 선사하며 공감의 폭을 넒혀준다.

가령, 둘째(김은희) 입장에서 잘 몰랐던 언니(김은주)의 차디찬 감정을 이해하는 식이다. 엄마를 잘 알았던 것 같았데, 남편과의 졸혼을 선언하는 엄마의 마음속 격랑을 이제야 알게된다.

‘가족입니다’의 권영일 PD는 기존 가족극과의 차별점에 대해 “아무래도 기존 가족극 속에서 그려진 부모와 자식이 상하관계에 집중 되어 있었다면 우리 드라마에선 개개인의 삶을 좀 더 집중해서 보여준 것이 다른 점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면서 “‘결국 가족도 개개인이 모인 하나의 작은 집단이다’라는 생각으로 출발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캐릭터 하나하나 마다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보시는 시청자 입장에선 각각의 맞는 캐릭터에 자신을 이입해 보는 재미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사실 평범한 가족이야기는 주작(做作) 일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막장적일 수 있는 상황이 나오지만 현실에 빗대 그 부딪힘에 대한 각자의 시선과 입장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작가의 문제의식일 것이다.

그러니 문제의 정답을 찾거나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 보다는 각자의 시선을 존중하자는 의미다. 이게 몰랐던 상처와 진심을 깨달아 가는 가족의 문제를 봉합해나가는 방식이다.

 

작가는 기성문법을 해체하는 수법을 즐겨 쓰는데, 웬만큼 섬세한 감각과 시선을 지니지 않고서는 포착하기 힘든 명제를 자주 제시한다.

7회에서 동성애자인 안효석(이종원 분)이 남편 윤태영(김태훈)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김은주(추자현)에게 빨래방에서 말한다. “자기가 아는 사람중에 게이가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 이유가 뭔지 알아요? 그런 비밀을 털어놓을 만큼 신뢰는 주는 사람이 아닌 거에요”

김은희(한예리)가 언니 김은주의 깊은 상처를 건드리고 후회처럼 하는 대사 “가족은 남이 찾지 못하는 급소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언제든 강력한 한 방을 날릴 수 있다”라거나, 박찬혁(김지석)이 은희에게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라는 말에 질렸다”라고 했던 대사는 모두 가족드라마에서 등장하지 않는 말이다.

‘가족입니다’는 과거 가족주의 시대를 넘어 현재의 개인주의 시대의 가족을 묘파(描破)한다. 개개인의 관점에서 가족을 바라보니 엄마, 아빠로 봤을때 몰랐던 것들을 이제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오랜 시절 가족드라마를 써온 김수현 작가의 가족드라마는 부모와 자식의 역할이 정해져있다. 부모와 조부들은 다소 가부장적이면서 부드럽거나, 따뜻함을 지니고 있다. 자식들 중에는 기존 가치관에 승복하는 멤버도 있고, 새롭게 부상하는 가치관을 가진 갈등의 캐릭터도 있는데, 그 충돌을 봉합하는 방식은 여전히 가족주의에 머문다.

 

하지만 ‘가족입니다’는 가족 구성원 개개인, 엄마가 아닌 인간 이진숙(원미경), 아빠가 아닌 인간 김상식(정진영)을 본다. 개개인을 그대로 보는 방식은 강도가 세다.

아빠 김상식이 야밤에 산에 오르다 넘어져 머리를 다친 뒤 스물 두 살로 돌아온다. 김상식은 그후에야 유독 아내가 아닌 ‘숙이 씨’를 자주 부른다. 은주는 결혼 생활을 하고 있던 남편이 동성애자임을 알고 혼란스러워 한다.

상식은 아내 진숙이 다른 남자(사실은 진숙의 제부)를 만나는 것으로 오해한다. 김상식의 ‘두집 살림’의 비밀은 밝혀졌지만,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던 영식(조완기)을 상식이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가족들에게 충격을 안겼던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들은 기존의 가족 개념을 해체하고 개개인을 그대로 바라보게 하려는 장치들이다. 아빠 김상식의 사고로 삼 남매는 거실 장식장에 뿌리라도 내린 듯 같은 자리에 놓여있었던 22살 김상식과 이진숙의 사진을 제대로 보게 된다.

 

“기타를 잘 치고 노래를 잘해도 대학생이 아니면 (대학가요제에) 나갈 수가 없잖아, 꿈이었지. 정말 저 멀리 있는 꿈”이라는 아빠의 소박한 꿈도 짐작해보지 못했다.

다친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 노릇을 했던 김은주는 그 시절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었던 엄마 이진숙을 원망했지만. “아무 것도 못 해주는데 말이 무슨 소용이 있어”라는 진숙의 말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상식이 트럭을 몰다 사고를 내 다치게 된 영식 가족을 책임지게 된 사연을 두고 대화는 이어진다. 아빠 상식은 “감옥에 가면 우리 가족은 누가 먹여살리나”라고 했고 아내와 딸은 “그런 사실을 왜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나”거나 “아빠의 마음을 생각하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가족은 왜 서로 가장 가까와야 하고, 많이 알아야 하는 걸까? 여기서 차별에 대한 상처, 다르면 안 된다는 강요, 무조건 너를 위한 것이라는 모순된 사랑이라는 문제가 시작된다. 하지만 사랑도 화해도 가족에서 시작한다. 작가는 가족끼리는 왜 가장 많이 알아야 하고, 가족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은 어디까지일까에 대한 한가지 정답을 제시하기 보다는 한번 생각해볼 것을 제안한다.

가족은 왜 서로 가까와야 하고, 많이 알아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박찬혁(김지석)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가족 같은 타인도 있고, 타인 같은 가족도 있다.

은희와 찬혁은 남사친이다. 은희는 찬혁을 ‘찬팔이’라고 부른다. 보통 드라마에서는 남사친은 어느날 남자로 보이게 된다. 여기서도 그런 과정(‘네가 멋지게 웃는 모습을 마음에 찍어두고 잠들기 전에 꺼내 보고 그랬다’)이 있지만, 찬혁 캐릭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찬혁은 은희 가족의 비밀을 가족 구성원보다 먼저 알 정도로 관계에 깊숙히 개입돼 있다. 그런 찬혁은 한 발짝 떨어져 제3자의 시선에서 객관적으로 짚어준다. 그래서 그의 대사는 예사롭지가 않다. 여주인공의 남사친의 대사도 여느 드라마와는 다르다.

찬혁은 “가족의 문제가 뭔지 알아? 할 말을 안 하는 거야. 먼지처럼 털어낼 수 있는 일을 세월에 묵혀서 찐득찐득하게 굳게 해”라고 핵심을 관통한다. 또 찬혁이 “나 너(은희) 때문에 배운 게 있어. 너무 잘 알고, 지겹도록 맨날 보는 가족한테도 노력해야 된다는 거”라는 말은 은희에게 건넨 위로이자, 시청자에 대한 가족에게 한 발 나아갈 수 있는 조언이자 응원이다.

권영일 PD는 ‘가족 같은 타인’인 박찬혁(김지석) 캐릭터에 대해 “이런 사람이 현실에 있을까 싶을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어쩌면 찬혁이라는 캐릭터는 우리 드라마를 친절하게 읽어주는 사회자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구겨져 버려진 쓰레기통 속 종이를 하나하나 꺼내어 펼쳐 읽어주는 상담가 일수도 있겠네요. 가족에게 말 못하는 마음 속 이야기를 찬혁이에게 다 꺼내어 보여준 탓에 결과적으론 이 가족이 하나로 엮어집니다. 가족은 아니지만 ‘나’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사람, 때론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권영일 PD에게 ‘가족입니다’를 연출한 후 가족에 대한 관점에 변화가 있었는지 물어봤다.

“사실 이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거나 ‘가족은 이런 거야’라고 거창한 의미로 접근하지는 않았습니다. 가족을 대하는 태도나 행동은 각자 다를 겁니다. 지금껏 제가 생각하는 가족은 표현하지 않아도 늘 알아주는 사람들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는 자식의 눈치를 보고 자식은 (‘내 마음 다 알겠지’ 하며) 침묵합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더 많이 표현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저도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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