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상공인] “장밋빛 인생을 꿈꿔요” 춘천 ‘라비앙로즈’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우리동네 소상공인] “장밋빛 인생을 꿈꿔요” 춘천 ‘라비앙로즈’

    지역 특산물 활용한 화과자 선봬…춘천역 해바라기·소양강 복토끼
    획일적 디자인 벗어나 고객 요청 반영한 '커스텀 화과자' 출시
    원데이클래스 통해 화과자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 제공

    • 입력 2020.07.19 04:55
    • 수정 2023.09.07 12:38
    • 기자명 신초롱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눈에 담기 아까울 정도로 디테일이 살아있는 디저트가 가득한 카페가 있다. 춘천 운교동 한적한 주택가 한 켠에 위치한 ‘라비앙로즈’는 춘천에서 나고 자란 자매가 지난해 5월 오픈한 디저트 카페다. ‘인스타 감성’만을 충족시키는 여타 카페들과는 확연히 다르게, 편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발길을 사로잡는다.

    ‘라비앙로즈(LA VIE EN ROSE)’는 장밋빛 인생을 뜻하는 불어다. 방문하는 고객 모두가 장밋빛 인생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졌다. 공교롭게도 이곳을 운영하는 대표의 이름 또한 ‘장미’다. 남다른 의미를 가진 카페 상호명 속 숨은 비하인드를 알게된 이들은 하나같이 감탄사를 쏟아내기에 바쁘다.

     

    춘천 운교동에 위치한 카페 라비앙로즈 외관. (사진=라비앙로즈 제공)
    춘천 운교동에 위치한 카페 라비앙로즈 외관. (사진=라비앙로즈 제공)

    ‘라비앙로즈’에서 판매되는 모든 디저트, 음료는 두 자매의 손에서 새롭게 거듭난다. 오픈한 지 1년이 갓 지난 이곳은 이제 춘천을 넘어 각지에 있는 고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최근 온라인 판매도 시작하면서 두 대표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평소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게 취미였던 장미 대표는 지인들에게 직접 만든 간식을 종종 나눠줄 만큼 손으로 하는 것들에 자신이 있었다. 카페 오픈 전부터 예쁜 디저트, 카페 탐방을 좋아했던 장 대표는 ‘화과자’를 우연히 접한 뒤 한눈에 반해 창업을 꿈꾸게 됐다. 장 대표는 “전문적으로 화과자 기술을 배우기 위해 서울을 오가며 자격증을 취득하고,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라비앙로즈 장미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라비앙로즈 장미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대학교 졸업 후 홍보 담당자로 근무했던 장미 대표가 회사를 그만두고 디저트 카페를 순탄하게 오픈할 수 있었던 건 친언니이자 동업자인 장지연 대표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장 대표는 대학교 졸업 후 오랜 시간 요리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자매이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업 파트너다.

    그렇게 춘천 화과자 카페 1호점을 오픈한 두 대표는 단순히 먹는 것에서 끝나는 디저트 카페가 아닌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디저트를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춘천역 해바라기 화과자’, ‘소양강 복토끼 화과자’, ‘잣 화과자’ 등의 제품을 선보였다.

    여기에 손님들의 사연을 담은 커스텀 화과자를 제작하는 등 차별성 있는 디저트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커스텀 화과자의 경우 뜻깊은 기념일에 맞춰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고객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화과자를 받아보곤 사연을 전해오기도 한다.

    장미 대표는 “한 작가의 개인전 오픈에 맞춰 작가의 작품을 화과자로 그대로 재현한 적이 있는데, 작가님이 본인의 그림을 화과자로 선물 받으니 행복하고 벅차서 먹지 못했다는 후기를 듣고 되려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화가 생각난 듯 장 대표는 “한 번 구매를 했던 고객이 어버이날을 맞이해 또다시 주문을 주셨다”며 “부모님께서 화과자를 받으시고 못먹겠다며 귀중품을 넣어두는 장식장에 넣고 사진을 찍어 보내주셨는데 유리창에 비친 행복한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라비앙로즈에서 판매되고 있는 형형색색의 화과자. (사진=라비앙로즈 제공)
    라비앙로즈에서 판매되고 있는 형형색색의 화과자. (사진=라비앙로즈 제공)

    두 대표가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진정성’이다. 장미 대표는 “정직한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커스텀 화과자의 경우 주문하신 분의 마음을 담아 제작을 하고 있어, 초창기 때보다 주문이 늘고 있음에도 한정된 수량만을 제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당장 급하지 않게,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진정성 있게 다가가면 고객들도 알아봐 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비앙로즈’에서 판매되는 화과자, 에그타르트, 스콘 등의 디저트는 전부 두 자매의 손반죽을 거쳐 탄생한다. 방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 유통기한이 짧다. 장 대표는 “방부제를 넣는다면 고객들도 오랫동안 보관해 먹을 수 있고, 카페에서 폐기하는 제품도 줄어들게 되겠지만 오로지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마음에 초창기 때부터 줄곧 재료에 신경써오고 있다”고 밝혔다.

    섬세하고 디테일한 작업을 요하는 화과자는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때문에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수량도 한정돼 있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만들고 싶은 데도 손이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직까지도 힘든 부분이다”라며 “디저트가 품절돼 고객들이 발길을 돌려야 할 때가 가장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플레인·땅콩버터·초코 스콘과 과일 모양 화과자. (사진=라비앙로즈 제공)
    플레인·땅콩버터·초코 스콘과 과일 모양 화과자. (사진=라비앙로즈 제공)

    ‘라비앙로즈’의 쇼케이스는 늘 화려하다. 두 대표 모두 새로운 디자인과 맛에 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기 때문. 장 대표는 “만들기 쉬운 디자인만 내놓으면 편하지만 주문하신 분들의 마음을 담아 제작하는 것에 중점을 맞추다 보니 개발을 게을리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카페가 조용한 동네에 위치하다 보니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대형 카페와는 또 다른 편안한 분위기에 단골이 된다. 카페 내부에는 자칭타칭 ‘4시간 존(Zone)’이 마련돼 있다. 오는 고객마다 4시간은 기본으로 머물게 된다는 뜻에서 붙여진 구역 이름이다.

    장미 대표는 카페와 함께 공방도 운영한다.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화과자를 좀 더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와 별개로 강연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대학교에서 진행된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강연을 비롯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한 바 있다. 또 아이들과 함께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힘쓰는 의료진들을 위한 화과자 만들기 봉사활동에도 참여했다.

    장 대표는 “카페 운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지역 특산물을 생산하는 농부들과도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저희 화과자가 춘천을 넘어서 전국에서 특별한 날 선물할 수 있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며 ‘라비앙로즈’의 브랜드화를 꿈꿨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