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쓰는 산문] 이런 사람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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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 쓰는 산문] 이런 사람은 어떻습니까?

    • 입력 2020.07.17 04:45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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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향아 시인·수필가
    이향아 시인·수필가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남의 흉을 볼 때’라고 말했다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남의 흉을 볼 때’의 미각과 청각의 어울림. 카타르시스, 내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이므로 재미로 주고받는 과장된 농담과 진담, 그럴듯한 말이다. 

    세상에서 남의 말을 빼놓으면 할 말이 없다는 사람도 있고, 남의 말처럼 신나는 게 어디 있느냐고 맞장구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남의 흉을 본 다음의 그 찜찜한 뒷맛은 전혀 상쾌하지 않다. 특히 그 사람의 결정적인 비리를 들춰내거나 결함을 폭로하는 일. 그것으로 인해 그를 바라보는 평판이 달라지고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일이라면, 그것을 식사시간에 즐길 수 있는 ‘남의 흉’이라고 가볍게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은 결정적인 험담이며 비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스피노자가 언급한 ‘남의 흉’이란 어떤 사람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무겁고 무서운 험담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애교 있게 웃어넘길 수 있는 가벼운 그의 버릇, 혹은 유머에 가까운 흉일 것이다.

    분위기에 휩쓸려 험담의 자리에 가담했을지라도 그 끝은 어딘지 께름칙하고 불쾌하다. 기분이 정말로 상쾌하고 밝은 날은 남을 칭찬한 날이다. 우리는 그렇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칭찬에 인색하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는 인색하면서도 흉보는 일에는 가볍게 나서는 하잘것없는 우리들.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수양을 쌓고 덕목을 닦은 사람이라도 결점을 집어내려고 마음만 먹으면 먼지가 털리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공자에게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우리 마을 사람들은 백이면 백, 모두가 갑을 싫어합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의 미움을 받는 걸 보면 갑은 필시 나쁜 사람일 가능성이 크겠지요?”

    제자의 말에 공자가 대답했다.

    “그 갑이라는 사람은 아마도 나쁜 사람일 것이다.”

    “그러면 선생님, 다시 여쭙겠습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백이면 백 모두 을을 칭찬합니다. 을은 과연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좋은 사람일까요?”

    그 말을 들은 공자가 다시 대답하였다.

    “을 역시 올바른 사람은 아닐 것이다.”

    제자는 공자의 대답을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물었다.

    “그렇다면 선생님, 도대체 어떤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요?”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모범이 되는 사람들로부터는 사랑과 존경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졸장부나, 염치를 모르는 사람, 무뢰한들에게는 욕을 먹고 돌려세움을 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좋은 사람일 것이다.”

    남의 입김에 오르지 않고 백 퍼센트 인기를 얻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혹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는 아마 자기의 철학이나 주장이 투철하지 않고 이리저리 남의 눈치나 보는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매서운 판단력이 부족하고 줏대가 없다면서 어느 누군가는 싫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인격적으로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칭찬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은 사람됨을 갖추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법도 지키지 않고 질서도 무시하고 제멋대로 살면서 이 사회에 해악만 끼치는 사람으로부터 불신을 당하는 것쯤이야 어떠랴. 그것은 그리 걱정할 일이 못 된다.

    몇 사람의 불평을 견디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은 소신이 없는 태도다. 선거철만 되면 대부분의 출마자들이 100%의 인기를 노려 이상하게 방황하는 것을 보게 된다. 지금 당장은 약간의 오해가 있을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이해할 것인데도 그 나중이 올 때까지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들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평판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면 줄기찬 신념으로 밀고 나아가는 사람. 여유와 능력을 겸한 그런 사람이 문득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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