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크리에이터] ‘나비야 게스트하우스’ 박성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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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나비야 게스트하우스’ 박성수 대표

    • 입력 2020.07.12 04:55
    • 수정 2023.09.07 12:49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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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고유 자원을 사업화, 대안적인 자영업 생태계를 제안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돕기 위해 ‘우리동네 크리에이터’를 연중 기획으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현대인들의 빨리빨리 문화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지금까지 달려온 속도보다 더 느리게 가고 싶다”는 박성수 대표의 마인드가 돋보이는 전통 한옥 게스트하우스 ‘나비야’를 방문했다.

     

    춘천 서면에 위치한 나비야 게스트하우스 간판.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 서면에 위치한 나비야 게스트하우스 간판. (사진=이정욱 기자)

    해가 쨍쨍한 오후에 찾은 ‘나비야 게스트하우스’는 에어컨을 켜놓은 듯 선선했다. 푸르게 깔린 잔디밭 위 해먹에 누워 정신없이 낮잠을 자고 싶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음식점을 약 7~8년 정도 운영했던 박성수 대표는 전통 한옥에 대한 미련 때문에 오픈을 결심했다.

     

    드론으로 내려다 본 나비야 게스트하우스 전경. (사진=이정욱 기자)
    드론으로 내려다 본 나비야 게스트하우스 전경.

    ‘나비야 게스트하우스’에는 박성수 대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춘천 근교에 부서지는 오래된 집이나 헐린 집들의 나무를 모아 기와집을 새로지었다. 한옥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토대로 직접 만든 집이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박 대표는 “숨을 쉬고 있는 건강한 집이라는 게 한옥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춘천 서면에서 11년째 나비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박성수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춘천 서면에서 11년째 나비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박성수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집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한옥의 단점인 화장실과 난방, 방음 문제다. 박 대표는 “방마다 욕실을 넣고, 온돌을 깔아 난방 문제를 확실히 해결했다”면서도 “방음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방음이 잘 안 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방 안에서 문을 열면 마당 앞으로 보이는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날씨를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이 공간에서는 속세를 다 잊을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주어진다.

     

    나비야 게스트하우스 방 내부. (사진=이정욱 기자)
    나비야 게스트하우스 방 내부.
     나비야 게스트하우스
    나비야 게스트하우스

    박 대표가 추구하는 게스트하우스는 가벼운 만남, 놀이 문화가 우선이 아니라 문화 교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게스트하우스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 낯설어지지 않게 되는 곳”이라고 말하며 “이곳에 문화가 입혀지면 교류의 장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정신적인 치유도 같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가쪽에 마련돼 있는 ‘작가의 방’은 젊은 창작인들을 위해 3월 1일부터 5월 30일, 9월 1일부터 11월 30일(일~목)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박 대표는 “좋은 뮤지션은 좋은 관객 앞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젊은 창작인들이 이곳을 찾아 단순히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뮤지션과 관객이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교류하는 장을 만들어 공연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버려진 나무들로 한옥을 지었듯, 버려지는 책들에 대한 관심도 많다. 읽던 책을 갖고 오는 손님들에게 책값의 20% 정도의 금액으로 책들을 구입한다. 한옥 거실 벽면 한 켠에는 그렇게 구입한 책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아직 정식 오픈을 하지 않은 중고책방은 모양새를 갖춰 완성 단계에 있다.

     

    나비야 게스트하우스 내부에 꾸며진 책방과 식당.

    박 대표는 ‘나비야 게스트하우스’가 고객들에게 어떻게 기억되면 좋을 것 같은지 묻자 “성숙한 여행 문화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며 “비우러 왔던 채우러 왔던 마찬가지로 여유와 느림을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계획에 대해 박성수 대표는 “지금까지 달려온 속도에 비해 더 느리게, 천천히 바느질하듯 한 땀 한 땀 빈 곳을 채우며 느리게 살아가는 것이 현재 목표”라며 “꿈은 있지만 지금까지 달려온 속도보다 더 느리게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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