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쓰는 산문]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시인이 쓰는 산문]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 입력 2020.07.10 04:45
    • 기자명 칼럼니스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향아 시인·수필가
    이향아 시인·수필가

    아무리 오래 웃어도 5분 동안 계속 웃을 수는 없다고 한다. 
    행복에 넘치는 환호성도 단 몇 초 동안이고, 무한정 그 고도의 절정감을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터질 듯한 희열을 하루 내내 계속 이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그 희열 때문에 죽을지도 모른다. 격렬한 기쁨이나 처절한 슬픔, 경악을 동반한 흥분이나 절망감을 지속하려면, 평소보다 월등히 많은 에너지가 소모될 것이고 그래서 수명이 감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제경기를 관전하다가 더러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는 사람이 있는 것은 과격한 감정의 충일 때문이다.
      
    나는 갑자기 숨을 거둔 남편 때문에 단 하룻밤 사이에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버린 후배를 알고 있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정신적 충격으로 청력을 잃었다는 이웃 사람도 보았다. 그러므로 과도한 정신적 자극이 우리의 육체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 단순한 영향 정도가 아니라 손상을 일으키는지를 알게 되었다.

    세계문예사조에서 낭만주의는 50년밖에 지속되지 않았는데 그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낭만주의의 특성이라고 하는 충일한 열정, 무한의 자유, 억압에서 해방된 욕망과 과열된 사랑… 영원한 꿈의 미래를 지향하는 낭만주의의 흐름은 행복의 절정에서 발산하는 웃음처럼 웃는 이의 기운을 쇠진시켰을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고전주의는 200년이나 지속하였다. 이 역시 우연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질서와 균형, 조화와 억제, 완성을 지향하는 고전주의는 온건한 상식에 의한 현실 세계를 추구하였기 때문에 열정을 탕진하여 정신을 지치게 하는 일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절규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지만 몇 마디의 외마디소리를 발한 다음 스스로 잦아들 수밖에 없지만, 잔잔하게 주고받은 이야기는 밤새워 이어져도 탈이 없는 것과 같다.
     
    감정은 그만큼 굴곡이 심하며 변화무쌍하고 모양이 다양하다. 눈에 보이는 육체는 보이지 않는 정신이 거주하는 집, 정신이 걸치고 있는 의상, 외양을 떠받치고 있는 허우대라는 말이 틀림없다.

    우리는 심장의 고동이 정상적 궤도를 유지하면서 기쁘게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만큼 안정되고 평화로운 감정의 생활을 사랑하는 것이다. 비단에 그려진 조촐한 무늬처럼 가끔 즐겁게 탄성을 터뜨릴 수 있는 생활, 물처럼 흐르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이어지는 일상의 시간을 누렸으면 좋겠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누가 물을 때, “그저 그럭저럭 살아요.”라고 대답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럭저럭 살아가는 생활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고 평범한 삶이다. 특별하고 뛰어난 삶 가운데는 특별한 가치와 행운을 의미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엄청난 사건도 있을 수 있고 갑작스러운 비극, 위태롭고 충격적인 삶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불행이 될 조짐을 가진 것이기도 하다.

    우리들은 대수롭지 않은 그날그날의 삶을 축하하고 감사하며 살아도 좋다. 그럭저럭 살아가는 삶은 결코 시시한 것도 아니지만 생각처럼 쉬운 것도 아니다. 그럭저럭 산다는 것은 별다른 걱정 없이 무난히 산다는 것이다. 무난히 살기 위해서는, 우선 온 가족이 불의에 휘말리지 않아야 할 것, 건강해야 할 것, 이웃끼리 마찰이 없이 지낼 수 있어야 할 것, 그리고 나라가 평안해야 할 것이다.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누가 물으면,
    “예, 별일 없이 지냅니다. 다 염려해 주신 덕분이지요.” 라고 대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인생은 날마다 모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삶이 아니라, 생각하는 하루하루 작은 보람을 느끼는 삶, 그럭저럭 살 수 있음을 감사하는 삶이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