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세상읽기]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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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의 세상읽기]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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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0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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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코로나19로 들려오는 국내외 사망 소식, 빈곤층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통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씁쓸하다. 게다가 국내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하고 몰염치한 추태를 보고 있노라니 더 씁쓸해진다.

북한의 김여정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문 대통령과 남한에 보낸 저열한 언어폭력은 민망함 그 자체다. 건물이 무너져내린 것을 보면서 우리 마음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북한이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라고 하니 4시간 반 만에 준비 중이라는 신속한 보고도 했다. 씁쓸하다. 또 남한을 적이라고 하는데도 전단 날리는 우리 국민을 고발하고 압수수색까지 했다. 물론 북한을 극도로 자극하는 일은 자제되는 것이 바람직하나, 그렇다고 압수수색에다 허가취소까지 씁쓸하다. 생존을 위협하는 북한이 문제인지, 아니면 진실을 알리려는 탈북민이 문제인지, 본질에 대한 올바른 성찰이 절실하다. 그런데 정부 여당은 북한에 당한 굴욕과 모멸은 벌써 싹 잊은 듯한 분위기여서, 더 씁쓸하다.

여당은 결국 모든 상임위 위원장을 독차지했다. 여당은 1987년 이후 야당 몫이었던 관행을 깨고 검찰을 피감기관으로 두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신사협정을 깬 것이다. 소수일 때는 관행의 혜택을 누리다가 다수가 되니 이런 관행을 싹 무시하고 소수를 짓밟는다. 어느 정도의 힘자랑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할 줄은 몰랐다. 거대 여당의 폭주다. 씁쓸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현재 북한에 대한 제재가 조지 플로이드의 숨 쉴 수 없는 상황과 같다고 하면서, 미국이 백인 경찰이고 북한이 억울한 피해자라고 한다. 그러면서 대북제재완화를 요청하겠다고, 또 주한미군이 과잉이라고 한다. 북핵 관련 국제질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는 것인데, 씁쓸하기만 하다. 세계질서와 강대국의 세계전략을 무시하고 우리끼리 잘살자고 하는 건 이불속에서나 가능하다.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게 행한 “지휘랍시고” 등의 저급한 언어를 듣고 있자니 속도 상하지만 참 민망하다. 일국의 장관이 공개적으로 취할 언어는 아니다. 막가파다. 그러고 보니 “내 명을 어겼다”는 말로 실소를 자아낸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검찰의 중립이 검찰개혁의 본질인데 여권이나 장관이 염두에 두는 개혁의 지향점을 모르겠다. 장관은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하면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들에 대한 의혹은 문제 삼지 말라고 압력을 넣는다. 여권 전체가 총장에게 사퇴압박을 가하고 있고 심지어 어용 검찰간부까지 나서서 항명한다. 윤 총장의 수족이 모두 잘린 상태인데 숨도 못 쉬게 한다. 막가파 장관의 언행은 넉넉히 이해된다. 울산선거개입 의혹의 대통령을 밀착 경호하는 것이 충성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당 대표 시절에 있었던 일이어서 자신에게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몰아붙이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권력에 저항하다 물러나면 대개 영웅이 되는데, ‘대통령 윤석렬’은 문재인 정부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정책은 자신 있다고 했는데, 부동산정책이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양도소득세 및 보유세 중과. 다주택자 규제강화,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재개발 규제강화, 은행대출 규제에다 토지거래허가제까지 나올만한 정책은 모두 다 나왔다.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진단이 잘못이거나 대책이 잘못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여당 대표는 부동산문제로 국민에게 사과까지 하는 상황인데, 국토부장관은 부동산 대책이 모두 잘 작동하고 있단다. 국토부는 해명자료까지 내면서, 장관은 ‘작동한다고 했지 잘 작동한다고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지금 부동산정책을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그 무엇이라도 있다는 말인지, 더 씁쓸하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그동안 조용하던 집값이 턱없이 올라, 30-40대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찼다. 수요억제정책은 노무현 정부 때 실패했는데 다시 수요억제로 해결하려 한다. 좋은 집, 더 나은 지역에 살고픈 인간의 본성에 역행하는 주택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골프 유머에 보면, 고수는 본 데로 공을 보내고, 하수는 친 데로, 초보는 걱정한 데로 공이 간다고 한다. 집값이 걱정하는 데로 가고 있다.

공수처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일부를 개정한다고 한다. 현 공수처법은 야당의 동의 없이는 처장임명을 어렵게 만들고 있어 견제와 균형을 실현한다고 했는데, 야당의 동의가 없거나 참여가 없으면 의장이 이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한다.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나라가 됐다. 씁쓸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서, 대통령 방문일자를 기준으로 절차를 달리하겠다고 한다. ‘방문일자 기준’은 매우 부당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근로자의 안정성’ 실현이 목적인데, 방문일자 기준은 목적실현과 무관하며, 차별의 정도(면접이냐 시험이냐) 또한 적정하지 않다. 대통령 방문일자를 3월 또는 7월로 가정해보면, 4월 비정규직은 방문일자가 3월이면 구제가 안 되지만 7월이면 구제가 된다. 이와 같이 ‘방문일자라는 우연’을 가지고 차별을 하는 것은 공사 사장만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 전개다. 공기업 사장에 대한 대우가 워낙 좋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만, 씁쓸하다. 취준생의 기회 사다리를 걷어차는 역차별은 고려하지도 않았다.

벌써 3차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3차 추경안은 2차 추경안의 3배나 된다고 하는데, 필요하다고 하니, 급하다고 하니, 안되면 죽는다고 하니, 그러려니 한다만, 그 규모가 35조에 이르며 1, 2차 추경 모두 합쳐 60조라고 한다. 상당 부분이 국채발행에 의존하는 것인데, 정부에 대한 재정통제도 없고, 재정 파탄도 염려돼, 씁쓸하다.

진보는 권력에 포섭되지 않고 순응하지 않으며 권력과 거리를 두면서, 자신의 가치를 지향한다. 집권 정부가 진보 성향이라도 그래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진보는 자신의 이념을 상실했고 국가주의에 매몰돼 있으며, 또 다른 기득권층인 ‘진보 꼰대’가 되고 있다. 다 그런 거지만, 너무 쉽고 빨리 변신하고 있어, 씁쓸하다. 승리가 곧 정의라는 자기기만에 빠지게 되면 진실을 외면하게 된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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