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임영웅의 차별적 존재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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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임영웅의 차별적 존재가치

    • 입력 2020.06.23 16:41
    • 수정 2020.06.23 17:47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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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진(眞)을 차지한 임영웅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기존 트로트에서 없던 문화를 임영웅이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스터트롯’이 대박을 친 것은 트로트의 신파성을 조금 걷어내고 트로트 영역에서 아이돌 팬덤 문화까지도 받아들이면서 ‘레트로’와 ‘뉴트로’를 제대로 해석해 트로트 신드롬과 트로트 르네상스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트로트 발라드나 트로트 댄스 등으로 트로트를 좀 더 넓게 해석했다. 이런 건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 ‘아침마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기획이다.
     
    트로트를 좀 더 넓게 해석했다는 평가의 중심에 임영웅이 있다. 임영웅은 발라드를 부르다 트로트 가수가 됐다. 말하듯이 노래를 툭 부르고 여백의 미를 잘 살린다. 발라드 감성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그가 부르는 트로트는 또 다른 감성을 자아낸다.
      

    그런가 하면 임영웅은 트로트 가수로서는 이례적으로 음원에서도 강자다. 멜론 차트 100위 안에 무려 6~8곡이 상주해 있다. 트로트 가수의 음원차트 올킬급(級)은 극히 이례적이다. 아이돌도 쉽지 않은 성적이다. 트로트 가수가 강한 곳은 행사(공연)다.
     
    지난 4월 21일 ‘멜론TOP100’ 차트에 오른 임영웅의 곡은 조영수 작곡가가 써준 신곡 ‘이제 나만 믿어요’(32위)를 비롯해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45위), ‘바램’(61위), ‘보랏빛 엽서’(77위), ‘배신자’(98위), ‘일편단심 민들레야’(99위) 등이다.
     
    당시 임영웅을 제외하고 ‘미스터트롯’ 출연자 중에서 100위 안에 든 노래는 영탁의 ‘찐이야’(69위)가 유일했다. 엄청난 팬덤을 지닌 송가인의 100위 내 진입곡은 하나도 없었다. 트로트가 인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음원차트의 생태와 트로트의 소비지점이 달라서다.
     
    그런데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6월 23일 임영웅의 노래 중 ‘멜론TOP100’ 안에 포함된 곡은 무려 10곡이나 된다. 오히려 4곡이 더 늘어난 것. ‘이제 나만 믿어요’(32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50위), ‘바램’(55위), ‘보랏빛 엽서’(64위), ‘뽕숭아학당’에서 선보인 ‘응급실’(71위), ‘일편단심 민들레야’(76위), ‘두 주먹’(78위), ‘배신자’(79위), ‘미워요’(80위), ‘계단 말고 엘리베이터’‘(84위) 등이다. ‘이젠 나만 믿어요(piano by 조영수)(92위)까지 포함하면 11곡이 100위안에 들었다.
     
    임영웅의 음원 강세 현상을 단순히 남녀 팬덤 차이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물론 여성 팬덤이 남성에 비해 음반 구매와 ‘스밍&총공’ 등 집단 행동력에서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설명이 안 된다. 그렇다면 다른 ‘트롯맨’도 임영웅과 비슷한 현상이 나와야 한다.
     
    여기서 임영웅 음악의 차별적 성격과 그것을 소비하는 팬들의 감성을 논해야 한다. 임영웅은 지난 4월 3일 신곡 ‘이제 나만 믿어요’가 발표와 동시에 음원차트를 뒤흔든 바 있다. 트로트곡이 발표와 동시에 음원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히트한 트로트곡도 발표 때는 조용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귀에서 귀로,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며 국민가요급이 된다.
     
    하지만 임영웅의 경우, 발표와 동시에 음원차트 상위권이었다. 팬덤을 몰고 다니는 스타성과 가창력을 겸비해서라고 단순하게 말하기보다는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갈 때가 됐다. 임영웅의 노래는 듣는 사람을 빨려 들어가게 할 때가 있다. 계속 듣고 싶게 하는 중독성은 음원차트에는 절대 유리하다.
     

    임영웅은 과장 없이, 강약과 완급 조절로만 노래를 부른다. 절규톤 등 기교를 사용하지 않는다.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만큼의 감정을 사용한다. ‘바램’ ‘보랏빛 엽서’ 등은 모두 그렇게 불렀다. 일단 이런 가수의 팬이 한 번 되면 오래간다. 정석 플레이가 오래 살아남는다는 말과 비슷하다. 겸손한 임영웅의 모습도 이런 점과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만든다.
     
    이런 정석 플레이의 기반 위에서 임영웅이 ‘사랑의 콜센터’에서 부른 남미 음악 ‘데시파시토’는 하나의 별미다. ‘데시파시토’는 끈적거리는 느낌이 날 수 있는데, 하나도 느끼하지 않은 임영웅이 가사 내용이 야한 ‘데시파시토’를 지나치게 관능적이지 않도록 적당한 감성으로, 맛깔나게 그리고 유쾌하게(잔망미) 소화해냈다.
     
    임영웅의 창법은 진정성 있는 목소리가 섬세한 감성 사운드와 잘 어우러져, 듣는 이들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고 깊은 감동과 울림을 선사한다. 그렇게 해서 임영웅은 ‘바램’을 딱 한 번 부르고도 노사연의 ‘바램’을 임영웅의 ‘바램’으로 바꿔놓았다.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공부한 임영웅은 원래 발라드를 부르기도 했는데, 발라드로는 수상하지 못하다가 트로트를 부르면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고 이제는 트로트 가수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스터트롯’에서도 보여줬듯이, 그 특유의 말하듯이 편안하게 부르는 스타일이 호평을 받고 있다. 발라드와 스탠다드팝 등을 두루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은 트로트 가수 임영웅. 그래서 팬 베이스도 중년부터 젊은 여성까지 폭넓은 편이다.
     
    송가인 굿즈는 ‘돋보기안경’ ‘효자손’ ‘안마기’ 등 어르신을 향하고 있는 데 반해 임영웅의 팬은 젊은 여성도 많다. 발라드를 좋아하던 우리 ‘누나’들이 그렇게 해서 임영웅의 트로트에도 푹 빠지게 됐다. 이 같은 요인들은 임영웅을 유난히 음원에 강한 가수로 만들고 있다. 
     
    속삭이듯 말을 건네는 듯 차분하게 노래를 부르며 절제미를 발휘, 노래의 맛을 살려내는 임영웅은 긍정적이고 활달하면서도, 시종 겸손을 잃지 않는 태로로 팬들의 사랑을 오래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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