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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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식구

    • 입력 2020.06.24 06:50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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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 구

                         송 경 애

     

    벌레가 먹다 남긴 아침 식사

    케일 잎을 내가 먹는다

    우린 전생에 한 솥밥 식구였나 보다

    둥그런 아침 밥상에 

    해가 따라 와 같이 앉는다

    *송경애:2003문학예술등단.*시집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 춘천청춘합창단지휘자.

     
     
    이영춘 시인

    식구(食口)라는 말! 비록 한자에서 나온 말이지만 ‘밥을 함께 먹는 입’이란 뜻으로 참 정겹게 다가옵니다. 그렇습니다. 밥을 같이 먹는 ‘입’ 속에는 ‘가족’이란 의미도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 사회에서는 ‘식구’란 이름으로 항상 ‘입들이 모여 앉아 같이 밥을 먹었습니다. 남성들은 겸상으로. 여성들과 아이들은 두레 반상에서 이 밥을 통해 묵묵히 가족애를 형성했습니다. 입들이 모여 앉아 아이들 교육도 은연중 익히게 했습니다. 그 시간은 엄숙했지만 효를 배우고 예를 배운 입들이었습니다. 

    이 시 ‘식구’는 화자가 벌레와 같이 밥을 나눠 먹고 있습니다. 핵가족화된 현대 사회에서 자녀들도 다 집을 떠나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롯이 단 둘 아니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두레반상은 고사하고 ‘혼밥’(혼자먹는밥)이 유행어가 됐습니다. 객지에 나가 있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집에 남아 있는 부모는 부모 대로 혼자 밥을 먹는 이들이 많습니다. 

    얼핏 보면 참 쓸쓸합니다. 혼자 밥을 앞에 놓고 목이 메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특히 해가 너울너울 지는 어스름 저녁 무렵, 혼자 밥그릇을 앞에 놓고 멍한히 먼 산 바라보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고독한 단독자의 형상입니다.

    그런데 이 시의 화자는 그런 외로움의 밥이 아니라, 벌레와 같이 나눠 먹는 존재 양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심상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외롭지 않습니다.

    게다가 둥그런 해까지 불러와 앉힐 수 있는 심상이 참으로 넉넉하게 비춰집니다. 혼밥으로 홀로 사는 사람이 많은 이 시대에, 또 요즈음 같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거리 두고 밥 먹기’가 권장되는 시대입니다. 비록 야생 벌레와의 교감이지만 화자의 따뜻한 정서를 엿볼 수 있어서 풋풋한 정과 여유를 새삼 공유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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