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이효리, 왜 여전히 ‘핫’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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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이효리, 왜 여전히 ‘핫’할까

    • 입력 2020.06.17 06:50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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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올여름 특별한 혼성 댄스그룹이 데뷔한다. 유재석, 이효리, 비(정지훈)로 구성된 ‘싹3(SSAK3)’라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이들은 요즘 소속사인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오는 7월 데뷔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세 사람의 흥과 끼, 에너지는 요즘 데뷔하는 젊은 가수들 못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핫’하다. 유재석은 ‘유산슬’ 등 다양한 ‘부(副)캐’를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고 있고, 이효리는 여전히 극강의 엔터테이너다.
     
    노래와 영화, 드라마까지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흥행 참패로 인기가 떨어졌던 비는 옛날 사람, 아저씨라는 이미지가 생겼지만, 요즘 ‘1일 3깡’에 이어 ‘1일 7깡’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역주행의 아이콘이 됐다.
     
    이효리의 활약은 거침이 없다. 토크가 모두 살아있다. 비가 “우리 팀이 월드로 진출하냐”고 묻자 이효리는 “너 월드 좋아하더라. 아직도 그 버릇 못 고쳤니”라고 한다. 성(性)적인 이야기조차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무안함은 유재석과 비의 몫이다. 비는 어디 가서 말로 밀리는 멤버는 아닌데, 여기서는 경청 모드다.
     
    이효리는 지난 2003년 솔로 1집 ‘텐미닛’으로 KBS 가요대상을 수상했다. 이때는 스포츠지 연예부에 이효리 담당기자가 있었다. 연예기자들이 스타들의 동태를 체크하기는 하지만 전담 마크 기자를 두는 경우는 효리가 유일했다.
     
    이효리는 그때와 17년 후인 지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체불가 존재감이라는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달라진 것은 그때는 기획이자 콘셉트였다면 지금은 리얼이고 ‘찐’이라는 점이다.

     

    당시 이효리의 ‘강요된 섹시미’는 잘 통했다. 여성스타에게 섹시미의 남용은 위험할 수 있다. 노골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만 추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효리에게는 고급스러운 기획이 더해졌다. 애니콜 CF는 그 결정판이다. 이서진과 함께 나온 1편 ‘작업중’과 몸을 살랑살랑 흔들며 유혹적인 춤을 선보인 2편 ‘댄서’에 이어 이효리 섹시미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3편 ‘골목길’이 모두 히트했다.
     
    이효리의 ‘남성 지배형 섹스어필’은 얼핏 과도한 자신감으로 무장한 듯 하지만, 내용과 메시지가 있다. 이는 ‘내숭 떨지 말 것’ ‘속에 있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할 만큼 당당할 것’이라는 당시 시대 조류와 맞아떨어지면서 힘을 얻었고, 유통기한을 팍팍 늘릴 수 있었다. 이게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통했기에 ‘이효리 신드롬’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기획상품이라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10대 걸그룹 핑클로 출발한 이효리는 요정→소녀→커리어우먼→섹스어필의 기획과정을 무난히 넘기며, 기획스타 유통기한의 최대치를 보여줬다.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 와도, 더 이상 변화를 주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귀여움과 청순함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럴 즈음 이효리는 은퇴를 했다.

     

    세월이 흘렀다. 그러다 방송에서 불러주길 기다리는 왕년의 스타가 된다. 흘러간 스타는 불러줘도 추억팔이 외에는 딱히 할 게 없다. 하지만 이효리는 달랐다. 기획이라는 옷을 벗어던지고 자연과 생태적, 아날로그의 삶을 살았다. 그러면서 그런 삶의 경험을 더욱 구체화하고 내면화했다.
     
    디지털로 정신까지 복잡해진 요즘 사람들에겐 이효리의 단순한 삶이 오히려 좋은 콘텐츠가 됐다. 대중에게는 선택하고픈 라이프스타일로 다가온다. 이효리에게 요가를 배우는 것은 ‘로망’이다. 이는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저택에 살면서도 이효리 민박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이효리의 대담하고 독보적인 멘트는 자극성보다는 좀 더 솔직해지자는 말로 들린다. 일종의 인터넷 밈(meme)이자 조롱의 유희문화가 탄생시킨 ‘깡’ 열풍의 당사자인 비에게 “지훈아, 난리 났더라. 너 괜찮아? 속상하지 않니? 너 멘트가 똑같다”라고 말하는 이효리는 꽤나 자연스럽다.
     
    대중은 그런 ‘진짜배기’ 이효리를 좋아한다. 옛날 가수처럼 행동하면서도 요즘 트렌드와 스타일을 꿰뚫고 있는 것도 이효리의 강점이다. 돈 떨어질 때쯤이면 다시 방송에 나오는 게 아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대중심리와 통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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