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퇴계천길 침수구역에 배전함 설치...폭우시 감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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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퇴계천길 침수구역에 배전함 설치...폭우시 감전 '위험'

    • 입력 2020.06.08 06:55
    • 수정 2020.06.09 06:48
    • 기자명 방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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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퇴계천 전경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 퇴계천 전경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 퇴계천 침수 발생 구역 산책길에 가로등과 배전함이 설치돼 여름철 홍수 발생 시 감전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춘천시는 올해 1월부터 시민들에게 휴식과 여가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퇴계천(무릉교)~공지천(석사동) 1088.4m 구간에 시비 7억을 들여 보안등과 CCTV 등이 설치된 산책로를 조성했다.

    하지만 강과 산책로의 높이 차이가 1m밖에 나지 않아 여름철 강우 시 침수가 자주 발생하는 구간임에도 일부 구간에 감전 위험이 있는 가로등과 배전함이 설치돼 시민들이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부산에서 밤새 39.5mm의 집중호우가 내린 2005년 6월 1일, 한 20대 여성이 동래구의 인도를 걸어가다 가로등 옆에 고인 물을 밟고 감전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춘천 퇴계천 산책로에 설치된 배전함과 가로등. 
    춘천 퇴계천 산책로에 설치된 배전함과 가로등. 

    이에 앞서 1999년 8월 2일 부산시 사하구 낙동강 하구 교량입구에서 20대 여성이 가로등 단전함 덮개를 밟고 감전돼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단전함 밑에 깔린 전기배선 중 일부가 피복이 벗겨진 상태로 철판 덮개에 붙어 있었고 이날 내린 비로 여성의 슬리퍼가 젖어 있어 사고가 발생했다.  

    이 같은 위험성은 통계자료에도 잘 드러난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발생한 감전사고 사망자 총 2810명 중 988명이 6~8월 비가 잦은 여름철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가 올 때 외부 물체에서 전기가 노출되면 전류량이 평소의 500배나 폭증해 목숨을 잃을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춘천 퇴계천에 설치된 배전함 안에 전선과 기구들이 들어있다.
    춘천 퇴계천에 설치된 배전함 안에 전선과 기구들이 들어있다.

    현재 퇴계천 산책로의 배전함 역시 지나가는 시민이면 누구든 열 수 있게 방치돼 있었으며 CCTV 설치에 사용될 전선과 전기기구 등이 담겨 있어 감전의 위험성을 높였다. 

    박모(퇴계동)씨는 "확실히 비가 많이 오면 위험할 것 같다"면서 "반대편 구간 같이 제방에 보안등과 CCTV를 달았으면 더 안전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산책을 나온 정모씨 역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등과 CCTV를 설치한 것은 좋지만 침수 구간에 굳이 가로등을 설치한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춘천 퇴계천길 터널 입구의 모습. 강우 시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걸려 있다.
    춘천 퇴계천길 터널 입구의 모습. 강우 시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걸려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춘천시 관계자는 "여름철 폭우가 내리면 공무집행원을 배치해 아예 산책로의 접근을 막을 예정"이라며 "가로등의 경우 감전에 대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컨트롤 박스를 지주 최상부에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원격 전기차단 시설을 설치해 가로등의 전원을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배전함 역시 이달 중 해당 자리에 CCTV가 공사가 진행되면 없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퇴계천길에 제방등이 아닌 가로등 방식으로 보안등을 설치한 것은 밝기를 좀 더 높여 시민들의 안전을 더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MS투데이 방정훈 기자 hito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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