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째 소음전쟁 신북읍 율문리] 1. "춘천시가 버렸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60년째 소음전쟁 신북읍 율문리] 1. "춘천시가 버렸다"

    군 소음법 개정으로 다시 주목받는 춘천 대표 군소음피해지

    • 입력 2020.06.05 06:55
    • 수정 2021.03.29 16:44
    • 기자명 윤왕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0년째 소음 피해를 입고 있는 춘천 신북읍 율문리의 한 우사가 창고로 변해있다. 60평대인 이 우사에는 수십마리의 소가 사육됐으나 발육부진, 유산 등으로 소를 키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사진=윤왕근 기자)
    60년째 소음 피해를 입고 있는 춘천 신북읍 율문리의 한 우사가 창고로 변해있다. 60평대인 이 우사에는 수십마리의 소가 사육됐으나 발육부진, 유산 등으로 소를 키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사진=윤왕근 기자)

    "여기는 도지사도 시장도 버린 마을이에요. 보상이요? 다 필요없으니 부대만 옮겨주세요."

    4일 찾은 신북읍 율문리 일대에는 '재산권 침해하는 군 소음법 즉각 철회하라'와 같은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어있었다. 춘천의 대표적 군 소음피해지인 해당 마을은 최근 '군용비행장과 사격장 피해보상에 관한 법률' 일명 군 소음법 이슈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해당 마을은 마을 한복판에 위치한 육군 항공단으로 인해 60년 이상 헬기소음 피해를 입고 있다. 헬기소음으로 주민들이 이명이나 정신착란, 집중력 저하, 불면증 등 건강이상을 보이거나 소 등 가축의 발육부진이나 유산 등의 피해로 생업에도 지대한 피해를 당하고 있다. 헬기 이착륙 진동으로 기왓장이 내려앉는 피해는 피해 축에 끼지도 못할 정도다.

    최근 '귀촌 붐'으로 율문리 인접 지역은 평당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토지가 거래되고 있지만 이곳은 수 십년째 20만원 대에 멈춰있어 경제적 손실 때문에 이사를 갈 수도 없다.

    주민들은 국방부와 정부라는 공룡을 상대로 수 십년 간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주민 백종근(70)씨 자택은 해당 부대 담벽을 5m 앞에 두고 있어 매일 굉음을 들으며 살고 있다.

    춘천의 대표적인 군 소음 피해지인 신북읍 율문리의 한 주택에서 소음 측정 앱으로 직접 측정해본 마을 헬기소음은 85데시벨(db)에 이르렀다.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의 대표적인 군 소음 피해지인 신북읍 율문리의 한 주택에서 소음 측정 앱으로 직접 측정해본 마을 헬기소음은 85데시벨(db)에 이르렀다. (사진=박지영 기자)

    각종 민원·청원, 대책위 활동과 언론매체 인터뷰도 수백번은 했다는 백종근(70) 씨는 "이제는 지쳤다"며 말을 아끼다가도 이내 억울한 지난날이 생각나 격언을 토해냈다. 백씨가 가장 격노하는 것은 해당 사안에 대한 춘천시의 태도다.

    백씨는 "우리와 같은 피해를 입고 있는 양구의 경우 조인묵 군수가 국회 국방위원장에게 건의문도 보내고 시위에도 직접 나섰다"며 "반면 현 춘천시장은 선거 당시 헬기소음 피해를 해결하겠다고 온동네에 현수막을 붙여놓고 공언하더니 당선 이후에는 입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춘천시가 해당 사안에 대해 외면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헬기굉음 피해를 도저히 견디지 못했던 주민들은 해당 부대가 이전할 수 있도록 춘천 내 대체 부지까지 직접 물색했다. 이를 상생협의회를 통해 국방부에 의견을 전달, "작전수행 상 결격사유가 없으면 검토해보겠다"라는 긍정적인 답변도 얻어냈다.

    춘천의 대표적 군소음 피해지인 신북읍 율문리의 한 주택 벽에 심한 금이 가 있다.(사진=박지영 기자)
    춘천의 대표적 군소음 피해지인 신북읍 율문리의 한 주택 벽에 심한 금이 가 있다.(사진=박지영 기자)

    이에 주민들은 허영 당시 4.15 총선 춘천갑 당선인에게 이 같은 의견을 전달, 허 당선인이 지난달 15일 이재수 춘천시장과의 간담회에서 대체부지안을 언급했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백씨는 "이 자리에서 해당 안을 받아든 시장이 아무 논리도 없이 '곤란하다'며 단칼에 거절했다고 들었다"며 "대통령 탄원서 전달 등도 춘천시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어 다른 루트를 통해 힘겹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유운종 신북읍 항공대 소음대책위 사무국장은 "사실 이런 대책위 활동이나 청와대 의견 전달 등 반대활동은 누구보다 지자체가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나서야 하는 것"이라며 "전 국회의원 역시 마을행사 때나 와서 마이크를 잡고 소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더니 8년의 재선 임기 중 단 한번 만나봤을 뿐 만남 자체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유 사무국장은 "군 소음법으로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며 "60년 동안 헬기소음을 듣고 산 주민들에게 보상금 같은 것 필요없다. 빨리 부대를 이전시켜서 인간답게 살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윤왕근 기자 wgjh6548@hanmail.net]

     

     

    '군소음법' 신북읍 율문리 항공부대 인근 주민들 뿔났다

    [영상 박지영 기자 ji8060@naver.com]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