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옥수수 양말' 이태성 더뉴히어로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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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옥수수 양말' 이태성 더뉴히어로즈 대표 

    • 입력 2020.06.05 06:55
    • 수정 2023.09.07 12:51
    • 기자명 방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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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고유 자원을 사업화, 대안적인 자영업 생태계를 제안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돕기 위해 ‘우리동네 크리에이터’를 연중 기획으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콘삭스에서 판매하는 옥수수 섬유 양말. (사진=콘삭스)
    콘삭스에서 판매하는 옥수수 섬유 양말. (사진=콘삭스)

    최근 코로나19 등 새로운 질병이 전세계를 휩쓸며 새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니멀라이프 같은 생활 양식은 물론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움직임도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움직임의 최선두에 있는 사회적기업이 춘천에도 있다. 바로 옥수수 섬유를 사용한 '콘삭스'를 운영하는 이태성(37) 더뉴히어로즈 대표다. 

     

    이태성 더뉴히어로즈 대표. (사진=방정훈 기자)
    이태성 더뉴히어로즈 대표. (사진=방정훈 기자)

    이 대표는 2009년 당시 착한 일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내용의 한 신문기사를 읽고 처음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당시 영화와 다큐를 촬영하면서 시골 어르신들을 상대로 상영회를 개최하는 일을 하던 그는 '착한 일을 하는데 왜 돈은 못 벌까'라는 회의감에 직장생활을 택했다. 

    그러던 중 과로로 몸이 망가져 춘천으로 내려왔다. 이후 창업을 계획,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 기관의 도움으로 2011년 초부터 옥수수 섬유를 이용한 양말 제작에 매달렸다. 구멍난 양말로 팔토시를 만들어 사용하시는 아버지를 보고는 과거에는 소중하게 어겨졌지만 지금은 쉽게 버려지는 소재를 활용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해 생각한 결과다. 

     

    옥수수 섬유를 이용한 양말이 생산되고 있는 모습. (사진=더뉴히어로즈 제공)
    옥수수 섬유를 이용한 양말이 생산되고 있는 모습. (사진=더뉴히어로즈 제공)

    이후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2012년 말에 상품화에 성공, 다양한 유통 채널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옥수수 양말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한두번 착용 후 구멍이 나는 등 소재의 문제가 드러났고, 수많은 고객들의 항의와 마주했다.

    그는 "초창기엔 유명 백화점이나 대형 의류 쇼핑 플랫폼에 러브콜을 받는 등 인기를 누렸지만, 제품 개발이 처음이다 보니 한번 신으면 구멍이 나는 등 애로점이 많았다"며 고충을 회상했다.

    당시 이 대표와 직원들은 구멍 난 양말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궁리하다가 유엔난민기구에서 지정한 긴급구호물품 중 한가지인 '인형'을 만드는 데 재활용하고 있다. '코니돌'이라고 불리는 이 인형은 가지고 놀다가 해진 후 땅에 묻으면 그 자리에서 옥수수가 자라나 아프리카의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현재는 월드쉐어의 해외지부 30여곳을 중심으로 배포되고 있다.

    초창기 때 발생한 소재의 문제점을 보완해나간 옥수수 양말은 점차 인기를 끌며 매년 20%의 매출 신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올해는 1분기 만에 작년 1~3분기 매출액을 넘어섰다. 

     

    콘삭스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양말들.
    콘삭스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양말들.

    이러한 인기 비결 중 하나는 일반 합성양말로 인한 아토피 등의 피부 트러블을 예방한다는 점이다. 또 세탁 후 더 빨리 건조되고 땀 배출이 용이하다. 감촉 역시 보들보들한 실크를 연상케 할 정도로 부드러워 발을 편하게 해준다. 더욱이 착용 후 땅에 버려져도 6개월에서 1년 정도면 완전히 분해돼 환경에 아무런 악영향이 없다.

    이와 함께 알록달록한 색감과 아기자기한 디자인은 홍콩디자인센터가 주관한  2013년 아시아어워드(DFAA) 우수상 수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2014년에는 미국 세계공정무역상표기구(FLO)의 인증마크도 받았다.

    이 대표는 옥수수 양말의 판매가 본격화되자 사회 지원활동에도 활발히 나섰다. 과거 5년간 판매 수익금의 10%를 국제옥수수재단에 기부하고, 재단은 아프리카 최빈국에 사는 한 사람이 1주일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의 옥수수 종자와 양수기 등의 관개시설을 갖추도록 도왔다.

    또 2013년 4월 붕괴된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인근의 라나 플라자 빌딩에서 근무하던 생존 의류 노동자들의 복구와 자립을 돕기 위해 2016년부터 1년 반 동안 코이카, 아름다운가게 등과 함께 재활 교육과 의류 디자인 등을 지원했다.

     

    콘삭스에서 진행 중인 'STAND UP: 희망을 신다' 프로젝트 
    콘삭스에서 진행 중인 'STAND UP: 희망을 신다' 프로젝트 

    현재는 양말 1켤레를 구매하면 1켤레가 노숙인에게 전달되는 'STAND UP: 희망을 신다'라는 프로젝트를 6년째 진행 중이다. 노숙인들은 대부분의 옷을 자선 단체 혹은 기업으로부터 기부받아 입게 되는데, 양말은 기부되지 않아 발에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다는 걸 알고는 기부를 결심했다.

    그의 이러한 마인드는 회사 운영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고객이 제품에 대한 작은 불만이라도 있으면 친절한 대응은 물론이고 신속하게 교환을 해주는 등 제품을 구입한 고객이 최대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그의 운영 철학이다. 

    이 대표는 "저를 지지해주는 회원들의 경우는 놓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면서 "그 일환으로 패밀리 회원인 분들은 저희 상품을 2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하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한 그의 바람은 단순한 의류 회사보다는 환경이나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떠한 솔류션이나 디자인을 제안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이 점차 바뀌어서 현세대뿐 아니라 후손들이 살기 좋은 미래를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목표다. 

     

    실버라이닝에서 판매되는 타월
    실버라이닝에서 판매되는 타월

    이 대표는 이 같은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작년 8월 은 소재 의류를 제작·판매하는 '실버라이닝'이라는 회사를 새로 설립했다.

    실버라이닝에서 판매하는 티셔츠, 속옷, 양말, 타월 등은 은 99%를 360도 코팅한 기능성 섬유와 3년간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된 유기농 면을 혼방한 원단을 사용해 제작됐다. 

    티셔츠 개발에 앞서 올해 초 크라우드펀팅에 내놓은 양말과 타월, 속옷 시제품도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다. 두 차례에 걸친 펀딩에서 목표금액의 2000%가 넘는 총 6400만원을 모은 것. 

     

    실버라이닝에서 제작·판매되는 의류의 특장점.
    실버라이닝에서 제작·판매되는 의류의 특장점.

    은 섬유는 땀으로 번식하기 쉬운 박테리아의 세포벽을 무너뜨려 악취를 제거하고 상쾌한 느낌을 유지시켜주기 때문에 일주일 간 세탁을 하지 않아도 쾌적한 착용감을 자랑한다. 특히 섬유제품으로 인한 환경문제의 2분의 3은 세탁과 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세탁 횟수를 현저히 줄임으로서 환경 오염을 최소화한다. 

    이 대표는 "1년 전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환경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우리가 바라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정치나 정책이 아닌 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제품 차이가 크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작은 기업이 그들의 가치관으로 탄생시킨 제품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좀 더 빨리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MS투데이 방정훈 기자 hito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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