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세상읽기] 대한민국 개조 위한 국민발안제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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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의 세상읽기] 대한민국 개조 위한 국민발안제 꼭 필요하다

    • 입력 2020.06.04 06:50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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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국민발안을 허용하는 헌법개정안’(이하 국민개헌발안제)이 끝내 불발로 끝났다. 여당과 야당의 일부 의원이 함께 발의한 것인데, 통합당의 협조가 없어 실패했다. 지금의 통합당은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라 이해는 하지만, 해야 할 일이었기에 매우 아쉽다.
     
    국민발안이란 국민이 국정의 주체가 돼 국민의사를 국정에 직접 투입하는 창구가 되는, 직접 민주주의의 구체적 실현형태의 하나다. 국민발안은 우리 헌정사에서 1954년 제2차 개헌에서 처음으로 도입됐는데, 1972년 유신 헌법에서 죽임을 당했고, 1980년 제5공화국 헌법과 1987년 현행 헌법에서도 국민발안을 불허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는 헌법개정의 발의 제안은 대통령 또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로만 가능하다. 

    일부 보수언론이나 야당에서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국민발안 헌법개정은 물론 일반적 헌법개정논의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인데, 올바른 자세인지 점검해봐야 한다. 물론 현 시국이 코로나19의 극복을 위해 국가의 모든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시점이기에 개헌논의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은 충분히 이유 있다. 그러나 전혀 불가능한 상황인지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면서도 국민발안 헌법개정은 충분히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개헌발안제가 꼭 필요한 이유는 첫째, 국민이 피치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자의 적극적 지위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발안은 국민이 국가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된다. 국민개헌발안제는 헌법의 내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헌법의 개정절차를 바꾸자는 것이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만이 발의할 수 있는데, 어느 쪽도 개헌을 추진하기에 매우 부적절한 구조로 돼 있다. 따라서 국민개헌발안제는 지금의 두 갈래 헌법개정의 통로를 단순히 하나 더 늘리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만일 국민발안이 허용된다면 일정 수(약 100만명) 국민이 개정을 발의할 수 있어, 국가를 ‘자주, 제때’ 움직이게 해주고 국가에 ‘넘치는 필요한 활력’을 제공해준다.
     
    둘째, 헌법을 부분적으로 자주 고칠 수 있게 한다. 정치권은 일반적으로 전부개정을 선호한다. 문재인 정부도 여당도 야당까지도, 심지어 헌법학계나 시민단체 역시 전부개정을 원한다. 30년 넘게 헌법을 바꾸지 못했고, 앞으로도 헌법개정은 매우 어렵기에 한번 개정할 때 많은 부분을 고치려 하는 심정은 이해된다. 그러나 적절치 않다. 헌법은 부분개정이라야 한다. 전부 개정을 하려면, 여야의 의견일치를 보기 어렵고, 다양한 이해관계의 상충을 조절하기 어렵게 돼 결국에는 꼭 필요한 부분도 개정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만일 국민개헌발안제가 허용되면 부분적으로 고쳐나가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대통령의 임기를 4년에 1차 중임으로 하자는 개정은 합의도출이 어렵지 않다. 또 제왕적 대통령제의 단점도 일부개정을 통해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국정원장’과 같이 주요 권력기관의 장 임명에 국회의 동의를 요하게 하는 개정은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될 수 있다.
     
    셋째,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만큼 개정하게 해준다. 헌법개정의 요건이 매우 어렵고,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고 충돌하다 보니 헌법개정은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독일과 일본의 예를 보면, 두 나라 헌법 모두 2차 대전 이후에 만들어졌으니 우리와 헌법의 역사가 비슷한데, 독일은 60번이나 부분개정을 하면서 헌법이론과 헌법현실을 일치시켜왔고, 꾸준히 국가를 개조해왔다. 

    반면 일본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 헌법개정도 없이 운영되고 있다. 필자는 일본보다는 독일과 같이 필요할 때마다 부분적으로 꾸준히 개정하는 방법을 적극 지지한다. 일본은 정부에 대해 맹목에 가까울 정도의 신뢰를 보내는 사회여서, 우리에게 큰 참고가 되지 못한다. 국민이 발의한 개헌안도 국회를 통과해야 하므로 대의제의 정신도 유지되고, ‘특정 안건’에 대해 찬반을 묻는 것이어서 논의도 간편하고 의견을 모으기가 훨씬 용이하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전체 국민의 뜻에 따라 정해지므로 국민주권의 원리도 충족시켜 준다.

    넷째, 국가를 점진적으로 개조시켜 준다. 국민이 원하는 내용을 부분적으로 꾸준히 개정해 나간다면 우리가 원하는 우리의 ‘K-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일부 보수언론이나 정개모(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들의 모임)는 국민개헌발안제를 직접민주정치의 폐단으로 보고 있는데 정확한 시각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대의제를 경시하는 것에는 필자 역시 비판적이지만, 공론화위원회와 국민발안은 그 차원이 다르다. 전자는 일부 시민만 찬성하는 것이지만, 후자는 일부 국민이 발의하지만 국회와 전체 국민의 의사를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겐 국민개헌발안제보다 더 중요한 국가개조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입이 필요하고 시급하기까지 하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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