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마을버스 개편 첫날…"환승·이동시간 늘어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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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마을버스 개편 첫날…"환승·이동시간 늘어 불편"

    • 입력 2020.05.29 14:34
    • 수정 2021.05.13 14:36
    • 기자명 방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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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전 춘천 중앙시장 버스환승센터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사진=이정욱 기자)
    29일 오전 춘천 중앙시장 버스환승센터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시가 읍면 주민들의 교통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마을버스 운행방식을 개편했지만 오히려 춘천시민들은 변경 전보다 더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경우 환승 횟수가 늘어나 오르고 내릴 때 고통을 호소했고, 목적지까지의 이동 시간도 더 늘어나 다시 시내진입 노선을 늘려달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춘천시는 29일부터 △읍면 ↔ 시 외곽의 운행방식 변경 △운행횟수 및 운행지역 확대 △마을버스 환승을 위한 시내버스 노선 조정 △실내형 환승장 설치 등 마을버스 운행방식을 개편했다. 

    우선 읍면과 중앙시장을 오갔던 기존 마을버스를 읍면과 시 외곽을 오고 가는 것으로 변경했다. 단, 각 노선 편도 기준으로 하루 2회씩은 읍면동에서 중앙시장으로 진입하도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읍면에서 출발한 마을버스가 종착하는 시 외곽지점은 신북읍 행정복지센터와 소양고, 후평동 종점, 초록지붕 아파트, 홈플러스, 칠전대우 아파트, 강촌역 등 7곳이며 이곳에 실내형 환승장을 만들어 냉·난방과 TV, 정수기 등을 설치했다.

    운행 횟수는 하루 413회에서 520회로 늘어났으며 노선도 30개에서 45개로 증설했다. 이와 함께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았던 사랑말, 용산1리, 재취골, 굴지리, 학곡리→동내초, 효장례식장, 혈동1리, 안보2리, 청평사도 추가 운행키로 했다.

     

    5월 말부터 운영 중인 후평동 종점 환승센터. 실내에는 에어컨, 정수기 등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5월 말부터 운영 중인 후평동 종점 환승센터. 실내에는 에어컨, 정수기 등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시는 또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교통카드를 제작, 무료로 배포했다. 이는 노인들이 현금을 내고 버스를 탈 경우 2회 무료 환승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개편된 마을버스 운행방식을 도입한 이날 대부분의 시민들이 시외곽지역에 설치한 환승센터 이용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마을버스 이용객 대부분이 노인들인데다 신체 건강한 시민들 역시 여러 번 환승하는 것을 꺼려했고 많게는 2배 이상 늘어난 이동시간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각 환승장마다 배치된 마을버스 도우미들 역시 갑자기 바뀐 노선과 운행시간에 혼란스러워했고 불편을 호소하는 승객들을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또한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교통카드를 무료로 나눠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와 관련된 안내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현금을 내고 타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춘천 중앙시장 환승센터에서 사북면으로 가는 마을버스에 탑승한 시민들.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 중앙시장 환승센터에서 사북면으로 가는 마을버스에 탑승한 시민들. (사진=이정욱 기자)

    중앙시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손정민(57)씨는 "후평동 종점에서 제 농장이 있는 서면으로 가려 한다"면서 "개편 전에는 정해진 시간에 타서 40분이면 도착했는데, 지금 이미 반도 안 온 상황에서 1시간이 경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몸이 불편해서 농사 일도 제대로 못 하는데 무거운 짐을 들고 2~3번 버스에 오르고 내리고 하느라 일하기도 전에 지친다"면서 "대체 왜 춘천시는 한 두달에 한 번 노선을 개편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춘천 신촌2리에 사는 김남수(80)씨는 "제가 타는 노선은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 가까이 운행하는 버스가 없어서 시내에 나오려면 아침 일찍 나와야 하는 실정"이라면서 "노선이 바뀌어 내리는 곳도 달라졌고 사람들이 많아 앉을 곳도 없다. 춘천시 공무원들은 맨날 승용차만 타고 다니니 우리 같은 서민들의 불편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오전 춘천 중앙시장 버스환승센터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사진=이정욱 기자)
    29일 오전 춘천 중앙시장 버스환승센터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사진=이정욱 기자)

    시 외곽 정류장에서 근무 중인 마을버스 도우미는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어르신들 열다섯분 정도가 이용하신 것 같다"면서 "운행 시간이 변경돼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에어컨과 정수기 등 실내가 쾌적해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셨다"고 설명했다.

    사북면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한 버스기사는 "운행 횟수 증가로 기사들도 갑자기 근무시간이 늘어 힘들다"면서 "저보다도 대부분 승객들이 부모님 뻘이라 자주 오르고 내리시는 것에 대한 죄송스러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막말로 우리야 춘천시에서 시키는 대로 운행하면 된다지만 승객들은 무슨 잘못이냐. 제일 아쉬운 점은 시가 마을버스를 개선할 때 우리 같은 실무자들의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고 참고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춘천시 관계자는 "개편 전 어르신들이 가장 원하셨던 것 중 하나가 마을 구석구석에 좀 더 자주 와 달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짐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시내로 가기 위해 자주 환승해야 하는 불편함은 죄송스럽게 생각하지만, 읍면동 노선 추가와 운행 횟수 증대로 더 다양한 분들의 편의를 높였다"고 전했다.  

    또 "추후에는 배차 간격 조정이 조금 있을지 모르겠지만 노선의 변경은 없을 것"이라며 "오늘은 첫날이라 우왕좌왕 하시는 분들이 많으셨는데, 며칠 정도 적응되면 좀 더 편하게 이용하실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MS투데이 방정훈 기자 hito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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