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개그콘서트’ 중단, 그 이후는 어떻게 되나?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서병기 연예쉼터] ‘개그콘서트’ 중단, 그 이후는 어떻게 되나?

    • 입력 2020.05.26 08:58
    • 수정 2020.05.26 13:34
    • 기자명 칼럼니스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KBS 2TV ‘개그콘서트’가 중단됐다. KBS는 지난 5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개그콘서트’가 달라진 방송 환경,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 공개 코미디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새로운 변신을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고 밝혔다. 6월 3일 녹화를 마지막으로 잠정 중단에 들어간다. 방송가에서는 이를 ‘폐지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코미디 프로그램은 MBC ‘개그야’와 SBS ‘웃찾사’에 이어 ‘개그콘서트’의 폐지로 지상파에서는 완전히 사라지며, 케이블인 tvN ‘코미디 빅리그’가 코미디 프로그램으로서는 유일하게 남게 된다.  

    1999년 9월 4일 시작해 거의 21년간 쉬지 않고 방송돼온 ‘개콘’은 수많은 스타와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의 장을 열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부진을 거듭했다. 시청률이 애국가 시청률보다 못하다는 2%대까지 떨어졌다. ‘개콘’을 이미 떠난 선배들을 대거 투입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안간힘의 시도가 있었지만, 오히려 후배들의 기회도 잃어버리게 만든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지난해 5월 13일 서울 여의도 KBS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1000회 기자간담회에서도 잔치나 축하의 의미보다는 위기론에 대한 질문이 이어져 제작진이 어쩔 줄 몰라하던 상황이 떠오른다. 이날은 ‘개콘’을 시작할 때 출연했던 전유성, 김미화도 나왔다. 전유성은 “후배들이 한 번도 뭔가를 물어오는 전화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당시 연출자인 원종재 PD는 “‘개그콘서트’가 더 이상 새롭지 않다”면서 제작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형식적으로는 플랫폼 환경이 지상파 외에도 케이블이나, 유튜브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웹예능 등 다매체로 바뀌면서 시청자의 코미디에 대한 니즈도 다양해졌다. 내용적으로는 대본을 외어서 만드는 콩트 시대에서 리얼 예능, 코미디 시대로 넘어갔다. 

    그러니 공개코미디 형태인 ‘개콘’만으로는 형식이나 내용에서 다양한 코미디 욕구를 담기 힘들게 됐다. 마치 김병욱 PD의 시트콤인 ‘거침없이 하이킥’의 병맛 유머가 지금은 안 통하는 것과 비슷하다. 

    KBS는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19금(禁)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표방한 ‘스탠드업’을 방송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미국과 달리, 더구나 KBS에서 소재 제한이 만만치 않을 텐데도 그런 시도를 했다는 자체는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가 바뀌었다는 소위 시대 타령을 하는 사이, 경쟁의 양상은 금세 달라진다는 사실은 이미 트로트 사례에서 경험했다.

    KBS는 트로트의 산실이었다.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 ‘아침마당’ 등 트로트 가수들이 놀 수 있는 무대가 충분했다. 하지만 그 꽃은 예상외로 ‘미스터트롯’을 히트시킨 TV조선이 피웠다.

    트로트는 방송가에서 귀하게 여기는 아이템이 아니었다. 소위 널려 있는 소재였다. 서혜진 PD-노윤 작가팀은 마치 봉이 김선달 같은 존재다. 흔한 물을 병에 담아 생수 브랜드를 달고 비싼 값에 팔아먹은 격이다. 서혜진-노윤팀이 SBS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과 재주, 기예(서커스)를 소개한 ‘스타킹’을 함께 만든 힘을 트로트로 다시 한번 시도해 대박을 친 게 ‘미스터트롯’이다.

     

    임영웅은 KBS ‘아침마당-도전 꿈의무대’에서 5연승을 했다. 임영웅처럼 트로트를 하는 젊은 친구들이 한때 KBS 복도에서 많이 보였다. 하지만 이들에게 빛을 내고 광을 내는 건 다른 문제다. 관성적으로 보다 보면 ‘작품’이 되는 건지, ‘물건’이 되는지 알기 힘들다.

    지금 코미디도 트로트와 비슷한 상황에 접어들었다. ‘개콘’을 연출했던 서수민 PD도 JTBC에서 ‘장르만 코미디’를 오는 7월쯤 선보인다. ‘장르만 코미디’는 다양한 재미의 ‘숏폼드라마’로 구성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웹툰, 드라마, 예능, 음악 등 다양한 장르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코미디의 확장성을 추구한다. ‘장르만 코미디’에는 배우 오만석과 김준호, 김준현, 유세윤, 안영미 등의 코미디언들이 출연한다.

    방송을 벗어나 세계 코미디 페스티벌을 무대로 공연해온 넌버블 코미디팀 ‘옹알스’라는 팀도 크게 성장했다. 과거 부산의 경성대 부근에서 윤형빈 소극장을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공연을 해온 윤형빈은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홍대 앞에 윤형빈소극장을 세워 신인을 발굴하고 매년 ‘홍대 코미디 위크’라는 오프라인 공연을 열어왔다.

    이처럼 무대 밖에서의 코미디 활동은 다시 ‘방송 코미디’ 콘텐츠를 공급하는 저수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어 코미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좋은 환경이 된다. 왜냐하면 ‘개그콘서트’도 과거 오랜 기간 화려하게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대학로 소극장 무대라는 인프라가 튼튼하게 구축돼 있었기 때문이다.

    코미디가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건 시청자에겐 좋은 서비스지만, ‘개콘’에서 활약하던 백 명이 훨씬 넘는 개그맨이라는 자원들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KBS의 분발을 촉구한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