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우후죽순 트로트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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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우후죽순 트로트 프로그램 

    • 입력 2020.05.13 06:50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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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트로트가 인기 아이템이 됐다. TV조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대성공 덕이다. 예능 프로그램들도 '트롯맨' 모시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TV조선은 아예 ‘미스터트롯’ 입상자들을 그대로 출연시켜 단순한 포맷을 차용한 스핀오프 프로그램 ‘사랑의 콜센타’로도 20% 넘는 시청률을 올리며 화제성까지 장악하고 있다.
     
    심지어 TV조선이 오는 13일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편성한 ‘뽕숭아학당’의 출연자 일부가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SBS ‘트롯신이 떴다’와 겹친다. ‘뽕숭아학당’은 ‘미스터트롯’의 F4인 임영웅, 이찬원, 장민호, 영탁이 트로트 선배들의 제자로 나오는데, 또다른 출연자들인 붐 김연자 주현미 설운도 장윤정 등이 ‘트롯신이 떴다’와 겹친다. 
     
    예능에서도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2017년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고 있는 서장훈은 tvN ‘공조7’가 ‘미우새’와 같은 요일과 같은 시간대에 편성되자 ‘공조7’ 출연을 포기했을 정도였다.
     
    트로트가 무슨 도깨비 방망이처럼 돼가고 있는 현실속에서 나온 해프닝성 에피소드다. 그런데 MBN ‘보이스퀸’ ‘라스트싱어’ MBC에브리원 ‘나는 트로트 가수다’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요즘 방송 중인 SBS ‘트롯신이 떴다’는 처음에는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기획력의 빈곤을 드러내고 있다.

     

    K-트로트를 통해 세계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트롯신이 떴다’는 1~2회 설운도, 진성, 김연자, 주현미, 장윤정, 남진 등이 낯선 베트남의 무대도 없는 거리에서 버스킹을 가져 돌발성과 예측불가능함이라는 호기심을 충족시켜줬다.
     
    하지만 그 후 무대는 아쉽다. 코로나19 때문만도 아니었다. 마치 경로잔치 같은 느낌을 주었다. 80~90년대 해외 교포위문공연에 현지인들이 일부 관객으로 합류해있는 형국이었다. 가수들은 한 사람씩 자신의 무대를 소화하고 내려오면 그만이었다.
     

    붐이 MC를 보는 순간 경로잔치 느낌을 더욱 강화했다. 정용화가 MC로 더해지면, 트로트 선배들을 상찬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남진을 ‘레전드 오브 레전드’로 치켜세울 필요가 없다. 원로 대접을 받는 건, 그건 트로트인들끼리 사적인 모임에서 하면 된다. 시청자들은 이런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다.
     
    ‘트롯신’은 코로나19로 최근에는 스튜디오에서 전 세계를 모니터로 연결해 글로벌 관객들과 만나는 랜선 버스킹을 시도했다. 형식만 디지털을 활용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감성까지도 담아야 한다. 장윤정은 “너무 신기해요. 느낌이. 아예 달라, 비슷한 느낌이 없어요, 뭉클해요. 응원받는 느낌이랄까”라고 소감을 말했지만, 시청자에게까지 이런 느낌이 오롯이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다.
     
    결국 트로트 열풍은 젊은 트로트 가수 찾기다. 여기서 젊다는 건 물리적인 나이가 아니다. 선후배 간 위계질서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 ‘미스터트롯’의 스핀오프 예능 프로그램인 ‘사랑의 콜센타’는 문패부터 ‘콜센터’가 아니고 ‘콜센타’로 다소 촌스러운 느낌이지만, 매우 젊고 자유로운 분위기다. 
     

    전화로 팬들과 소통하는 분위기를 보면 더욱 그렇다. 트로트의 장르도 정통만이 아닌, 국악, 성악, 발라드, 댄스 등으로 다양하게 흡수한다. 겸손하면서 튀지 않는 임영웅에게서는 힙합가수들의 자유로움과는 또 다른 자유로움의 단단함이 보인다.
     
    심지어 ‘놀면 뭐하니’에서 나이가 든 트롯맨들이 나와도 젊게 연출한다. 그래서 느끼하지 않다. ‘짜투리 작곡가’ 김도일의 비슷한 듯 다른 지역축제곡의 즉흥 노래, 작곡가 박현우의 눈물 CG로 B급 캐릭터로 만들어 쉽게 다가가게 한다. 어르신으로 모시지 않는다. 요즘 트로트 열풍에는 기존 질서와 권위의 해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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