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코로나19 국면에도 드라마 경쟁 구도는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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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코로나19 국면에도 드라마 경쟁 구도는 치열하다 

    • 입력 2020.05.04 17:53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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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코로나19로 음악계와 영화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그래서 요즘 공연계와 영화계는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모색 중이다. 방송계는 그나마 피해가 덜했다. 물론 시민들이 모이는 야외 촬영을 하기는 쉽지 않지만, 스튜디오 내의 촬영은 별로 지장을 받지 않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느라, TV 시청은 늘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TV 드라마의 주도권 다툼도 치열하다. 얼마 전만 해도 지상파가 위기라고 했다. 드라마의 경우, tvN과 JTBC 같은 케이블 채널들에 주도권이 넘어갔다고 했다. 하지만 드라마만은 예외다. 지금 드라마에서 가장 강세를 보이는 곳은 SBS다. 오히려 tvN의 침체가 예상외로 길어지고 있다.

    SBS는 지난해 2월 금토드라마 ‘열혈사제’가 무려 22%의 시청률로 시청률과 화제성을 다 잡은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금토요일대 드라마는 SBS가 완전히 자리를 잡아버렸다. ‘열혈사제’ 후속작인 사극 ‘녹두꽃’은 전봉준의 영웅적 일대기가 아니라 민초들의 어긋나버린 삶과 항쟁에 초점을 맞춰 묵직한 문제의식을 던짐으로써, 정현민 작가가 방송작가협회가 선정한 제32회 한국방송작가상 드라마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금토드라마는 ‘의사요한’ ‘배가본드’ ‘스토브리그’ ‘하이에나’ 등으로 화제성을 이어가면서 장르물의 특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배가본드’는 안방극장의 액션물로서는 파격적인 볼거리를 선사했고, 만년꼴찌 야구팀 드림즈의 야구 경기보다는 야구단 운영팀의 오피스 이야기로 야구팬과 야구를 모르는 시청자 모두를 만족시킨 ‘스토브리그’와 법정물임에도 장태유 감독의 연출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톤 앤 매너’를 장착한 ‘하이에나’는 장르물의 호쾌한 재미를 안겨줬다.
     
    SBS 주중드라마도 ‘닥터탐정’ 정도를 제외하면 ‘VIP’ ‘낭만닥터 김사부2’ ‘아무도 모른다’ 등 대다수 드라마가 시청률과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27일 시작한 액션코미디물인 SBS 월화드라마 ‘굿캐스팅’은 약간 허술한 B급 수사물 같은데도 1회 시청률이 무려 두 자릿수인 12.3%(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반면, 잘나가던 tvN 드라마는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tvN 드라마는 최고였다. ‘응답’ 시리즈와 ‘미생’ ‘시그널’ ‘도깨비’ ‘미스터션샤인’ ‘호텔 델루나’ 등 메가 히트작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인기였다. tvN에 드라마를 공급하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시가총액은 2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랑의 불시착’과 요즘 방송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정도를 제외하면 히트작이 드물다. 이제 막 시작한 감성멜로 ‘화양연화’가 유지태-이보영의 케미로 출발이 괜찮아 멜로 감성을 찾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tvN ‘방법’과 ‘메모리스트’는 존재감이 약해 화제가 되지 못했다. ‘하이바이, 마마’는 대본의 허술함으로 용두사미가 됐다. ‘반의반’은 AI(인공지능)와 짝사랑을 엮어놓은 색다른 시도를 선보이며 정해인과 채수빈의 한 걸음 떨어져 있는 멜로를 그렸으나 너무 앞서간 감성 탓인지,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조기종영한다.
     
    이처럼 드라마 우위 구도에서 SBS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tvN은 약세를 보이는 형국이 제법 길어지고 있다. 요즘 화제를 주도하는 ‘부부의 세계’가 방송되는 JTBC의 드라마들은 꾸준히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표를 거두고 있다. 이런 드라마 경쟁 구도가 일시적일지, 장기화로 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최근 SBS 드라마가 잘 되고 tvN가 부진한 이유는 있는 것 같다. 업계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합쳐보면 설득력을 더한다.
     
    SBS는 지난 4월 1일 100% 자회사인 ‘더스토리웍스(주)’를 ‘(주)스튜디오 S’로 사명을 변경하고,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드라마 스튜디오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마본부 본사에서 완전 분리 독립한 것이다. ‘스튜디오 S’에는 기획, 캐스팅부터 연출, 제작, 마케팅, 뉴미디어, 부가 사업 등 드라마의 제작부터 수익 창출까지 모든 과정이 내재돼 있다.
     
    SBS는 이미 오래전 ‘더스토리웍스’ 시절부터 좋은 극본을 공모하고 워크숍을 가지며 뛰어난 신인 작가를 발굴해왔고, ‘VIP’와 ‘리턴’ 작가를 입봉시켰다. 기획PD 6명을 채용해 제작 프로듀서로 만들어 내부에서 기획부터 제작 단계까지 모든 걸 체크해가며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이런 결과로 히트하는 SBS 드라마 작가는 신구의 조화가 잘 이뤄지게 됐다.

     

    ‘VIP’의 차해원 작가, ‘아무도 모른다’의 김은향 작가, ‘하이에나’의 김루리 작가, ‘스토브리그’의 이신화 작가는 모두 신인급으로 성공을 맛봤다. ‘스토브 리그’의 이신화 작가는 MBC를 통해 만들어진 신인이지만, 결국 SBS로 온 것도 우연만은 아니었다. ‘스토브 리그’가 크게 히트할수록 MBC로서는 뼈아픈 상황이었다. MBC로서는 거의 다 잡았다 포기해버려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쩐의 전쟁’의 히트때보다 더 곤란한 상황이 됐다.
     
    드라마는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콘텐츠다. 여기에는 공감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 나(시청자)와 상관없는 이야기는 보지 않는다. 여기에 SBS 기획과 제작 시스템의 강점이 있다.

     

    반면, 이 부분이 적어도 지금은 tvN에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트렌드는 앞서나간다. ‘반의반’처럼 앞선 감성의 멜로나 ‘메모리스트’ 등 웹툰과 콜라보한 수사물은 트렌드는 잘 읽었지만, 흘러만 간다. ‘훅’(HOOK)이 약하다. 아이템이 새로운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이걸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내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기존의 관행을 깨기만 할 뿐 새로운 걸 만들어내지 못한다. 뭔가 새로운 톤이 나오는 것 같기는 한데, 봐야 될 필요는 못 느낀다.
     
    tvN 드라마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드래곤은 그동안 프로듀서들의 활약으로 전성기를 이어왔지만, 프로그램별 각자도생식 시스템에 대한 반발과 소통 부재의 목소리도 들린다. 따라서 tvN 드라마가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기획력+작가+연출’이 함께해 흥미진진하고 공감하게 만들어내는 드라마투르기(연출법·Dramatrugie)를 만들어낸다면 전성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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