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세상읽기] 집권 4년 차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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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의 세상읽기] 집권 4년 차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 입력 2020.05.07 06:50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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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5월 10일로 임기 4년 차를 시작한다. 2년 남은 지금, 3년 전 모습을 돌아보고 2년을 바라보기로 한다. 아래 내용은 3년 전 2017년 5월 10일 모 일간지에 실은 필자의 칼럼(새 대통령에게 바란다)의 일부다.

    “19대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을 걸어야 하는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죽고 사는’ 문제와 ‘먹고 사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새 대통령에게 몇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은, 이끄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다···지지층에만 기대어 국정을 운영해서도 안 된다···셋째, 지금 대다수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이다. 무엇보다 경제 살리기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청년실업문제 해결’에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졌으면 한다.

    넷째, 역대 대통령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남북정상회담을 희망하면서 무슨 숙원사업처럼 여겼다···이제는 ‘남북정상회담 집착증’에서 확실히 졸업해야 한다···국민의 일부가 우려하는 ‘친문패권’이란 말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적폐청산의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또 패배한 정당과 후보까지 아우르는 ‘통합의 큰 정치’를 해야 한다. ‘왠지 소통이 쉬울 것만 같아 보이는 선하고 좋은 인상’대로, 5년 후 뒷모습이 아름다운 대통령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믿는다.” 

    먼저 지난 3년을 점검해보니 첫째, 촛불에 상응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촛불로 들어선 새 정부는 권력의 얼굴만 바뀌었을 뿐 구태의연한 정치는 바뀌지 않았다. 기존세력 중 다른 세력이 권력을 잡았을 뿐이다. 적폐청산의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의 혁신이 돼야 하는데, 정치보복에 가까웠다.

    둘째, 신고리 5·6호기, 대학입시개편 등 중요한 이슈들이 각종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결정되게 함으로써 대의민주주의가 경시됐다. 직접민주주의는 포퓰리즘과 중우정치와 연결돼 있고, 참을성이 없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민의가 즉각 반영되니 시원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치주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 주류세력을 교체하는 수단으로 오용되기 쉽다. 또 공론화에 참여하는 시민이 전체 국민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고 참여의 불평등이 문제되며, 공론화는 절차적·형식적인 통과의례로 변질되기 쉽다. 국민이 생략된 공론화는 한 번의 잔치로 끝날 수 있으며, 공론장에서는 특히 극단적인 주장이 주목을 받는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셋째,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이 일자리 정책의 ‘중요한 사다리’다. 참고 기다렸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성장률은 낮아지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소상공인은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최저임금인상이 내수를 살리고 일자리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선순환 주장을 되풀이하지만, 최저임금 상승속도가 너무 빨랐고, 업종별·지역별 차별화 없이 획일화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핑계로 돈 번 사람은 김건모 하나로 충분하다.
     
    넷째, 판문점 회담도 벌써 2년이 지났건만 다시 원점이며, 일본과 미국과의 관계도 최악이다. 트럼프는 우리를 친중 정부로 오해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찬밥 신세를 받고 있다. 70년 동맹, 조금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한일관계는 사상 최악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생국가처럼 군다면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가 당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일본이 도발하고 한국이 화내는 구도였지만, 지금은 일본이 한국을 때리고 한국은 일본을 패싱한다. 

    지난 3년을 점검해보니 필자의 바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총선 결과가 여당도 놀라는 최고의 압승이었고,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를 넘는 초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지극히 후한 점수를 주고 있어, 필자의 시각이 잘못일 수 있고, 터무니없는 것일 수도 있다. 정치의 속성은 ‘무조건 반대, 무조건 옹호’지만, 헌법학자는 그럴 수 없다. ‘좋은 가짜’는 버려야 하지만, ‘나쁜 진짜’는 받아들여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인상, 성품, 품격 덕분에 감성적 지지가 높다. 취임 4년 차가 시작되면, 대통령의 지지율은 빠지게 마련인데, 코로나19 덕분에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권력은 5년이지만, 임기 말 레임덕을 제외하면 3년 반 정도의 시한부 권력이다. 4년 차가 되면 대통령은 초조해지고 밤낮을 국가만 생각하는데 이렇게 몰라주나 하는 서운한 생각이 드는 시점이다. 대통령에게 불편한 쓴소리를 해 줘야 하는데, 잘하고 있다는 사람만 늘어난다. 대통령이 달을 가리켜도 달은 안 본다. 손가락만 본다.

    앞으로 2년을 기대한다. 확신이 돌같이 굳어지면 소신이 되며, 소신은 굽히는 순간 정체성이 흔들릴 것 같은 위기감 때문에 쉽게 굽히기 어렵다. 그러나 명의는 자신의 진단이 틀렸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 반면 확신에 찬 의사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고집하기에 의료사고를 낼 가능성이 크다. 보고 있는데 보지 못하거나 아예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목표는 그대로 둬도 계획은 바꿔야 한다. 운동경기에서 전술변경과 선수교체는 언제나 가능하다.
     
    대한민국은 세계로부터 코로나 방역의 모범사례로 칭찬받았고 의료선진국의 위상을 확립했다. 또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성공리에 총선을 마쳤다. 그 결과 여당은 꿈의 숫자인 5분의 3을 얻었다. 다만 민주당과 통합당의 지역구 득표율은 49% 대 41%였고, 비례정당의 경우에도 시민당은 33.4%, 한국당은 33.8%가 나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 극복에 보수와 진보가 없었듯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후의 길은 어쩌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일 수 있지만, 세계에 우뚝 선 한국으로 가는 길일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 주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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