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진신사리眞身舍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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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진신사리眞身舍利

    • 입력 2020.05.05 06:50
    • 수정 2020.05.06 08:42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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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신사리眞身舍利

                                     홍 사 성

    평생 쪽방에서 살던

    중국집 배달원이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고아였던 그는

    도와주던 고아들 명단과

    장기기증 서약서를 남겼습니다

    *홍사성:2007년『시와시학』등단 *시집『내년에 사는 법』*불교평론 주간.

     

    이영춘 시인
    이영춘 시인

    지난 주 4월30일은 불기2564년 부처님이 오신 날이었습니다. 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카필라 왕궁을 뛰쳐나오신 부처님의 거룩한 발자국을 돌아보게 됨에 새삼 얼굴이 붉어집니다.

    여기 이 시의 화자인 중국집 배달원은 ‘장기기증서’와 죽어서도 도와 줄 ‘고아들 명단’을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처럼 아프게 남기고 우리들 곁을 떠났습니다. 아마 몇 년 전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아너소사이어티 철가방 김수우 이야기를 이렇게 함축적 이미지로 승화시킨 시詩로 인식됩니다. 그는 미혼모의 아들로 고아원에 버려져 거기서 자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장하여서는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했던가 봅니다. 1.5평짜리 쪽방에 살면서도 월수입 70만 원에서 매달 10여 만 원을 떼어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서 기부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그가 살던 쪽방에는 불어터진 라면발과 찌그러진 냄비가 그의 혼신인 양, 그 방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로 살고 있는 아이들을 그렇게 돕다가 갔습니다. 진정 부처님의 공덕으로 진흙 속에서 꽃을 피워 낸 ‘진신사리’입니다. 세상의 모든 화禍와 번뇌는 ‘탐욕과 집착’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우리들의 세속적 욕망과 욕심을 한 발작씩 뒤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는 자성의 목소리를 암시하는 시인 것 같아 가슴이 서늘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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