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더킹’ ‘부부’ ‘한번’, 성인지 감수성을 챙겨야 하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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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더킹’ ‘부부’ ‘한번’, 성인지 감수성을 챙겨야 하는 드라마  

    • 입력 2020.04.28 11:24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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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작품을 썼다 하면 히트하는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도깨비’와 ‘미스터 션샤인’은 누가 뭐래도 한 작가의 변화와 진화를 논할 수 있는 작품이다. 김 작가가 요즘 집필하고 있는 판타지 멜로인 SBS 금토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는 아직 초반이라 작품의 전반적 성격과 의미를 단정할 수 없기는 하다.

    ‘더 킹 : 영원의 군주’는 악마에 맞서 차원의 문(門)을 닫으려는 이과(理科)형 대한제국 황제(이민호)와 누군가의 삶·사람·사랑을 지키려는 문과(文科)형 대한민국 형사(김고은)의 공조를 통해 차원이 다른 로맨스를 그려나간다는 드라마다. 방송이 나가자 “새롭다”는 반응과 “식상하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평행우주를 새로운 소재로 가져왔다고 했지만, 아직 퀄리티가 높은 것 같지는 않다. 뻔할 것 같다는 예상도 나온다. 남녀주인공은 이미 김은숙 작가 이전 작품에서 멜로연기를 보여줬다. 이민호는 ‘상속자들’에서, 김고은은 ‘도깨비’에서 각각 주인공을 맡았는데, 그때와 캐릭터가 달라졌음에도 강한 기시감(旣視感)이 느껴진다.

     

    특히 오글거리는 대사를 포함해 말장난 같은 김은숙 작가의 대사가 여전히 남발되면서 차별화를 무디게 한다. ‘파리의 연인’ 같은 지극히 쉬운 드라마에서는 말장난도 새롭게 느껴지고 탄력을 줄 수 있지만, 드라마도 제대로 이해시키기 전에 걸핏하면 나타나는 말장난의 남발은 귀에 거슬리며 싫증을 느끼게 된다.
     
    챙겨야 할 것은 또 있다. 바로 성인지 감수성이다. 이것만 봐도 구태의연한 감성이 깔려있음을 엿볼 수 있다. 첫회말 꽃미남 황제 이곤(이민호 분)이 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황제 코스프레로, 대한민국의 경찰 정태을(김고은 분)을 껴안는 장면부터, 매력과 호기심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와 닿았다. 이는 젠더 감수성의 결여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게다가 대한제국의 최초이자 최연소 여성 총리인 구서령(정은채 분)은 이곤과 스캔들을 내려고 밀접 사진을 찍는다. 초반부터 작품 밖에서 과거 스캔들이 불거진 정은채는 새빨간 시스루 원피스를 입고 수색대에 올라가 ‘삑’ 소리가 나자 직원에게 “와이어가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줘서”라고 말한다. 이런 게 김은숙 작가가 그리려고 하는 야망 있는 여성 총리 캐릭터일까.

    민소매를 입고 조정 경기를 하는 이민호를 보면서 극 중 두 여성이 “역시 남자는 적게 입고 많이 움직여야 돼”라고 말하는 것도 명백한 성차별 대사다. 작가는 이런 대사를 별생각 없이 사용하는 것 같다.

     

    초반 화제 몰이에 성공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도 젠더 감수성이 결여된 대사와 에피소드가 간간이 나오고 있다. 지난 8회에서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이 유부남 손제혁(김영민 분)에게 “가방을 사주면 애인을 해주겠다”고 제안하고, 손제혁이 이 여성과 호텔에 있는 장면은 ‘여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박선영의 남편인 김영민이 바람둥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설정이겠지만, 굳이 이런 방식이 아니어도 된다.

    지선우(김희애 분) 집에 전남편 이태오(박해준)의 사주를 받은 폭력남 박인규(이학주)가 쇠파이프를 든 채 유리창을 깨고 침입해 김희애를 거칠게 폭행하는 장면을 가해자 시점으로 묘사해 보기에 불편했다. 마치 VR게임(가상현실)을 하는 듯한 촬영기법으로, 현실감과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KBS 2TV 주말드라마 ‘한번 다녀왔습니다’도 강초연(이정은), 이주리(김소라), 김가연(송다은)이 단란주점을 접고 재래시장에서 김밥 장사를 시작하면서 짧은 치마를 입고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을 보여줘 성상품화 논란에 휩싸였다.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을 보기 위해서 남성들이 줄을 서는 모습이 볼썽사나웠다. 여기에 고등학생들까지 함께하고 있었다. 심지어 여성 성착취 접대문화를 오히려 조장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불쾌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해당 드라마들이 부주의와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판을 겸허히 인정하는 듯한 분위기다. ‘부부의 세계’ 제작진은 “4월 24일 방송된 9회부터 최종회인 16회까지 19세 시청등급으로 방송된다”고 전했다. ‘한번 다녀왔습니다’ 제작진도 홈페이지에 “4월 18일 방송된 일부 장면이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감을 드리게 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는 각별히 조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이들 세 드라마는 모두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드라마다.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좀 더 세심하게 성인지 감수성을 확립해야 한다. 젠더 감수성을 더 챙긴다고 드라마 전개의 파격성을 제한받는다면, 그래서 제작자의 상상력을 침해받는다고 생각하면 구시대적 작가밖에 안 된다. 이제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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