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여행 추억담는 '춘천일기' 최정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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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여행 추억담는 '춘천일기' 최정혜 대표

    춘천 '담을 거리' 담당하는 육림고개 굿즈샵
    여행과 일상사이 경험 나누는 커뮤니티 '춘천일기'
    지역 아티스트 협업 로컬콘텐츠 프로젝트 기획
    "좋아해야 만든다" 굿즈에 담긴 예술관

    • 입력 2020.04.23 06:55
    • 수정 2023.09.07 12:51
    • 기자명 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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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고유 자원을 사업화, 대안적인 자영업 생태계를 제안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돕기 위해 ‘우리동네 크리에이터’를 연중 기획으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춘천 육림고개 춘천일기 외부 전경.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 육림고개 춘천일기 외부 전경. 사진/이정욱 기자

    여행지의 기본요소는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다. 여행객은 방문지역의 이름난 명소를 구경하고 본토 음식을 맛본다. 또 다양한 액티비티를 만끽하며 시간을 보낸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담을 거리’다. 여행지에 대한 기억이 담긴 기념품에는 소중한 추억이 깃든다.

    호반의 도시 춘천은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로 가득한 관광도시다. 하지만 이에 비해 담을 거리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이에 최정혜 로컬크리에이터가 춘천을 주제로 여행의 추억을 담아낸 기념품샵 ‘춘천일기’를 선보였다.

     

    복층으로 구성된 육림고개 굿즈샵 춘천일기. 사진/이정욱 기자
    복층으로 구성된 육림고개 굿즈샵 춘천일기.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에는 국내 최장 길이 소양강스카이워크,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공지천유원지와 목가적인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구봉산 카페거리 등 볼거리가 충만하다. 또 지역 향토 음식인 춘천 닭갈비와 막국수는 명성대로 식도락을 선사한다. 아울러 의암호 자전거길과 물레길 카누체험 등 다양한 액티비티도 마련돼 있다.

    뉴트로의 메카 육림고개도 춘천에 왔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다. 육림고개는 1980~1990년대 번성했던 옛 상권에 청년몰이 들어서면서 신구세대가 공존하는 뉴트로의 집성지로 떠올랐다. 고즈넉한 골목길 사이로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위치하며 곳곳에는 포토스폿이 마련돼 춘천여행을 사진으로 남기기 적절하다. 무엇보다 춘천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춘천 굿즈(goods)를 구매할 수 있는 로컬스토어 춘천일기가 자리해 있다.

     

    춘천일기 최정혜 대표.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일기 최정혜 대표.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일기 최정혜 대표는 창업 전 춘천여행의 풍성함에 비해 기념품이나 로컬 콘텐츠는 빈약하다는 데 의문을 품었다. 국내 타 여행지와 비교하자면 삼다도로 불리며 특징이 뚜렷한 제주도나 바다와 휴양시설이 발달한 부산, 한옥마을이 조성된 전주 등에서는 각각의 특색을 살린 기념품이 즐비하다. 해외를 보면 여행객들이 그 지역 도시명이 프린팅된 티셔츠를 입거나 자수가 들어간 모자를 쓰고 돌아다닐 정도다. 왜 관광도시 춘천에는 이런 문화가 없을까. 최 대표는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최 대표는 “서울살이만 하다가 여행지로 만난 춘천에 매료돼 그날 바로 부동산을 찾았다. 남편과 함께 연고도 없이 옮겨와 무작정 새 둥지를 틀만큼 춘천여행에 대한 기억이 좋았다”며 “그런데 ‘이렇게 매력적인 곳을 대표할 만한 기념품은 없을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광고업계에 종사했던 최 대표와 남편 강승용 디자이너는 전공과 경력을 살려 로컬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춘천을 주제로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한 굿즈를 통해 육림고개 청년몰 조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창업까지 실현했다.

    여행의 추억만으로 막연하게 춘천에 터를 잡았던 부부는 현재 잘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여행자와 춘천지역민 간 접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심지어 육림고개는 부부가 여행 중 길을 잃어 우연히 거닐었던 장소기도 하다. 이곳에서 마셨던 막걸리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옥천동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춘천일기 스테이'. 사진/이정욱 기자
    옥천동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춘천일기 스테이'. 사진/이정욱 기자

    최근에는 게스트하우스를 인수해 옥천동에서 ‘춘천일기 스테이’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게스트하우스 역시 춘천에 처음 여행왔던 그 날 묵었던 숙소다. 그렇게 부부는 게스트에서 호스트가 됐다. 여행객에서 지역민이 됐다. 손님이자 여행자로서 겪었던 춘천의 매력을 알기에 다른 방문객들에게도 이를 알려주고 싶다는 최 대표다. 이들 부부에게 춘천은 ‘나만 알고 싶은 여행지’를 넘어 ‘나만큼 알게 해주고 싶은 여행지’다.

     

    춘천일기 내부. 춘천을 주제로 한 다양한 굿즈가 진열돼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일기 내부. 춘천을 주제로 한 다양한 굿즈가 진열돼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일기 미니달력.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일기 미니달력.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일기 2층.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일기 2층.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일기 2층.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일기 2층. 사진/이정욱 기자

    지역민과 여행객 간 접점이 되고 싶다는 최 대표의 목표의식은 10평 남짓한 춘천일기 복층 매장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춘천일기 1층에는 닭갈비와 막국수를 소재로 만든 에코백, ‘I♡ㅊㅊ, I♡ㄱㅇ’이 새겨진 엽서와 춘천 명소를 사진과 그림으로 기획한 미니달력 등 앙증맞은 소품들이 진열돼 있다.

    모든 제품이 기발하고 창의적이면서도 실용적이다. 춘천이라는 주제 하나로도 이렇게 다양한 굿즈를 구상하다니 보고도 믿기 어렵다. 2층에는 춘천을 주제로 한 도서를 비롯해 여행책, 다양한 독립출판도서 등을 구비해 놨다. 일부 책은 춘천지역 아티스트나 육림고개 이웃과 함께 집필했으며 춘천에서의 직접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다.

     

    춘천 여행가이드북 '문득, 춘천'.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 여행가이드북 '문득, 춘천'. 사진/이정욱 기자
    지역 아이들과 함께 제작한 '우리동네 그림지도'. 사진/이정욱 기자
    지역 아이들과 함께 제작한 '우리동네 그림지도'. 사진/이정욱 기자

    또 최 대표는 지역 문화·예술적 창작활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주관한 ‘로컬디자인포럼’에서 인연을 맺은 로컬 아티스트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하며 창의적인 로컬 콘텐츠를 제작한다.

    로컬 아티스트와 합심해 만든 여행가이드북 ‘문득, 춘천’은 일반적인 여행 책자나 홍보 카탈로그와는 감성의 깊이가 다른 글귀와 사진들로 채워져 있다. 지역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해 그림일기처럼 그려낸 ‘우리동네 그림지도’에는 동심이 가득 배어 정겹고 따스한 춘천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춘천일기 최정혜 대표는 “춘천에 여행왔을 때 ‘춘천 너무 좋다’는 말을 지역민에게 참 많이 들었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을 가도 춘천만큼 지역민들이 본인 거주지역을 사랑하고 자부심을 갖는 경우는 못 봤다”며 “춘천에 직접 살아보니 그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굿즈를 만든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굿즈는 정말 좋아해야 사는 물건이고 그 마음을 알아야 제대로 만들 수 있다. 즉, 수요와 공급 모두가 좋아하는 마음이 기반이다”며 “춘천을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로서 이런 ‘호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MS투데이 심현영 기자 90simh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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