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세상읽기] 국민은 국정의 안정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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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의 세상읽기] 국민은 국정의 안정을 선택했다

    • 입력 2020.04.16 09:19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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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민주당은 2020총선에서 승리하는 바람에 2016년 총선 승리, 2017년 대선 승리, 2018년 지방선거 승리에 이어 4연승을 했다. 우리 정치에서 연속 3연승은 보수와 진보가 각 한 번씩 했지만, 4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화세력의 산업화세력에 대한 승리다.
     
    우리 정치는 민주화 이후 보수와 진보가 각 3번씩 대통령을 배출했다. 보수는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를, 진보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배출했다. 국민들은 보수와 진보를 오가며 대통령을 만들고, 총선 및 지방선거에 영향을 줘 왔다. 절묘한 배분이다.
     
    2020총선의 결과를 보면 첫째, 민심은 문재인 정권의 안정을 선택했다.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3년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지녔는데, 국민은 국정안정성과 코로나19를 극복한 정부의 능력을 크게 평가했다. 대통령이 경제를 챙기고 총리는 코로나19를 책임지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줬고, 코로나19 이후 경제를 살리는 데 여소야대를 방해로 본 것이다. 코로나19가 상당한 정치적 이슈를 잠재운 것은 사실이나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모습에 국민들의 신뢰가 주어졌다. 솔직히 문 대통령에게 불리했던 선거 판세가 신종 코로나로 반전됐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경제적 저성장과 실업, 정치적 스캔들로 선거패배의 위기까지 몰렸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19의 방역을 성공적으로 처리하면서, 문 대통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것이 민주당으로 국회 다수를 점하게 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둘째, 여당에게는 교만해질 정도로 많은 지지가 주어졌고, 야당에게는 예상 밖의 매서운 회초리가 가해졌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의 참패, 그것도 힘없이 졌다는 게 문제다. 정부와 여당은 마음만 먹으면 각종 법률을 개폐할 수 있어 독주가 염려된다.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는 상황은 권력분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야당이 강성으로 흘러 20대 국회보다 더 큰 다툼으로 이어질까 염려된다. 여당의 절제가 절실하다.

    셋째, 거대 양당 체제로 다시 회귀했다. 군소정당은 지역선거에서 고양 갑의 심상정 외에는 단 한 석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정의당과 민생당은 공수처법과 선거법을 통과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돌아온 것은 선거참패였다.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같은 거물급 정치인들도 고향에서 고배를 마셨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66.2%를 기록했다. 사진/이정욱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66.2%를 기록했다. 사진/이정욱 기자

    넷째, 통합당의 능력 부족을 꾸짖었고, 더 자숙해야 함을 보여줬다. 통합당이 지난 제1야당으로서 정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는 역량을 보여 주지 못했고, 수권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지 못했다. 공천과정에서 보인 추한 모습도 국민 눈에 거슬렸다.

    다섯째, 아직도 지역구도의 구태가 많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영남의 경우에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도 됐고, 패배하더라도 상당한 득표를 올렸는데, 호남의 경우에는 민주당에 일방적 지지를 보냈다. 20대 총선에서 보여 준 영남의 김부겸, 호남의 이정현은 더 이상 없었다.

    이번 선거는 선거참여율이 역대 최고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코로나19로 사전 및 본 선거의 투표율이 저하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만큼 여야 지지자들의 관심이 높았고, 그만큼 승패도 절실했다. 선거는 끝났고 국민의 준엄한 심판도 이뤄졌는데, 앞으로의 정국운영이 걱정된다.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 현장.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 현장. 사진/이정욱 기자

    정부 여당에 주문할 것이 있는데, 먼저 정부 여당은 총선의 결과를 야당보다 더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승리했다고 자만하거나 우쭐대서는 안 된다. 더 겸손히 총선 때 가졌던 낮은 자세로 국정운영에 임해야 한다.
     
    둘째, 국민을 통합하는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란다. 정부가 이번 코로나19를 잘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병폐였던 보수 진보의 대립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 하나가 됐기 때문인데 앞으로 2년, 또는 4년간 지지층만 보지 말고 전체 국민을 아우르는 정치를 해야 한다. 또 야당을 품을 수 있는 아량을 보여야 한다.

    셋째, 총선의 결과는 민주당에 엄청난 힘을 실어줬다. 과반을 훨씬 넘었고 청와대 참모 출신들이 대거 당선됐기에 문재인 정부의 후반 국정 운영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힘으로 밀어붙이는 국정 운영을 해서는 안 된다.
          
    넷째, 이번 총선의 승리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정책, 대북정책, 외교정책을 국민들이 추인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추진했던 정책 중, 많은 지적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보완을 통해 완성해나가야 한다. 특히 국민통합에 관심을 둬야 한다.

    여당은 오늘 이겼다고 자랑하지 마라. 오늘의 기쁨도 순간이다. 대세가 대세로 이어진다고 장담해서는 안 된다. 겸손하게 섬기는 자세를 견지해야 오늘의 승리를 또 맛볼 수 있다. 반면 야당도 너무 낙심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졌을 때 분한 마음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오늘의 패배를 돌아보면서 내일의 승리를 도모해야 한다. 정치는 바람이다. 국민을 잘살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준다는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수없이 속았으면서도 또다시 정치에 국정을 맡기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서글프다. 그래도 다시 한번 희망을 품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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