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세상읽기] 상상 그 이상의 상상, 인간진화계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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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의 세상읽기] 상상 그 이상의 상상, 인간진화계통도

    • 입력 2020.04.15 06:50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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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생물학 교과서는 인류의 특징과 진화에 관해, 사람은 ‘고릴라나 침팬지와 같은 유인원’과 함께 영장류로서, 유인원과 인류의 ‘공통조상’으로부터 갈려져 나와 진화했다고 한다. 또 사람은 유인원에 비해 뇌의 용량이 크고, 팔이 다리보다 짧으며, 얼굴이 수직을 이루고 있으며, 직립 자세를 하고 있다고 한다. 

    ‘유인원과 인류의 공통조상’을 그린 ‘인류진화계통도’에는 하나의 줄기로부터 세 개의 가지로 갈라지고, 가지 끝에 ‘유인원, 침팬지, 인류’가 그려져 있다. 사람으로 발전했다는 줄기에는 약 300만 년 전에 살았다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오스트랄로는 남쪽이란 뜻이고, 피테쿠스는 원숭이란 뜻이다, 1924년에 발견된 화석인데, 남아프리카에 위치한 ‘보츠와나 공화국’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남쪽이라고 한 것 같다), 호모 하빌리스(도구 인간), 호모 에렉투스(직립원인), 네안데르탈인, 현생인류의 과정을 통해 진화했다고 한다. 

    한 꺼풀만 벗기면 의혹투성이지만 교과서답게 깔끔하게 정리를 잘했다. 그런데 공통조상으로부터 분리·진화했다고 하려면, 최소한 ‘공통조상’의 실체에 대해서 희미하게라도 실낱 정도의 윤곽은 말해야 한다. 일언반구 말이 없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학자들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고대 두개골 화석 복제품. 사진/셔터스톡
    고대 두개골 화석 복제품. 사진/셔터스톡

    진화론자들은 인류 진화의 입증에 목숨을 걸다시피 매달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첫째, 진화론자들이 생물 진화와 관련해 그들이 원하는 중간화석을 단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류에서 양서류로, 다시 파충류로, 또 포유류나 조류로 진화했다는 주장은 그 자체가 너무 터무니없어 본인들도 민망할 정도다. 마치 낡은 시계를 벽에 내동댕이쳤더니 더 향상된 시계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인류 진화에 대해서는 사람과 원숭이가 닮았기 때문에 공통조상으로부터 진화됐다고 하면, 그나마 우기기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사람은 일반 동물에 비해 진화를 설명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인류진화는 망가진 두개골과 치아만 있으면 장사가 된다. 두개골은 망가진 것일수록, 흠이 있을수록, 조금 이상한 형태일수록 진가를 발휘하고, 상품성이 높고, 비싸고 귀하게 취급된다. 해석의 폭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우기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말이다. 직립 여부가 유인원과의 중요한 차이라면, 적어도 골반뼈와 척추뼈 정도의 화석은 있어야 한다. 두개골이 발견될 때 석기가 함께 발견됐다고 도구인간(호모 하빌리스)이라고 하며, 불에 그을린 벽이 발견되니 불을 처음으로 사용한 인간이라고 한다. 연구비가 아깝다. 죄다 부서지기 일보 직전의 두개골과 치아 한두 개를 가지고, 기껏해야 허벅지 뼈 하나가 전부인 유물을 가지고, 끓여 먹고, 지져 먹고, 삶아 먹고 날것으로도 먹는다. 정말 다양한 요리 솜씨다.

     

    필트다운 인(人) 사건의 배경이 된 필트다운 도시. 사진/셔터스톡
    필트다운 인(人) 사건의 배경이 된 필트다운 도시. 사진/셔터스톡

    셋째,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고리의 가능성이 있는 화석증거를 제시하는 사람에게는 그 보답으로 세계적 명성과 함께 부가 안겨졌다. 그래서 급기야 희대의 사기 사건까지 등장한다. 우리가 다 아는 1912년 ‘필트다운 인’ 사건이다. 영국의 변호사였던 찰스 도슨이 필트다운 지역에서 발견한 인간 두개골에 오랑우탄 턱뼈를 접목시키고 침팬지 치아를 조합시켰다. 50만 년 전 유인원으로 발표됐고, 유인원이 인간으로 진화한 중간 연결고리를 이어주는 존재라고 공표됐다. 그것도 무려 40여 년 동안 인간 진화의 증거로 선전됐다.

    필트다운 인은 전 세계를 진화의 도가니로 만들었고 창조론을 파산 직전으로 몰고 갔다. 교회를 문 닫게 했고, 교회를 떠나게 했으며, 수많은 기독교인에게 절망을 가져다줬다. 도슨이 죽은 후 1953년에 거짓으로 판명됐는데, 도슨의 범행은 단순한 사기가 아니라 하늘과 사람이 함께 분노할 범죄였다. 그의 범죄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어서 이 땅의 법전에는 죄명도 없다. 수십 년 동안 세상을 속였고 창조주를 능멸했다. 도슨이 얼마나 많은 부와 명예를 얻었는지 모르지만, 성경은 인생은 풀의 꽃과 같고 안개와 같다고 했다.

    이런 사기행각은 박물관의 협력 없이는 쉽지 않다. 영국자연사박물관은 원본은 박물관 지하에 숨겨놓고 복제품으로 연구하게 했고, 필트다운 인 화석을 외부 학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매우 꺼렸다. 박물관 측은 유물손상을 염려해서 그랬다지만 글쎄다. 대영박물관은 ‘필트다운 인’에 대한 호의적이지 않은 조사를 적극적으로 막아서 40년 동안이나 잘못된 이론을 퍼뜨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인류 진화의 기원문제는 매우 다양하며, 어디서 시작됐고, 어떻게 퍼져나갔는지에 대한 학자들 간의 논쟁도 끊이지 않는다. 혼란스러운 가설들만 난무한다. 원래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학설이 대립하게 마련이다. 잘 몰라서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문제가 있으니 이렇게 저렇게 맞추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인류학자들의 주장에 과학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치아모양(포물선인가 U자형인가), 두개골 용적의 크기, 안면 경사각, 눈두덩의 두께의 형태적 차이를 기준으로, 사람과 유인원을 구별하고 있다. 필자가 6대 주를 다 다녀보았는데, 두개골의 모습은 매우 달랐고, 눈두덩, 안면 경사각, 머리 크기 모두 오묘할 정도로 다양한 형태를 지녔다. 다양한 원주민을 더 많이 접했다면 더 다양한 형태에 놀랐을 것 같다.

     

    실러캔스. 사진/셔터스톡
    실러캔스. 사진/셔터스톡

    6천만 년 전에 멸종돼 양서류로 진화됐다고 하는 실러캔스는 1938년에 남아공 인근 바다에서 발견됐고, 수 억년 동안 쌓여서 됐다는 지층도 단시일 내에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도 1980년 미국 워싱턴주 헬렌 산 폭발이었다. 또 ‘필트다운 인’ 사기 사건도 50년 뒤에 밝혀졌다. 생물, 지질, 인류학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비 진화의 증거’들은 진화의 증거가 널리 퍼진 후, 한 참 후에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창조주의 오래 참으심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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