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 지방을 살린다]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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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이 지방을 살린다]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 입력 2020.04.09 09:45
    • 수정 2020.04.09 10:08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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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수 여의도아카데미 마케팅연구소장
    김경수 여의도아카데미 마케팅연구소장

    송가인이나 장윤정을 초대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축제 성공 여부가 달라진다면 이건 좀 잘못된 축제 아닐까요?

    전국은 여전히 많은 축제로 ‘몸살(?)’이 날 지경이라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틀 이상 진행되는 전국의 문화관광축제는 연간 800개가 넘는다고 하며, 크고 작은 축제까지 합하면 그 수가 무려 1만5000개나 된다고 하는데요. 단순 계산해도 매일 41개의 행사가 전국 어디에선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역 축제에 많은 사람이 온다면 좋은 일이지만, 축제 콘텐츠가 약해 인기 가수의 힘만 빌어 ‘반짝’ 사람을 모은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닐까요?

    물론 성공한 지자체 행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사람 붐비는 것으로 말하면 화천 산천어축제도 성공적이며, 함평 나비축제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축제로 인해 지역의 농수산물 판매가 급증하기도 하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져 지역 경제에 순기능을 하는 축제도 분명히 있습니다. 

     

    화천 산천어축제.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화천 산천어축제.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화천 산천어축제.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화천 산천어축제.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하지만 제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여러분은 잘 아실 것입니다. 여러 곳을 다녀보았지만 축제를 기획한 목적이 무엇인지 알기도 어렵고, 장터처럼 펼쳐진 풍경도 엇비슷하기만 합니다. 먹거리, 놀거리, 즐길거리가 비슷한 축제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작년에 경기도 안성시가 주최한 죽주대고려문화축제를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이 축제는 몽고군의 침입을 막아낸 송문주 장군의 위업을 기리고자 지역에서 꽤 오랫동안 이어져온 축제였습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죽주산성 길도 구경할 겸해서 다녀왔지만 못내 아쉬운 내용이 많았습니다. 

     

    2019 죽주대고려문화축제. 사진/한국관광공사
    2019 죽주대고려문화축제. 사진/한국관광공사

    무엇보다 송문주 장군의 콘텐츠를 충분히 볼 수 없었습니다. 여느 행사와 마찬가지로 놀거리와 먹을거리만 가득한, 장터 같았습니다. 송문주 장군의 위상을 후대에 알리고자 마련했다는 행사 취지를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저는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경기도 안성시는 동아방송예술대, 중앙대 안성캠퍼스, 한경대학교를 비롯해 5개의 대학이 있는 도시입니다. 인구 20만도 안 되는 도시에 이렇게 많은 대학이 있는데, 지역 축제에 관내 대학생들이 참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느 단체에 축제 운영을 무조건 일임할 것이 아니라, 대학생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행사에 참여한다면 축제 콘텐츠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문주 장군 일대기를 뮤지컬로 만들어 공연할 수도 있을 것이고, 몽골에 대항했던 ‘죽주’의 힘을 그림과 여러 예술 영역에서 다채롭게 표현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동아방송예술대 학생들이 만드는 송문주 장군 영상 콘텐츠도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한대, 제가 그곳에서 본 컨텐츠는 ‘각설이타령’과 가수들의 춤과 노래뿐이었습니다. 

    무조건 사람들이 많이 방문해야 꼭 성공한 축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축제를 기획한 목적이 무엇인지, 지역사회가 축제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은 무엇이며, 그에 맞는 콘텐츠를 잘 기획하는 일이 더 중요하겠지요. 또한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적극 참여하고, 그들이 행사의 주체이자 참여자가 된다면 더 의미 있는 축제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지역의 축제는 어떠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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