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춘천 스페인 가정식 '아워 테이스트' 김성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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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춘천 스페인 가정식 '아워 테이스트' 김성미 대표

    • 입력 2020.04.12 06:22
    • 수정 2023.09.07 12:51
    • 기자명 방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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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고유 자원을 사업화, 대안적인 자영업 생태계를 제안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돕기 위해 ‘우리동네 크리에이터’를 연중 기획으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손님에게 대접할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김성미 아워 테이스트 대표의 모습.
    손님에게 대접할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김성미 아워 테이스트 대표의 모습.

    춘천 옥천동에 있는 봄내극장에서 좌측 언덕길로 조금 올라가면 따스한 봄내음이 느껴지는 한적한 주택가가 나온다. 그 속에 자리한 상가건물 1층에는 유럽의 아담한 동네 식당을 연상케 하는 한 가게가 자리해 있다.

    출입문 옆에 깔끔하게 놓인 작은 화분들과 유리창 너머 바에 놓여진 다양한 책들, 벽에 붙여진 다양한 오브젝트들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공간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눈에 띄는 간판은 없지만 작은 나무 팻말에는 스페인 가정식 '아워 테이스트'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아워 테이스트 바에 놓인 와인과 식재료, 소품들.
    아워 테이스트 바에 놓인 와인과 식재료, 소품들.

    가게에 들어가면 바에는 스페인어로 된 요리 서적과 소품, 식재료들이 진열돼 있고 벽에는 다양한 그림과 대표의 관심사를 표현한 작품들이 걸려 있어 호기심을 끈다. 

    이곳에서 만난 김성미(35) 대표는 한 달여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맛본 로컬 식재료에 감명을 받아 스페인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현지 여행객들과 핀초바와 와인바 등을 다니며 음식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는 "테이스트라는 말이 입맛뿐만 아니라 취향이라는 뜻도 있지 않냐. 음악·미술·영화 등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문화복합공간처럼 운영해나가면 좋을 것 같아 가게를 열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3년을 다니던 직장을 퇴사한 후 미래를 생각하기 위해 떠났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농부들은 자기만의 철학을 갖고 농사를 짓고 있었다"면서 "이들이 재배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맛봤는데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요리에 감탄했다"고 회상했다. 

    직장에서는 의료 전문기자로서 글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했다면 앞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식재료를 갖고 다른 사람의 풍족한 삶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게 그의 목표다.

     

    아워 테이스트 실내 모습. 손님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과 피아노가 놓여 있다. 
    아워 테이스트 실내 모습. 손님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과 피아노가 놓여 있다. 

    김 대표는 농장에서 바로 식재료를 가져다 쓰는 팜 투 테이블 레스토랑인 '어쩌다 농부'에서 숍 인 숍 형태로 타바스(한입거리 음식) 위주의 스페인 요리를 제공하며 창업 기반을 다졌다. 이후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역생활문화기반 청년창업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지난해 4월부터 '아워 테이스트'를 운영 중이다. 

    그는 가게 문을 열고 1년이 된 지금까지 다양한 고객들과 취향과 삶을 공유하며 많은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어떤 단골손님들은 가게와 어울리는 그림이나 물건 등을 직접 선물하기도 한다고. 김 대표는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공감각적인 공간"이라면서 "음식뿐만 아니라 옷과 공간 등 의식주 전반을 아우르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해나가는 공간으로 운영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워 테이스트에서 제공하는 스페인식 오믈렛 또르띠야 데 파타타(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빠에야, 배리 잼 화이트 앤초비, 건 자두 닭조림.
    아워 테이스트에서 제공하는 스페인식 오믈렛 또르띠야 데 파타타(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빠에야, 배리 잼 화이트 앤초비, 건 자두 닭조림.

    실제로 그는 격주 일요일을 활용해 고객이나 지인들을 초대, 네추럴 와인 시음과 함께 미술, 음악, 영화 등 각자의 취향을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다. 또 이들과 함께 가게에 진열된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피아노 연주도 연주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는 냉장고도 일부러 작은 것을 사용한다. 손님이 예약하면 그때그때 식재료를 구입해 신선한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서다. 특히 손님들의 기다림과 불편을 없애고자 최소 하루 전에 예약을 받아 진행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해산물 볶음밥인 빠에야와 한입 분량의 다채로운 식재료가 조합된 핀초, 스페인식 오믈렛 또르띠야 데 파타타, 건 자두 닭조림 등이 있다. 

     

    김성미 아워 테이스트 대표가 바에서 손님들과 함께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김성미 아워 테이스트 대표가 바에서 손님들과 함께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김 대표는 "가게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먹을 때 거북하지 않고 물을 마실 필요가 없는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것"이라며 "여기 오신 분들이 식사만이 아니라 삶의 위안을 얻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꿈을 쫓아 아무런 연고도 없는 춘천에서 사업을 시작한 그는 '흐르는 강물처럼 어떤 변화에도 겁먹지 말고 용기 있게 대처해 나가자'라는 자신의 인생의 신조처럼 다양한 어려움에 대처해나가고 있다.

    김 대표는 "스페인 문화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에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면서도 "음식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해서 한국과 유사한 점은 무엇이 있는지 공통분모를 찾아 점차 다가가려고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MS투데이 방정훈 기자 hito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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