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미스터트롯' 신드롬, 오디션 예능 새역사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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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미스터트롯' 신드롬, 오디션 예능 새역사 만들었다

    • 입력 2020.03.16 16:31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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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지난주 방송가 최대의 화제는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결승전이었다. 지난 12일 결승전 시청률이 35.7%로 마의 35% 벽을 돌파한 데 이어 서버폭주로 실시간 문자투표를 반영하는 최종 집계를 발표하지 못하고 이틀 후인 지난 14일 결과 발표를 위해 특별 편성된 생방송마저 시청률 28.7%를 기록했다.

    '미스터트롯'은 최종 우승자(眞)인 임영웅 외에도 영탁(善)-이찬원(美)-김호중(4위)-정동원(5위)-장민호(6위)-김희재(7위)까지 톱7 등 많은 참가자들이 실력과 개성을 갖추고 있어 '미스트롯'에서 송가인 한 명에게 치우친 팬덤과 비교해볼 때 훨씬 다양하게 팬덤이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다.

    '미스터트롯'이 신드롬급 인기를 보이자 그 인기 요인들을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트로트가 중장년층뿐 아니라 20·30세대에게 통한 것은 요즘 정치 경제적 상황을 보며 쌓인 '울분'이 한(恨)의 트로트와 만나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이런 설명이라면 20·30세대가 울분을 트로트가 아닌 댄스뮤직으로도 풀 수 있다. 울분이 '한'과 만나야만 통하는 건 아니다. 흥(興)의 트로트, 흥(興)의 댄스와도 만날 수 있다.

     

    '미스터트롯'의 인기 요인은 뭐니뭐니해도 평소 TV에 나오지 않는(더 정확한 표현은 '나오지 못하고 있던'이다) 실력자들이 대거 출연해 밀도 있게 2시간25분간 방송한다는 점이 우선이다. 준결승이 열린 지난 5일 방송은 2시간53분 방송됐는데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아무리 재밌는 영화도 이 정도의 흥미와 긴장 유지는 어렵다.

    그래서 '미스터트롯'은 그간 오디션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 주로 사용하던 개인사에 치중해 감성에 호소하는 신파적 스토리텔링과 심사위원의 독설, 악마의 편집 등에서 벗어나 오로지 참가자의 노래 실력 그 자체에만 집중한 '정공법'으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었다. 이를 위해 1년여의 기간을 거쳐 꼼꼼하게 오디션을 진행했고, 그 결과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역대급 실력자들을 대거 출연시켰다.

    마스터들의 평가에도 독설은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의 독설은 그 자체가 캐릭터가 되고, 악마의 편집에 좋은 도구로 활용됐지만, 여기서는 몇몇 마스터들은 잔치판을 즐기는 온 사람 같다. 살벌한 경쟁터 같은 느낌이 날 리 없다. 작곡가 조영수와 장윤정까지도 차분한 평가를 내린다.

     

    '미스터트롯' 결승전 투표. 사진/TV조선
    '미스터트롯' 결승전 투표. 사진/TV조선

    들을 거리만 있는 게 아니고 볼거리도 다채롭다. '1대1 한 곡 대결'에서 최연소 정동원- 최고령 장민호가 함께 부른 '파트너'는 귀엽고 멋있는 작품을 보는 듯했다. 강태관-김희재가 '나만의 여인'을 부르면서 '애인구함, 연락주삼'의 종이를 들며 공개 구혼하는 장면은 누가 봐도 유쾌했다.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은 경쟁하면서도 화합한다. 경쟁하면서도 서로를 응원하는 트롯맨들의 진심이 느껴지기에 더욱 감동적이다. 서바이벌은 형식일 뿐이다. 꿩을 잡는 새가 매이거늘, 생존경쟁에서 경쟁보다 화합이 더 부각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화합과 하모니가 이기려는 작전 위주로 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함을 알고 있다. 이들은 팽팽한 라이벌이자 좋은 파트너 관계를 보여 승자만 살아남는 게 아니라 모두 산다.

    준결승인 '1대1 한 곡 대결'에서 이기려고만 한다면 도저히 지목할 수 없는 상대를 지목한다. 김수찬이 우승 0순위 임영웅을 지목하고, 7위였던 신인선이 2위였던 영탁을 지명했다. 하지만 김수찬과 신인선은 진 것이 아니다. 흥과 끼에 있어서는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김수찬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특히 신인선과 영탁이 주현미의 '또 만났네요'를 부를 때는 너무나 사이좋게 찰떡궁합을 보여줘, 마스터들의 선택을 힘들게 만들었다.

    '트롯병아리' 정동원이 '현역장닭' 장민호를 상대로 지목했을 때, 이들 중 누구를 떨어뜨려야 하지 하고 고민하면서 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이들의 진행과 행보에 시청자들도 '감정선'이 함께 따라가고 있다.

     

    '미스터트롯' 최종 우승자인 임영웅 사진/TV조선
    '미스터트롯' 최종 우승자인 임영웅 사진/TV조선

    '미스트트롯'의 인기에는 다소 유치한 자막도 한몫하는 듯하다. 조금 유치할수록 시청률은 더 올라간다. 이찬원과 나태주가 남진의 '남자다잉'을 부를 때에는 '찬또 윙크라니. 연차내길 잘했어' '누나들 잘 봐요' '열심' '튕김 좋고' '골반 개방-과감(이찬원), 화려(나태주)' '삐걱대는 골반맷돌(나태주) 등의 자막이 올라온다.

    '버터산유국' 류지광이 노래를 부르고 카메라가 여성 관객석을 향하자 자막은 '동굴에서 나랑 살래'가 떴다. '황소' 김경민이 '누이'를 부르면서 춤을 추면 황소울음소리를 깔아준다. 이런 것들이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미스터트롯'은 기존 트롯의 전형적인 틀을 완전히 깨부수고 댄스, 록, 성악, 국악, EDM, 비트박스 등 전혀 다른 장르와의 조합을 통해 '트롯의 신장르'를 개척해냈다. 특히 9살 홍잠언부터 대학생 이찬원, 군복무 중인 김희재, 참가자 중 최연장자인 장민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가 나이와 세대를 초월해 노래 하나로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 폭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트롯에 열광하던 기존 중장년 층 뿐만 아니라 2, 30대 젊은 세대를 대거 유입시키며 '트롯의 맛'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미스터트롯' 행사가 화려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버폭주로 인한 결승전 투표 결과 발표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와 출연자와 방송사와의 계약에서 불공정하다는 논란, 결승전에서 무려 3시간 20여분이나 방송하며 시간을 끈 것은 뼈아픈 오점이자 개선해야 할 사안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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