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세상읽기] 아프리카를 가다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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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의 세상읽기] 아프리카를 가다 下

    • 입력 2020.03.19 00:00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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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아홉째, 잔지바르 섬 방문이다.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공항에서 비행기로 이동했다. 인도양의 진주로 불리는 곳으로, 최근에는 프레드 머큐리가 태어난 장소로 인기가 있다. 아프리카 기후는 습도가 낮아 여름을 지나기가 좋은데, 잔지바르는 습도가 높아 인도양의 진주까지는 아니었다. 과대광고다. 유럽사람들이 휴양차 많이 오는 것은 맞지만, 유럽인에게 필요한 태양과 저렴한 물가, 상대적으로 좋은 휴양시설 때문일 것이다.

    열 번째,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를 만났다. 빅토리아는 폭 1.7㎞, 높이 108m로 세계에서 낙차가 가장 큰 폭포다. 높이는 이과수보다 20m, 나이아가라보다는 2배가 더 높다. 빅토리아는 폭포에 대응하여 1.7㎞를 걸어가면서 거의 대등한 높이에서 감상하는 점에 특색이 있고, 폭포와의 간격이 500m 안쪽이라 감동이 직접적이고 엄청나게 치솟는 물보라가 어마어마했다. 

    빅토리아는 짐바브웨에서 보는 것이 압권이다. 세계 3대 폭포는 모두 두 나라에 걸쳐 있고, 이과수는 여러 개의 폭포가 분리돼 있으면서 하나의 폭포군을 구성하고 있지만(4.5㎞), 빅토리아와 나이아가라는 연속된 하나의 폭포로 돼 있다. 이과수와 나이아가라는 배를 타고 가까이 갈 수 있지만 빅토리아는 불가능하며, 이과수와 나이아가라는 아래에서 위를 바라다보지만 빅토리아는 비슷한 높이에서 바라본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중국 여행객이 거의 없어 빅토리아 폭포에서 독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빅토리아 폭포의 웅장함을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잠비아 쪽에 있는 ‘악마의 수영장’은 빅토리아 폭포의 물이 떨어지는 벼랑 끝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물웅덩이를 말한다. 건기인 8월 이후에만 이용이 가능해서 가까이에서 보기만 했다.

    열한 번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인 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을 만났다. 나미브 사막은 붉은색 사막으로 유명한데, 나미브의 가장 유명한 사구(dune 45, 표고 159m)에 올랐다. 듄이란 커다란 사구(모래 언덕)를 말하며, 150여 개의 사구에다 번호를 붙여 놓았는데, 45번 사구는 공원 입구에서 45㎞ 떨어진 곳에 있다는 뜻이다. 

    TV에 방영돼 유명세를 탄 덕에 기회가 주어지면 오르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거대한 모래 언덕들은 수많은 능선을 이루며 붉은 빛깔을 띠고 황홀한 비경을 선사해 주었다.  ‘데드 블레이’도 경험했다. 블레이는 샘이란 뜻인데, 데드 블레이는 사막 안에 있었던 오아시스의 물이 말라 그 흔적만 있는 곳으로, 건조해진 다양한 모습의 나무 군이 남아 있는 곳이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나미비아의 제1의 관광도시 스와코프문트는 세계 유일의 ‘해안사막’을 보유하고 있는데, 썰물 때 드러난 해안사막과 대서양 사이에서의 드라이브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해안사막이란 붉은 사막언덕이 직접 바다와 접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날아다니는 모습이 더 아름다운 핑크빛 플라밍고가 즐비한 웰비스 베이는 덤이었다.
        
    열두 번째, 만델라로 유명한 남아공을 만났다. 남아공은 영국과 네덜란드가 각축을 벌인 나라다. 지금도 케이프 타운은 영국의 흔적이, 요하네스버그는 네덜란드의 흔적이 깊다고 한다. 수도도 입법, 행정, 사법 수도로 3분 되는 특이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단일국가를 만들면서 생겨난 타협의 산물로 보인다. 남아공에 대해서는 극심한 인종차별로 평소 부정적인 인상을 가졌지만 이번 여행에서 남아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불식됐다. 남아공은 6.25 당시 공군을 파견해 준 나라였다. 모두 828명 백인 공군 조종사가 참전했고, 이 중 36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지금도 18시간이 걸리는 곳인데, 70년 전 그 먼 곳에서 도움을 주었다니 머리가 숙연해진다. 케이프 타운 시내에서 두 개의 참전 용사비를 볼 수 있었는데, 제1·2차 세계대전 추모탑과 6.25 참전 추모탑이었다.

    남아공은 1994년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저 유명한 인종차별(아파르트헤이트)을 폐지했고 흑백화합이 시작됐다. 남아공은 노벨 평화상을 3번(수상자는 4명)이나 수상할 정도였으니 나라 안에 깊게 드리워졌던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케이프 타운은 아름다운 관광도시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깨끗한 도시, 좋은 날씨와 적절한 기후, 다양한 볼거리(물개, 펭귄), 신 7대 절경의 하나인 테이블 마운틴, 희망봉 등이다. 테이블 마운틴에 어렵게 올랐다. 테이블 마운틴을 방문하는 여행객 중 40~50%는 오르지 못한다고 한다. 해발 1,085m에 위치해 구름이 없고 바람이 세게 불지 않아야 한다. 하루는 구름 때문에, 하루는 바람 때문에 오르지 못했는데 귀국하는 날 아침 일찍 오를 수 있었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이곳에서 360도 회전하는 케이블 카를 탔다. 마운틴에서 바라본 케이프 타운의 전경은 물론 아름답다. 멀리 만델라가 18년간 수감됐던 로벤 섬과 월드컵 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희망봉의 세찬 바람과 산악열차인 푸니쿨라로 오른 케이프 포인트 정상의 옛 등대 부근에서 바라본 인도양과 대서양의 바다 전경이 매우 인상적이다. 다시 방문하고 싶은 나라지만 거리상 불가능하다.

    죽은 아프리카의 모습은 전 세계 공통의 현상이지만 부의 지나친 편재다. 가장 부유한 남아공이 2018년 GDP 기준 6377달러 정도이고, 나미비아는 남아공과 비슷한 수준이다. 나머지 국가는 모두 2000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이 국가들은 1인이 수십 년씩 장기지배한 독재국가다. 

    남미가 이념과 포퓰리즘으로 가난해졌다면, 아프리카는 장기독재로 가난해졌다. 전자가 실패한 사회주의를 도입하는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과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의 결과라면, 후자는 자기 배만 채우려는 인간의 탐심과 욕심으로 빚어진 장기독재의 결과다.

    인류는 호모 비아토르(viator), 즉 ‘여행하는 인간’이다. TV를 통한 여행은 소파에 누워, 다리도 아프지 않고, 비용도 들지 않아 좋다. 그러나 여행은 가서 거기 있고 싶고, 직접 내 몸으로 느끼고 싶어 떠나는 것이다. 여행은 설렘과 흥분으로 낯선 세계로 들어가게 하면서 ‘후회와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여행은 삶의 활력소를 찾으러 가는 힘들지만 흥미로운 삶의 여정이다. 또 여행은 고되고 비용도 들고, 물론 복잡한 일상으로 다시 복귀하게 되겠지만, 여행 후 다시 일상을 여행할 힘을 가져다 준다.

    아프리카는 6~7시간 시차가 나서 주일예배는 인터넷 생방으로 바로 드리기도 했고, 새벽기도 말씀은 다운받아 장시간 이동 중일 때 들으며 은혜를 받았다.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경험하면서 차 속에서 말씀을 들을 수 있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르겠다. 3주간 주일예배를 빠져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려도 자칫 영적 빈곤이 있을 수 있는데 영혼의 공백이 있거나 또는 영적인 힘 없이 사는 분들의 삶은 어떤지 궁금하다.

    조금 긴 여행을 다닐 때 절감하는 것은 느낌을 공유하고, 맛있는 음식과 경험을 나눌 수 있고, 지루한 이동에 말벗이 돼주고 짐도 챙겨주는 아내가 있어 고맙다는 점이다. 혼자 가는 여행을 즐기는 분도 계시겠지만, 적어도 필자에겐 아내 없는 여행은 생각할 수 없다. 지난번 남미여행 때에는 상품가격에 석식이 자유식이라 호텔 안에서 소박하지만 소중한 한식을 할 수 있어 하루 한 끼의 현지식도 괜찮았다. 이번 여행상품은 저녁이 포함돼 여행사가 좋은 식사 제공을 위해 많은 배려를 해줬지만 하루 두 번의 현지식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았다. 내 나라 음식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깊이 깨달았다. 또 긴 여행은 여행자를 애국자로 만들어준다. 돌아갈 나라와 집이 있고 다시 맛볼 음식이 있어 마음이 푸근하다. 필자에겐 두 채의 집이 있는데, 하나는 한국에 또 하나는 천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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