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강의 육아이야기] 3. 아름다운 동행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양희강의 육아이야기] 3. 아름다운 동행

    양희강 빅맘 산모의 집 원장

    • 입력 2020.03.11 09:51
    • 수정 2020.03.11 13:03
    • 기자명 칼럼니스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희강 빅맘 산모의 집 원장
    양희강 빅맘 산모의 집 원장

    필자가 함께 육아를 고민했던 홍아무개 산모는 결혼 10년차에 출산했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홀로 고생하며 자란 남편이 아기를 낳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임신에 성공하고 부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아프리카의 아이 하나를 후원해 내 아이와 같이 기르자는 것이다. 학비와 용돈을 후원하고 아이와 편지를 주고받고 아이 생일에 축하선물도 보내준다. 거실 탁자에 세워둔 액자 속 아프리카 소년이 이들의 첫 아이가 된 사연이다.

    다른 김아무개 산모는 백일잔치 대신 기아대책본부에 비용을 현금으로 기부하고 아기와는 간단하게 사진만 휴대폰으로 촬영해 컴퓨터에 저장했다.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고 인화도 필요하게 되면 그때 하겠다고 한다.

    또 어떤 부부는 첫돌기념을 조리원동기들과 함께 합동으로 치르기로 하고 일년 동안 사용한 아기용품들을 가지고 나와 바자회를 열었다고 한다. 먹고 마시고 사진 촬영하고 즐기는 것에 더해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든 모임이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기부문화에 축하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행사업체와 충분한 사전 조율을 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도 많았지만, 오래 기억되고 함께한 친지들과도 유대감이 훨씬 깊어졌다고 전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뜻깊은 육아 환경을 볼 수 있다. 맘카페의 활동이 대표적이다. 높은 등급까지 도달하면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특전도 주어진다. 또 어떤 예비맘은 출산용품 전체를 중고로 구매 또는 받는 '드림'을 통해 해결한다.

    부족하거나 소장하고픈 물건만 구입하는 경우도 본 적 있다. 그렇다고 얻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깨끗하게 쓴 물건을 지역주민들에게 '드림'을 하면서 새물건도 살짝 끼워서 보내주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부모님 농사지어서 보내주신 쌀을 봉지에 나눠 담아 이웃들과 함께 나누기도 하는 통 큰 30대 주부의 이야기였다.

    이제는 많은 이들이 카페에 가입해서 쓰지 않는 것은 나누어 주고, 모든 생활용품을 중고로 구입하고, 필요이상의 물건을 구입해서 폐기물을 만들지 않으며, 비워감으로써 절제를 생활화 하는 삶을 견지한다.

    돌아보면 아이가 인생의 또 다른 출발점이었고 더 뛰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우리는 물질을 모으기 위해 달려온 세대였었다. 좋은 것만 주고 싶었고 남보다 돋보이게 치장 시키고 싶어서 명절에는 새 옷을 준비하고 심지어 여행을 갈 때도 쇼핑을 하고 출발을 했었다.

    십여년 전 미국에서 대학 교수로 활동하고 퇴직하신 분과 다과를 같이 할 일이 있었다. 그 때  무심코 그 분 신발에 눈이 갔다. 신발이 제대로 낡아서 뒤축이 거의 무너져 있었다. '선생님 신발이 너무 낡았는데 그걸 신고 비행기 타셨어요?' 라고 여쭸더니, 한국에 와서 수선해서 신으려고 신고 오셨다고 하셔서 모두들 한바탕 웃었었다.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새 물건에 대한 집착은 버리지 못하고 살았는데 날마다 만나는 젊은 산모 중에 이런 고운 풍토를 가꾸는 것을 보면서 덕분에 이제는 필자도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재활 가능한 화분 받침용 선반 등을 주워오기도 한다. 오래된 옷을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기도 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선한 것을 순환시키면서 이웃과 함께하려는 아름다운 젊은 동반자들! 이들과 함께라면 우리 사회가 가는 길이 험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확신과 함께 옆에서 동참하고 지지하고픈 열망이 샘 솟는다.

    자녀를 갖게 되면서 세계관을 넓고 깊게 갖게 됐다고 말하는 젊은 부부들. 이들이 높고 멀리 나르는 세상을 꿈꾸면서 작은 것부터 실행하는 드림문화와 기부문화를 지켜보며 이런 부모에게서 자라나는 아이들과 사회의 앞날이 그려진다.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