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나영석·김태호PD의 서로 다른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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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나영석·김태호PD의 서로 다른 스타일

    • 입력 2020.02.10 09:43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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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한국 예능계에는 두 명의 천재가 있다. 김태호 PD와 나영석 PD다. 한국 예능계의 양대산맥 같은 존재다. 그런데 이 두 명의 PD가 스타일이 너무 달라 재미가 있다. 작품을 연출하는 스타일뿐만 아니라, 나의 취재 경험으로 볼때 성격도 많이 다른 것 같다.

    나 PD는 범인(凡人) 스타일의 천재다. 예능 트렌드나 스타일이 너무 앞서가는, 실험적인 연출가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보편적 소재, 이를 테면 여행과 음식을 가지고 사람 냄새나는 예능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예능 PD들의 교과서에 있는 “반 보만 앞서 나가라”는 원칙에도 부합한다. 약간의 새로움만 장착한다.

    tvN ‘삼시세끼-산촌편’ 미션은 지극히 간단하다. 여기서 염정아가 윤세아, 박소담 세 사람이 의기투합해 음식을 척척 만들어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감정선이 만들어지면 녹음이 우거진 강원도 산촌과 비오는 소리, 닭과 같은 동물들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보여준다. 얼핏 지루할 것 같아도 사람들을 충분히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나영석 PD
    나영석 PD

    나영석 PD는 상황 속에 여백을 둬 인물 자체의 감정선과 인물들간의 감정 교류를 자유롭게 해준다. 나영석 PD도 어쩔 줄 모르게 만드는 염정아의 표정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처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리얼리티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킨다. 이는 드라마 ‘SKY 캐슬’에서 어떻게 해서라도 자식을 서울의대에 보내고야 말겠다는 욕망에 불타는 엄마 한서진 캐릭터와는 너무 달라 더욱 흥미로웠다는 후기도 있다.

    최근 나영석 사단이 내놓은 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도 엄청난 기획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맞는 ‘숏폼’ 6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그중 한 코너인 이승기의 ‘삶의 체험 공장’은 과거 같은면 1시간 넘게 봐야 하지만 15분으로 압축해 보여주는 게 핵심이다. 지루해지기 전에 다음 코너가 시작된다(다음 코너 시작은 유튜브 형식과 비슷하다). 짧지만 꼬막공장 체험에서 드러났듯이 웃음과 감동, 지식 등 많은 걸 밀도있게 담고있다. 

    나 PD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다“는 믿음은 이런 보편성에 바탕을 둔 데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나영석 PD는 비슷한 걸 오래 해도 시청률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김태호 PD
    김태호 PD

    김태호 PD는 이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나 PD가 범인(凡人)형의 천재라면 김태호 PD는 비범(非凡)형 천재다. 

    ‘무한도전’을 MBC 예능 브랜드로 만든 김태호 PD가 얼마전 새롭게 연출에 나서면서 ‘무한도전’의 그림자를 지우려고 했다지만, 부담이 없을 수 없다. 만약 ‘놀면 뭐하니’가 실패했다면 김태호 PD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김태호 PD는 ‘놀면 뭐하니’ ‘같이 펀딩’을 통해 형식 실험을 하다 뭔가 잡히는 게 있으면 놓치지 않고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여봐란듯이 성공했다.     

    ‘놀면 뭐하니?’는 고정 출연자 유재석을 중심으로 시작된 ‘릴레이 카메라’, 드럼 신동 유재석의 ‘유플래쉬’, 트로트 신인 가수 유산슬의 ‘뽕포유’, 라섹 유재석의 ‘인생라면’까지, 릴레이와 확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안방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 유산슬은 자이언트 빅히트작이다. 유산슬은 트로트 인기를 견인했을 뿐만 아니라 펭수, 마미손처럼 본질적 인물과 캐릭터가 독립적으로 분리되는 ‘놀이’라는 트렌드에도 부합된다. 

    ‘놀면 뭐하니?’의 음악을 만드는 ‘유플래쉬’ 프로젝트는 ‘무한도전’이라는 이름으로서도 할 수 있는 미션이지만, 그 때와는 다른 점이 있다. 유재석에게 카메라 하나를 던져주고, 이를 릴레이로 넘기면서 찍게 하면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김태호 PD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와 연출 스타일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심하게는 김태호 PD 연출작 같지 않다는 말도 나오게 된다. 시작과 끝이 달라져 김태호 PD 스타일 외에 다른 것도 얻을 수 있는 유연함이 강점이지만, 잘못하면 엉성해질 수 있는 위험 부담도 안고 있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측면에서 볼때, 나영석 PD와 김태호 PD가 조금 다른 것도 이런 지점이다.

    나영석 사단이라는 말은 있어도, 김태호 PD 사단이라는 말은 잘 안쓴다. 정해진 포맷과 틀을 구축하지 않고, 계속 달라지는 김태호 PD는 MBC 내부에서도 후계자가 나오기 어렵다고 한다.

    김태호 PD와 나영석 PD의 향후 연출방향은 새로운 플랫폼과의 적응과도 관련이 있다. 둘 다 그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하다. 특히 김태호 PD의 형식은 계급장 떼고 싸우는 유튜브 등 SNS 환경과 많이 닮아있다. 기회와 권력 독과점을 누리던 지상파가 많은 매체, 채널과 진짜 경쟁해야 하는 요즘 분위기와는 썩 잘 어울린다. 

    흥미로운 점은 나영석 PD나 김태호 PD 모두 한국 예능계에서 계속 지켜볼만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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