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세상읽기] 임종석 · 송철호의 '묵혀두었다는 1년 8개월'의 실체
  • 스크롤 이동 상태바

    [돌담의 세상읽기] 임종석 · 송철호의 '묵혀두었다는 1년 8개월'의 실체

    • 입력 2020.02.10 00:00
    • 수정 2020.02.11 13:18
    • 기자명 칼럼니스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학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김학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2020년 1월 29일. 검찰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송철호 울산시장을 비롯, 청와대 고위 전·현직 비서관을 무려 13명이나 기소했다. 대검과 중앙지검 간부 10여명의 회의 결과, 이성윤 서울지검장을 제외하고는,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대검 고위 간부 3명을 포함해 모두 기소에 찬성했다고 하니, 하명수사 혐의에 대해 검사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비서실장이던 임종석이 1월 30일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스스로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검찰이 울산에서 1년 8개월이나 덮어뒀던 사건을 지난해 11월 윤 총장의 지시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할 때 이미 분명한 목적을 갖고 기획된 윤 총장의 기획수사라고 했다. 당일 송철호 울산시장도 검찰의 꿰맞추기 정치수사에 분노한다고 했다. 기획수사 또는 꿰맞추기 정치수사인지 여부는 수사진행 상황을 봐야 알 수 있겠고, 예단은 금물이지만, 글쎄다.

     

    2018년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18년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이 있는데, '1년 8개월 동안 묵혀두었다'는 임종석 말의 진실 여부다. 1년 8개월 전이라면 대략 2018년 4~5월 전후다.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서 이번 기소까지의 과정을 보면 진실 여부가 판명될 수 있다.

    2018년 3월 16일은 김기현이 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이 확정되던 날이면서, 울산경찰청이 김기현 시장의 측근(비서실장·동생·인척) 비리를 문제 삼아 비서실 등을 압수 수색한 날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하명수사 의혹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6월 지방선거 당시에도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와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는 TV를 통해 울산은 물론 전국이 모두 알고 있었고, 경쟁자인 임동호를 배제하면서 전략 단수 공천을 했으니 당시에도 청와대 선거개입이 있었다는 소문은 무성했다.

    2018년 5월 11일, 경찰은 김기현 측근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같은 해 12월 3일, 최종 기소의견을 유지해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이듬해 2019년 3월과 4월에 김 전 시장의 측근과 김 전 시장의 동생에 대해서까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김 전 시장의 측근들이 무혐의로 처분되자 자유한국당은 당시 경찰 책임자였던 황운하(2017년 7월 울산청장에 임명되고, 2018년 12월 대전청장으로 영전됨)와 관련 수사관을 2019년 3월 31일 울산지검에 고발했다.

     

    지난해 3월 21일 오후 울산지방검찰청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오른쪽부터), 곽상도 의원, 안효대 울산시당위원장이 울산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6·13 지방선거기간 검찰에 고발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의 직권 남용 등의 혐의에 대해 수사를 촉구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3월 21일 오후 울산지방검찰청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오른쪽부터), 곽상도 의원, 안효대 울산시당위원장이 울산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6·13 지방선거기간 검찰에 고발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의 직권 남용 등의 혐의에 대해 수사를 촉구했다.(사진=연합뉴스)

    울산지검은 황운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는데, 당시 담당 수사관들이 출석에 불응하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 검찰의 황운하에 대한 수사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때 울산지검은 울산경찰청에 측근비리 수사를 착수하게 된 첩보의 출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울산경찰청은 2019년 7월경 '청와대에서 하달된 첩보를 근거로 수사에 착수했다'는 검찰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공문을 보내왔다. 또 경찰은 울산경찰청이 울산시장 비서실을 압수 수색을 하기 한 달 전 청와대에 1회 보고하는 등 청와대에 수사상황을 총 9회 보고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은 청와대 비서관이 다수 연루돼 있고 대통령까지 올라갈지 모르는 이 사건에 대해, 조국 갈등도 있었기에 지긋이 눈감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지켰다. 며칠 전 대선후보 지지도에 처음 등장한 윤석열이 황교안 대표를 제치고 2위가 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정의와 공정에 목마르지만 침묵하는 다수 국민의 마음 표출이다.

    윤석열이 11월 26일에 사건을 서울로 이첩한 것은 기획이 아니라 청와대에 근무하는 다수 비서관들의 편의를 위한 배려이며 관할 상 서울지검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이후 검찰은 약 두 달에 걸쳐 송병기 전 울산 부시장을 비롯해 청와대 전·현직 비서관 등 고위공직자들을 소환 조사했고, 비록 실패했지만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법무부 '靑 선거개입' 13인 공소장 비공개 논란(사진=연합뉴스TV)
    법무부 '靑 선거개입' 13인 공소장 비공개 논란(사진=연합뉴스TV)

    지금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보면 1년 8개월 묵혀두었다가 정치적 목적으로 기획수사를 했다기보다는, 2019년 3월 김기현 측근에 대한 무혐의 처분이 난 후 일련의 사태 진전(한국당의 황운하 등 고발, 청와대 첩보 하달에 의한 경찰수사 인지, 서울중앙지검 이첩, 송병기 구속)으로 순차·순리적으로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1년 8개월 묵혀두었다가 새롭게 시작하는 기획수사라는 임종석의 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지난 4일 법무부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에 대해 6일이나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비공개로 결정하면서 공소사실 요지만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가 법무부에 공소장의 공개를 요구하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한 예외 사유(군사·외교·대북관계에 관한 국가기밀)가 아닌 한 공개해야 하고, 지금까지 그랬다. 선거의혹이 국방, 외교, 대북관계에 관한 국가기밀이 아님에도 법과 관례까지 무시하면서 이를 감추고 있어, 누구나 혹시 그 때문은 아닌지 궁금했다. 이후 공개된 공소장 전문에 대통령이 35차례나 언급돼 있었으니 역시 그랬다. 

    다시 한 번 이 나라에 불어닥칠 광풍이 우려된다. 과연 청와대가 대통령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인하에 계획적으로 같은 당 경쟁 후보를 사퇴시키고 상대 당 후보를 계획적으로 흠집 내는 등 특정인에 각종 혜택을 주면서까지 당선에 도움을 주었을까? 믿어지지 않는다. 수사진행 상황을 봐야 알겠지만, 전망은 매우 어두워 보인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