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4중고' 겹악재에 초토화된 화천 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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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 '4중고' 겹악재에 초토화된 화천 상권

    • 입력 2020.02.07 00:00
    • 수정 2021.10.27 16:01
    • 기자명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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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화천산천어축제장 얼음썰매장. 코로나바이러스, 이상고온 여파로 한산한 모습이다.
    6일 화천산천어축제장 얼음썰매장. 코로나바이러스, 이상고온 여파로 한산한 모습이다.

    "하늘이 화천을 버린 것 같아요. 말그대로 초토화 상태입니다."

    최근 화천은 '군부대 해체'와 '아프리카돼지열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상고온'이라는 4중고에 악몽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실상 화천을 먹여살린다고 봐도 무방한 화천산천어축제는 올해 이상고온과 코로나바이러스로 곤혹을 치르고 있고, 군 장병 급감으로 이미 타격을 입은 외식업 등 지역 상권은 붕괴 직전에 놓여있었다.

    여기에다 화천 민통선 인근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감염된 멧돼지 사체가 연일 발견되면서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6일 오후 2시 화천 산천어축제장. 평일임을 감안해도 지난해 방문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축제장은 얼음썰매장에 몇몇 방문객만 보일 뿐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6일 화천산천어축제장 내 농특산물판매장에 농산물 박스가 쌓여있다.
    6일 화천산천어축제장 내 농특산물판매장에 농산물 박스가 쌓여있다.

    방문객이 없다보니 축제장 내 농특산물판매장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상품이 빼곡히 쌓여있었다.

    축제를 위해 마련한 지역산 농특산물 판매가 저조하자 지난 5일 화천 출신 대학생들이 직접 나서 지역 특산물 팔아주기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상인은 "축제장이 이렇게 한산한 경우는 처음 본다"며 "화천을 먹여살리는 것은 군부대와 산천어축제인데 지난해와 올해 이 두가지가 모두 망했다"고 토로했다.

    숙박업계는 예약 취소사태에 혼이 빠진 상태다. 이상고온으로 연기됐던 축제가 가까스로 시작됐지만 이번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방문객들이 예약한 숙소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기 때문.
     

    화천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정혜숙씨가 빈방을 정리하고 있다.
    화천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정혜숙씨가 빈방을 정리하고 있다.

    화천읍에서 펜션을 하고 있는 정혜숙씨는 "지난달 2일부터 26일까지 예약이 모두 찼다가 일정변경과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예약이 모두 취소됐다"며 "성수기에 오히려 160만원 적자가 났다"고 말했다. 정씨는 "군 장병 위수지역 확대와 신병 입소 축소로 이미 타격을 입었는데 축제연기와 감염병까지 겹치면서 상권이 초토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식업계도 마찬가지다. 화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오상묵(59)씨는 "2주 동안 온 손님이 겨우 네 팀에 불과했다"며 "지난해 산천어 축제 기간 매출 대비 10%도 안된다"고 털어놨다.

    같은 날 화천전통시장 역시 상인들은 외지손님이 오기만을 목을 빼고 기다렸지만 시장을 찾는 방문객은 거의 없었다. 평소 끼니를 해결하고 휴가를 떠나려는 장병들이 북적였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6일 오후 화천중앙시장. 텅빈 시장 내부가 현재 화천 상권을 대변하고 있다.
    6일 오후 화천중앙시장. 텅빈 시장 내부가 현재 화천 상권을 대변하고 있다.

    이마저도 코로나바이러스로 장병들이 외출·외박을 기피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상인 김모(60)씨는 "군부대 해체가 본격화되면서 화천은 이미 망한 동네가 됐다"며 "어차피 없는 손님인데 다른 악재가 겹쳐봐야 피해가 얼마나 더 커지겠냐"고 말했다. 김씨는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곧 떠나야할 때가 다가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MS투데이 윤왕근 기자 wgjh65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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