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강의 육아이야기] 2 . 산모님은 외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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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희강의 육아이야기] 2 . 산모님은 외로워

    양희강 빅맘 산모의 집 원장

    • 입력 2020.01.30 15:39
    • 수정 2020.01.30 15:40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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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희강 빅맘 산모의 집 원장
    양희강 빅맘 산모의 집 원장

    흔히 육아는 낳고 기르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산모들과 만나 애로사항들을 듣다보면 그렇지 않다. 출산하기 전부터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산모들이 산후 우울증을 겪었던 사연만 들어도 금새 알 수 있다.

    산모들은 임신 소식에 온 가족의 관심과 축복을 받고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입덧과 먹덧이 오가는 사이 산모의 몸은 임신 전의 쾌적한 상태가 아니다.

    임신초기 지켜야 할 수 많은 주의사항부터 임신중기를 지나면서 몸에서 일어나는 많은 부정적인 변화와 말기의 수면부족 등 일일이 말하기조차 힘든 임신부의 고통은 본인이 아니면 가까이 있는 남편이라도 다 알고 헤아려주기 어렵다.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남편들이라고 해도 일상을 지지해줄 만큼 한가하지 못한 게 대부분의 현실이다. 산모 혼자서 긴 임신 기간을 보내야 한다는 얘기다.

    몸이 나른하다고 집안에만 있거나 혹은 일을 놓지 못해 직장을 다니다 보면 자칫 출산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지 못한 채 분만실로 가게 된다.

    실제로 필자가 최근에 만난 많은 산모가 분만 과정에서 호흡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도중에 수술을 선택했다는 사연, 출산 당시 힘을 어떻게 줘야 할지 몰라 온 몸의 실핏줄이 터진 사례를 접하기도 했다.

    이런 산모들 대부분 설상가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일쑤다. 심지어 육아 상식까지 전무한 산모가 느끼는 암담함은 어두운 산속에서 혼자 길을 잃은 것과 같은 심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한다.

    육아는 처음엔 누구나 모르고 시작하고, 살아가면서 배워나가면 된다. 그러나 가장 축복받고 귀한 일을 앞둔 임산부가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느 때보다도 가슴 아픈 일이다. 임산부 자신과 태아에게도 이롭지 못한 일이 될 수 있다.

    심리적으로 위축돼 사람을 만나는 것이 힘든 경우라도 서로 의지하고 공감 할 수 있는 장소는 많이 있다. 임산부 태교교실, 임산부 요가교실, 임산부 숲 태교, 임산부 문화교실 등이 바로 그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성향의 시공간을 찾아 새로움을 경험하면서 자연분만에 필요한 호흡법과 운동법을 배우고, 아름다운 선율로 이뤄진 태교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또 숲 속에서 크고 긴 호흡을 하며 심신을 피톤치드로 힐링할 시간도 가져보자. 임산부 문화교실에 가면 아기 배냇저고리도 만들고, 이부자리도 함께 꿰매면서 종달새 마냥 행복하게 재잘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말하기 싫으면 듣고만 있어도 이로움은 충분할 것이다.

    그네들이 하는 소리로 지식과 정보를 얻는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육아의 첫 걸음이 되기도 한다. 육아의 사전 지식이야 인터넷을 열면 무엇이든 알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얻은 정보로 육아를 시작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육아에 대해 고민이 많은 이들과 함께 소통하며, 이로 인해 얻은 정보로 육아의 첫걸음을 뗀다면 얼마나 귀한 시간이겠는가. 더욱이 같은 지역에서 살면서 함께 자녀를 기르며 공동 활동으로 선한 이웃을 함께 만드는 장이 되기도 할 것이다.

    앞으로 자라날 아이들에게 줄 가장 귀한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아이, 네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들을 태중에서부터 함께 기른다면, 그 든든한 유대감 속에 우울증 따위가 스며들겠는가.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지만 바우처를 통한 비용지원도 많아졌으니 상세하게 알아보고 이용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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