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한 아이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백윤기 작가의 ‘무구’가 전시장으로 나왔다.
백윤기 조각전 ‘얼굴(FACE)’가 오는 19일까지 춘천 동내면 개나리미술관에서 열린다. 가정의 달을 맞아 동심 가득한 조각 작품 50여점을 볼 수 있다.
2019년 이후 5년 만인 이번 개인전은 일종의 안식년을 가진 백 작가가 작품 재료를 변경한 획기적인 도전이 담겼다. 브론즈를 활용한 과거 작품부터 레진을 사용한 49점의 신작까지 고루 볼 수 있다.
백 작가는 군사정권이 지배하던 1980년대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암울한 현실 상황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는데, 사실적인 표현기법과 변형되고 왜곡된 형태가 당시 시대 상황을 강렬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한 절에서 발견한 불두(불상의 머리 부분)로 대상의 본질에 근접하는 것이 사실적인 묘사만을 통한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고 사회 문화 전반과 인간의 본질적 속성으로 폭을 넓혀 우리나라 고유의 미감과 리얼리티를 형상화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작업 모티브가 됐던 동심의 얼굴을 비롯해 남녀노소와 동물, 여러 인종 등으로 확장돼 관객을 맞이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영감을 얻은 작품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부드러운 곡선의 유연함과 단순하고 생략된 조형적인 형태를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다양한 인간 군상의 두상과 흉상, 마스크(탈)를 새롭게 선보인다.
전시장은 구작들을 함께 전시해 옛 작업 방식과 변화 양상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작가의 대표작인 브론즈 조각 ‘말’(2015)과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테라코타 작품 ‘무구’(1994) 등 구작 3점도 함께 전시된다.
정현경 개나리미술관 대표는 “작가의 이전과 지금을 파악할 수 있도록 90년대 작품부터 신작까지 함께 선보인다”며 “테라코타부터 브론즈, 레진까지 이어지는 작가의 획기적인 변화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한재영 데스크)
교과서에 실린 작품도 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