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동 위기,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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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중동 위기, 남의 일이 아니다.

    남소정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2016학번

    • 입력 2024.05.08 00:00
    • 기자명 남소정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2016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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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소정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2016학번
    남소정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2016학번

     '전쟁'에 유독 취약한 국가들이 있다. 바로 한국을 포함한 중간국이다. 지정학적으로 요충지에 있거나 강대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가들이다. 미중 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위기까지 대외적 불확실성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6개월 동안 지속하는 가운데 이란과 이스라엘이 교전했다. 사실상 확전이다. 지난 13일 산유국 이란이 전쟁에 뛰어들면서 국제유가 급등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중동 분쟁은 치명적 악재다. 오일 쇼크가 고금리 장기화와 맞물려 1970년대와 같은 경기 침체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달 말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가 9차례 연장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외 변수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더는 제한적이지 않다고 봐서다.

     중동 위기는 다시 자원의 공급망 문제를 던졌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의 공장이 멈추자, 전 세계가 공급망 위기를 맞았다. 비용 최소화를 놓고 설계했던 공급망을 이제는 안보 영역에서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특정 국가에만 의존하는 경제 전략은 모든 변수의 예측이 불가능한 탓에 지속할 수 있지 않다. 당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지 않았다. 하지만 친이란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홍해 물류 사태는 현실화됐다. 홍해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주요 해상 통로다. 에너지와 핵심 광물, 배터리 등 수출항로가 막히면 유럽으로 가는 우리 공급망에 타격은 불가피하다.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대체 공급망의 확보, 즉 다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안보에서도 다각화가 요구된다. 미국은 현재 진행되는 전쟁에서 보듯 힘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두 개의 전쟁 동시 수행' 독트린은 이미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2년에 폐기됐다. 지난해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155mm 포탄 수만 발은 이스라엘로 향했다. 특히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하면 한국의 안보비용 부담은 배가 될 처지다. 트럼프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일방적으로 한미연합훈련을 줄줄이 취소했다. 한국이 워싱턴 선언부터 심혈을 기울여 온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약속이 무산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 대선 전까지 실무 협의에 속도를 내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핵우산뿐만 아니라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도 넓히는 데 힘써야 한다.

     국제 정세는 한마디로 가변적이다. 예측하기 어렵다. 1989년을 기점으로 일어난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 붕괴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빗나갔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고도화된 미중 전략 경쟁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의 예언과 달리 이변이 이어지고 있다. 전면전을 자제하던 이란은 보란 듯이 이스라엘 본토에 탄도 미사일을 날렸다. 그만큼 외교에 명확한 하나의 해답은 없다. 다만 시나리오별로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해 위험을 분산시킬 순 있다.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 사회의 노력에 힘을 보태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중동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하는 것, 한국이 당면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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