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희언과 효자동: 대룡산과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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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희언과 효자동: 대룡산과 춘천 

    [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반희언과 효자동 : 대룡산과 춘천 

    • 입력 2024.03.28 00:00
    • 수정 2024.03.30 00:01
    • 기자명 허준구 전 춘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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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구 전 춘천학연구소장
    허준구 전 춘천학연구소장

    우리 사회에 효(孝)는 어떠한 상태로 남아 있을까? 일각에서는 효를 구시대 산물로 여기며 완전히 폐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 가정문화에만 존재하는 세대 간 특색으로 계승해야 할 인간의 도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효(孝)라는 한자는 오랫동안 요리하며 나이가 든 노인(老·허리를 굽혀 국자로 요리한 음식을 맛보는 모습의 뜻)을 자식(子)이 업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원시 수렵 생활에서 농경사회로 접어들자 인류는 풍부해진 농산물로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커다란 도시가 생겨나자 요리사는 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요리사로 경험이 많고 다양한 요리를 하는 사람이 더 큰 대접을 받았다. 옛날 요리사는 절대적 권위를 갖는 직업이었기에 그 직업을 자식에게 전수해 신분과 지위를 연장하고 싶어 했다. 효는 요리하는 아버지의 직업과 지위를 아들이 물려받는 것이기도 하였다. 

    춘천의 대표 효자로 반희언(潘希彦)을 꼽을 수 있다. 반희언은 임진왜란 당시 장수.로 활약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3년간 시묘살이를 했다. 이후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는 병이 들어 회복할 기미가 없었다. 반희언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약을 구했지만 백약이 효험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꿈속에 나타난 대룡산 산신령이 대룡산 어느 곳에 있는 시신의 머리를 잘라 어머니께 고아드리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잠에서 깨어나자 곧바로 어둠을 뚫고 대룡산으로 가보았더니 정말 세 구의 시신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반희언은 가운데 시신의 머리를 잘라 와 고아드리자, 어머니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반희언은 그날로 자신이 시신의 머리를 자른 곳으로 다시 가보았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시신이 놓여 있던 자리에 시신 대신에 산삼 세 뿌리가 놓여 있지 않은가? 그리고 가운데 산삼만이 머리 부분이 잘려 있었다. 

     

    춘천 효자동 벽화마을에 그려진 효자 반희언의 이야기. (사진=허준구 전 춘천학연구소장)
    춘천 효자동 벽화마을에 그려진 효자 반희언의 이야기. (사진=허준구 전 춘천학연구소장)

    이 이야기는 사방으로 사람들에게 퍼져나갔고 반희언의 효성은 임금에게까지 알려졌다. 이로써 정려(旌閭)가 내려지고 예전 효자동 춘천우체국 자리에 효자각을 세웠다. 사람들은 반희언이 시신의 머리를 자른 곳을 ‘거두리(去頭里)’라고 불렀다. 즉 시신의 머리를 자른 곳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다가 이후 한자를 擧頭里(거두리)로 바꾸어 대룡산이 시작되는 곳이란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희언의 어머니가 94세가 된 어느 겨울, 어머니가 딸기를 먹고 싶다고 하자 그는 망설임 없이 눈덮인 대룡산으로 향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불쑥 호랑이가 나타나 그의 앞에 납작 엎드렸다. 반희언이 호랑이의 등에 올라타자, 순식간에 대룡산에 도착했다. 반희언이 눈 속에서 산딸기를 찾아내자, 다시 호랑이가 나타나 효자를 등에 태우고는 집 앞까지 이른 후 어디론가 사라졌다. 지금도 효자동 벽화 골목에 호랑이가 크게 그려져 있는데, 반희언이 대룡산 산딸기를 구하도록 도운 그 호랑이다. 

     

    대룡산에서 바라본 안마산과 국사봉의 모습. (사진=MS투데이 DB)
    대룡산에서 바라본 안마산과 국사봉의 모습. (사진=MS투데이 DB)

    대룡산은 춘천에 있어 모두를 품어주는 어머니와 같은 산이다. 춘천의 옛사람들은 춘천에 가뭄이 들면 대룡산에 찾아가 제사를 지냈고, 이에 감동한 대룡산 산신과 하늘은 어김없이 비를 내려주어 춘천을 풍요롭게 했다.

    효자동 골목의 호랑이 그림을 보면서 부모를 섬기는 진심에 하늘도 감동 산삼을 내려주고 하늘의 마음을 전하였음을 배우게 된다. 누구나 진심으로 부모를 섬긴다면 대룡산 호랑이를 만나는 감동을 누리게 되지 않을까.

    ■ 허준구 필진 소개
    -강원도 지명위원회 위원
    -춘천시 교육도시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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