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한국전력의 적자 상황을 감안하면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서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19일 전력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으로부터 받은 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두고 기획재정부와 조정 논의에 들어갔다. 앞서 한전은 4분기 전기요금 산정을 위한 기초자료를 정부 부처에 제출했다.
문제는 한전의 재정 악화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 기준 한전 부채는 국내 상장사 최대치인 201조4000억원(연결 기준)에 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국내 전기요금을 상응할 만큼 올리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1~2분기 인상을 통해 ‘역마진 구조(전기를 팔수록 손해인 구조)’에서 간신히 탈출했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전력 구입 비용이 다시 커지고 있다.
산업부는 ‘한전 경영 정상화 방안’을 통해 올해 ㎾h당 51.6원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올해 누적 인상분은 21.1원이었다. 계획대로라면 4분기 30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한전이 안고 있는 천문학적 부채와 이자 부담 등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은 한전뿐만 아니라 당정도 공감하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화하면 물가 인상 등 대내외적인 부작용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 전기요금마저 인상되면 3%대에 진입한 물가상승률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분기 ㎾h당 30원을 더 올리면 4인 가구(평균 전력사용량 304㎾h 기준)의 한 달 전기요금은 약 9000원 더 오른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약 40% 인상을 경험한 서민·소상공인들은 ‘전기료 폭탄’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달 평균 전기요금(4인가구 기준)은 8만53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6690원)보다 20.8% 올랐다. 소상공인 요금제인 일반용(갑) 요금도 17.6%나 뛰었다.
4분기 전기요금은 추석 직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와 기재부 협의가 끝나면 당정 협의를 거쳐 산업부 산하 독립기구인 전기위원회에서 요금조정이 결정된다. 정부는 한전의 적자 상황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