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①스쿨존까지 점령⋯춘천시내 주차난 ‘폭발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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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①스쿨존까지 점령⋯춘천시내 주차난 ‘폭발 직전’

    주정차 불법이지만 2021년 이후 단속은 ‘0건’
    “주거지 인근 주차할 곳 없는데 어쩌란 건가”
    석사 벌말공원 주차타워, 합의점 못 찾고 답보

    • 입력 2023.06.15 00:03
    • 수정 2024.01.02 09:27
    • 기자명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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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시내 주차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춘천시가 실시한 ‘2022년 춘천시 사회조사’에 따르면 춘천시민 10명 가운데 5명은 주차시설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자동차 수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주차 공간 확보는 차량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춘천 원도심의 주차난 실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 8일 오전 10시쯤 춘천 후평초등학교 정문 앞. 주택가 사이 왕복 2차로 도로 양옆으로 자동차 10여대가 빼곡하게 주차돼 있었다. 이곳은 어린이보호구역이기 때문에 모두 불법 주차 차량이다. 주차된 차들로 인해 도로를 지나는 차가 반대편에서 들어오는 차와 맞닥뜨릴 때마다 좁은 길목을 아슬아슬하게 후진했다. 차들이 운전자의 시야를 가린 탓에 길을 걷는 어린이들이 아슬아슬하게 차를 피해 다니고 있었다. 이곳에 주차하던 한 운전자는 “바로 옆에 내 집이 있고 20년도 넘게 살았다”며 “어린이보호구역도 좋고 학생들 안전을 위한 것도 좋지만 주민들이 주차할 수 있는 공간부터 만들어 줘야 한다”고 했다.

     

    춘천 후평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 주차된 차들이 늘어서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 후평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 주차된 차들이 늘어서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시내 주차공간 부족 문제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내 자동차 등록 대수는 매년 급증하는데 이미 성숙·노후화 단계에 접어든 도시에 더는 주차 공간을 늘리기가 어려워서다. 구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차량 통행이 드문 도로변과 골목마다 주차된 자동차가 가득하고, 시내 곳곳에서 매일 주차 전쟁이 벌어진다. 심지어 어린이보호구역처럼 주차가 금지된 곳에도 불법 주차차량이 넘쳐나지만 단속 공무원조차 손을 쓰지 못한다. 춘천시가 실시한 ‘2022년 춘천시 사회조사’에 따르면 춘천시민 10명 가운데 5명은 “춘천의 주차시설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어린이보호구역까지 점령한 주차 차량

    이날 춘천 호반초등학교 인근 2차로에도 양쪽으로 주차된 차들이 가득했다. 불법 주차된 차량 옆으로 “어린이보호구역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주차할 수 없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지만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살았던 주민들은 불법 주정차임을 알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후평동을 비롯한 구도심 인근에는 특히 주차 공간을 갖추지 못한 단독·다세대 주택과 초등학교가 딱 붙어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어린이보호구역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차를 할 수 없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지만, 불법 주차된 차들이 늘어서 있다. 사진=이종혁 기자
    “어린이보호구역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차를 할 수 없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지만, 불법 주차된 차들이 늘어서 있다. 사진=이종혁 기자

    어린이보호구역 불법주차 차량은 지역 내 주차공간의 부조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2021년 10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어린이보호구역 내 모든 도로에서 차량의 주정차가 금지됐다. 이를 위반하면 적발 시 승용차 12만원, 승합차 13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021년 개정된 도로교통법대로라면 춘천시가 어린이보호구역에 주정차한 모든 차량을 단속하고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가 금지된 이후 시가 나서 단속한 건수는 단 한 건도 없다. 이전에도 원도심 주민들은 주차시설이 부족해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었는데,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단속까지 하면 반발이 극심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주변에 거주하는 이들에게는 어린이보호구역에 주차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음을 알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춘천시는 어린이보호구역 주차 단속 대신 오히려 탄력적으로 주차를 허용한다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지난해 11월부터 후평·교동·호반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 일부 구간에 평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에는 주정차할 수 있게 했다. 김시언 춘천시 교통과장은 “주민들 집 앞에 학교가 있는 경우도 있고 인근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없다 보니 어린이 통행에 지장이 없는 한도에서는 주정차를 단속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낮시간 주차단속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차장 설치도 어려워⋯“시가 관심 가져야.”

    주차문제가 극심한 곳에서는 주차타워 건립 같은 궁여지책도 내놨지만 소득은 크지 않다. 석사동 도심은 주택가와 상점가가 섞여 있어 평소에도 만성적인 주차문제로 몸살을 앓는 곳이다. 시는 이곳에 총 60억원을 들여 석사동 벌말공원에 주차타워(118면) 건립을 계획했지만, 석사동 주민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매연과 소음, 차량 통행 증가에 따른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석사동 행정복지센터는 지난 3월부터 세 차례 주민간담회를 진행했지만, 결국 주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지역 주차문제는 결국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춘천에 등록된 자동차 대수는 2012년 10만9305대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다 지난해 기준 14만7904대로 3만8599대(35.3%)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춘천 인구는 27만3364명에서 28만6664명으로 1만3300명(4.8%)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자동차 증가 속도는 무척 가팔랐다. 현재는 춘천시민 2명 가운데 1명이 차를 보유한 셈이다. 이에 비해 현재 시가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은 88개소에 총 주차 면수는 4870면에 불과하다.

    춘천시 주차장 부족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나 주민 불편은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거지역뿐만 아니라 직장, 관공서, 명동 등 상업지역, 시외버스터미널·기차역 주변 등 차를 댈 곳이 없어 외출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춘천시민 중 주차 스트레스로 괴로움을 겪지 않거나 주차 시비로 말다툼 한번 안 해본 사람을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김지숙 더불어민주당 춘천시의원은 “현재 춘천의 주차난은 원도심뿐 아니라 차를 갖고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일이다”며 “주민 삶의 질과 어린이 안전을 위해서라도 춘천시가 관심을 갖고 주차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2편에서 계속]

    [이종혁 기자 ljhy070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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