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⑦ “시장은 뭘 하고 있나”⋯무책임 화법에 시민 속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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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⑦ “시장은 뭘 하고 있나”⋯무책임 화법에 시민 속 터진다

    [추락하는 수부도시] 육동한 시장, 현안마다 소극적 태도 일관
    졸속행정에 정치력 부재⋯‘춘천 소외’ 자초한 꼴
    책임 회피하는 모호한 화법에 신뢰 추락

    • 입력 2023.04.27 00:04
    • 수정 2024.01.02 09:27
    • 기자명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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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부도시 춘천의 추락을 지켜만 보고 있는 민선 8기 시정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장인 육동한 시장이 주요 현안에 대해 시민들의 편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한 데 따른 불만이 높다. 육 시장은 기획재정부 출신 경제통을 본인의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지만, 되레 보수적인 행정관료 출신 선출직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육 시장이 이런 혹평을 받는 이유는 취임 후 9개월간 보여준 행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춘천시민들은 “강원도청사 이전, 축구전용경기장 건립, 레고랜드 사태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나올 때마다 춘천시장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 졸속행정 끝판왕⋯존재감 없는 시장

    춘천시가 지난해 의암호 마리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은 졸속행정의 ‘끝판왕’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 사업은 협약 체결 추진→연기→재추진→보류, 공식사과→경찰수사로 이어졌다. 애초에 육 시장은 사업 관련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한 차례 연기 후 재검토와 재추진을 반복하더니 결국 졸속 추진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이 사업은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강원도청과 연관된 현안에 있어서는 특히 육 시장의 존재감이 희미했다. 춘천시민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보다 도의 결정에 따르는 수동적인 입장을 취했다. 춘천 지역민과 이해관계가 깊은 도청사 이전 갈등이 극에 달할 때나, 강원FC 전용구장 건립 백지화로 시민들의 허탈감이 컸을 때도 육 시장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최근 강릉 강원도 제2청사 추진으로 춘천시민 수백명이 옮겨가는 악재를 맞았는데도 육 시장은 수수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김진태 도지사와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 다수인 시·도의회가 ‘춘천 소외론’을 먼저 꺼냈다. 도청 공무원 노조까지 “육 시장이 적극적으로 도에 건의하라”며 따져 물었다.

    한 춘천시민은 “인생의 80%를 춘천에서 살았지만, 이렇게 무기력한 시장은 처음 본다”고 했다. 다른 시민은 “이래서 선거가 중요하다. 국민의힘 후보였던 최성현, 이광준 후보가 표를 나눠 가지면서 어부지리로 당선된 결과가 바로 이런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육 시장의 이런 태도는 같은 도에 속한 원주, 강릉과 대비된다. 강릉 제2청사를 두고 김홍규 강릉시장은 강원환동해본부를 제2청사로 승격하자고 주장했다. 원주에서는 제2청사를 원주와 횡성 등 영서남부에도 둬야 한다며 각각 자기 지역 발전에 대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냈다.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강원FC 전용구장에 대해서도 춘천시와 원주·강릉시의 대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육 시장이 “도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눈치를 보는 사이 원주시장은 “원주종합운동장 일대를 용도변경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도의 전용구장 백지화 결정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 ‘책임 없는’ 화법⋯이도 저도 아닌 무색무취 시장

    민선 8기 춘천시의 무기력한 모습과 함께 육 시장의 ‘무책임 화법’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굵직한 현안에 대한 육 시장의 메시지는 모호하거나 자신감도 없고, 힘이 빠진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지역사회에서는 ‘재검토를 검토하는 시장’, ‘도지사를 존중하는 시장’, ‘보류만 하다 끝나겠다’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대표적으로 육 시장은 시내버스 공영화에 대해 “재검토가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라는 식으로 결정을 미뤘다. “시민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 “의견을 들어봤는데 그때도 가장 적합한 것이 공영제라면 따를 것”이라고도 했다. 시민 의견에 따르겠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의암호 마리나 사업이 보류됐을 때도 “춘천의 이익에 부합되지만, 경찰 수사 향방을 예단하기 힘들다”면서 결정을 미뤘다.

    가장 큰 현안이었던 도청사 이전 과정에서도 “도지사의 판단과 생각도 존중한다, 불필요한 논란이 없기를 희망한다”며 사실상 발을 뺐다. 강원FC 전용구장 백지화 때도 “도의 결정에 대해 지금 무언가 액션을 취하는 것은 시의적절 하지 않다”고 말한 뒤 여태까지 침묵하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육 시장이 국민의힘 소속 도지사와, 여소야대 시도의회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눈치만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 심지어 ‘수박 시장’이라는 별칭까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박은 겉으로 보기엔 민주당의 상징인 푸른색이지만, 속은 국민의힘 상징인 빨간색으로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다. 지난해 민주당 계파 갈등이 끓어오르면서 화제가 됐다.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선출직에게 중요한 정치력과 추진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수박 시장이란 별명까지 붙었겠나. 최근 불거진 소외론도 이런 정치력 싸움에서 뒤처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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