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②연이은 춘천 패싱, 지켜만 보는 시장⋯허탈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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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②연이은 춘천 패싱, 지켜만 보는 시장⋯허탈한 시민들

    [추락하는 수부도시] 천연물 바이오 산업단지에 강릉 선정
    30년 공들여온 바이오 대표도시에 ‘상처’
    ‘3춘 2경’, 기재부 경력 내세웠지만, 9개월간 5번 서울 방문
    “계획없는 시장, 준비 안 한 집행부가 초래한 결과”

    • 입력 2023.04.13 00:02
    • 수정 2024.01.02 09:29
    • 기자명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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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정부는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 중 하나로 강릉시를 선정했다. 정부는 도내 세 번째 국가산업단지로 3000억원을 들여 강릉에 ‘천연물 바이오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15곳 중 강원도에서는 강릉이 유일하게 뽑혔다.

    최근 천연물 바이오 산업단지 후보지 소외는 수부도시 춘천의 추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춘천은 지난 30년간 강원도 바이오산업 대표 도시를 자부해 왔다. 민선 8기가 시작할 때만 해도 춘천은 지역 바이오산업 매출 홍보에 열을 올렸고, 민선 8기 공약 사업으로 바이오산업 활성화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강원도를 대표할 바이오산업단지로 강릉이 선정되는 동안 춘천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한 퇴직 공무원은 “바이오산업 특화단지인 동춘천산업단지를 10년째 분양하고 있는데 아직도 2필지가 안 팔렸다”며 “수십년간 애써온 사업을 강릉시가 가져가도록 손을 놓고 있었다는 건 춘천시의 현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민선 8기 시정이 출범한 이후 춘천시는 국가나 도 주도 개발 사업에서 사실상 논외로 치부됐다. 세계적인 전기차인 테슬라 공장 유치와 관련해서도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강릉을 먼저 거론했고, 최근 강릉 제2청사 설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춘천시의 의견은 뒷전이었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후보시절 '3춘 2경' 세일즈 시장이 되겠다고 자처했지만, 취임 이후 9개월간 중앙정부나 서울을 방문한 횟수는 5회에 불과하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 사진=MS투데이, 육동한 시장 선거공보)
    육동한 춘천시장은 후보시절 '3춘 2경' 세일즈 시장이 되겠다고 자처했지만, 취임 이후 9개월간 중앙정부나 서울을 방문한 횟수는 5회에 불과하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 사진=MS투데이, 육동한 시장 선거공보)

    원주에서는 반도체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밑그림이 한창이다. 경기 남부와 원주를 잇는 정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계획이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지난달 원주에서 반도체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는 반도체 교육센터가 문을 열었다. 국비 200억원과 도비 130억원 등 총 46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미래차 육성과 관련된 정부 공모사업도 원주와 횡성에서 추진될 예정이다.

    춘천시민은 “육동한 시장과 춘천시는 대체 뭘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육 시장은 지난달 춘천바이오기업 간담회에서 공개적으로 “산업을 일으킬 만한 요소가 없어 고립돼 있다. 외롭다”고 했다. 이를 두고 야당 시장이라는 정치적으로 불리한 환경을 탓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도지사와 원주·강릉시장이 국민의힘 소속이고 춘천시의회도 국민의힘이 압도적인 여소야대 구조다. 

    김지숙 더불어민주당 춘천시의원은 “시장 입장에서는 여소야대 국면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번에 국가산단 지정 관련해서도 도에서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섭섭하다는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3춘 2경’ 약속도 못 지키고⋯정치력, 행정력 위기

    하지만 정치적 불리함을 따지기 전 육동한 시장의 행정력·리더십 부재가 문제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지역 정계 관계자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여당 지지 여론이 높은 가운데서도 춘천시민이 육 시장을 선택한 것은 특기인 행정력을 살려 경제만큼은 일으켜주길 바란 것 아니겠느냐”며 “시장이 성과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불리한 환경을 핑계 대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육 시장이 후보 시절부터 스스로 강점으로 내세운 ‘중앙 정부 인맥’ 활용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육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3춘 2경 세일즈 시장’이 되겠다고 자처했다. 주 3일은 춘천, 2일은 서울에서 예산과 기업, 사람 유치를 하겠다는 다짐이다. 중앙부처 잔뼈가 굵은 경력을 살려 국책 사업이나 예산 확보에 힘을 내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현재 3춘 2경 약속조차 지키지 못한 데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본지가 육 시장의 9개월간 동정을 파악해보니 취임 후 서울 또는 중앙부처를 방문한 횟수는 단 5차례에 그친다.

    이현민 춘천시청 비서실 팀장은 “중앙부처나 서울에 공식적으로 방문하는 일정은 내용을 공개하고 있지만, 그 외에 중앙부처에서 생활하며 알던 분들과의 개인적인 만남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런 방문을 통해)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까지 말씀드릴 입장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잘랐다.

    일각에선 시청 직원들과의 호흡에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부처 경험이 장점으로 발휘되지 못하는 가운데 지역사회 기반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인수위원회 업무보고 과정에서 지역 현안을 두고 의견 차가 생기면서 인수위와 직원들 사이에 불만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시장이 공무원들과 조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업무 콘트롤이 전혀 안 되는 상황에 내부적으로 고립된 것 같다. ‘외롭다’고 언급한 배경에는 시청 직원들의 호흡 문제도 담겨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운기 국민의힘 춘천시의원은 “춘천 패싱이나 소외론은 솔직히 정치적인 표현이다. 춘천이 가져오지 못한 사업은 정치적인 문제라기보단 대부분 공무원의 준비가 안 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집행부의 준비 부족과 안일한 대처가 현실적인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육 시장도 어떤 계획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했고, 아직 손에 잡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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