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 ‘권력에 칼 겨눈 검사’에서 대통령까지··· 윤석열이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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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대통령선거] ‘권력에 칼 겨눈 검사’에서 대통령까지··· 윤석열이 걸어온 길

    “사람에 충성 않는다” 항명에 좌천, 촛불수사로 부활  
    ‘조국 사태’ 거치며 정권과 대립 ‘공정의 아이콘’으로 
    정치입문 8개월 만에 대통령 당선···“외가, 강원도 인연”

    • 입력 2022.03.10 04:15
    • 수정 2022.03.14 10:43
    • 기자명 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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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치러진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62)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당선인은 정치 입문 4개월 만에 대선후보로 선출되고, 다시 4개월 만에 대선에서 승리했다.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임명한 검찰총장으로서 정권과 맞서다 단숨에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올랐고, 자신이 수사해 감옥에 보낸 두 전직 대통령이 속한 야당의 대선후보로서 대통령에 선출됐다. 취임 후에는 과거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던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지 주목된다. 이런 행보 하나하나가 한국 정치사에 다시없을 이변이라는 평가다.  

     

    윤석열 당선인(오른쪽)이 어린 시절 아버지와 여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사진=윤석열 캠프 제공)
    윤석열 당선인(오른쪽)이 어린 시절 아버지와 여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사진=윤석열 캠프 제공)

    윤 당선인은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대학교수 부부의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났다. 1979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 대학을 졸업하고 '9수' 만에 31세 나이로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34세에 늦깎이로 춘천지검 강릉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후 2002년 잠시 검찰을 떠나 대형 로펌 변호사로 활동했지만, 1년 만에 "검찰청 짜장면 냄새가 그립다"며 복귀했다.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사건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 비리 사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BBK 특검, 부산저축은행 사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을 맡았다.

    2013년 10월에는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 시절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후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후 4년여간 KTX를 타고 대구와 서울을 오갔다. 인고의 세월을 보냈지만 '강골 검사'로서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후 대구지검으로 좌천됐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인은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후 대구지검으로 좌천됐다.(사진=연합뉴스)

    '검사 윤석열'은 2016년 당시 탄핵 정국에서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촛불 혁명의 공신’으로 대우받으며 선배들을 제치고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됐다. 이른바 '적폐 청산' 수사를 지휘하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을 이끌어냈다.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임명될 당시 문재인 정권 인사들은 그를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검사'라며 추켜세웠다.
     
    윤 당선인에게는 검찰총장 당시 '조국 사태'가 대통령 윤석열이 있게 한 변곡점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밀어붙이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정면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현 정권의 불공정에 맞서는 ‘공정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에게 직접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주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뼈아픈 치부가 되기도 했다. 정치 출마 의사를 밝히기도 전에 대선후보 선호도 지지율 1위에 올랐다.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 장소인 인왕실 쪽으로 걸어가며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 장소인 인왕실 쪽으로 걸어가며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윤 당선인은 지난 3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임기를 넉 달여 남기고 전격 사퇴했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네 차례 연달아 패배하며 위축됐던 보수 진영의 러브콜을 받으면서도 3개월여 두문불출했지만, 결국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정신을 내세워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며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이후 4개월여 만에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해 정치 입문 후 가장 짧은 기간에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기록을 세웠다.

    윤 당선인은 52세에 12세 연하인 김건희씨와 결혼했다. 김씨는 어렵게 아이를 가졌다가 윤 당선인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겪을 때 충격으로 유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자녀를 갖지 않고, 반려견 4마리와 반려묘 3마리를 키우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반려견 이름에서 따온 ‘토리 아빠’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기도 한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승리가 확정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승리가 확정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산 권력에도 칼을 겨누던' 검사 출신인만큼, 윤 당선인이 취임 후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전 정권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지도 관심사다. 윤 당선인은 지난 2월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처럼 전 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 수사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답했다.

    윤 당선인은 스스로 ‘강원도의 외손자’라고 내세운다. 어머니가 강릉 최씨이며 외가 친척들이 강원도에 거주한다고 한다. 그는 작년 9월 춘천시 국민의힘 강원도당에서 열린 언론간담회에서 "저는 평창과 강릉에서 오래 살아온 집안의 외손주로 태어나 학창시절 방학은 늘 강릉에서 보냈다"며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방학 때면 외가에서 지내다 서울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또 "제가 검사 때 강릉지청에 근무하면서 어떻게 하면 강원도가 한국의 스위스처럼 발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도 했다.

    윤 당선인은 이달 초 춘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춘천을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 산업의 중심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원주·횡성·홍천·춘천·철원을 잇는 강원내륙선 확충,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조기 완공, GTX-B 노선의 춘천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상혁 기자 sh0293@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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