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목저수지] 하. 생태공원으로 새 단장한 농업용 저수지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노루목저수지] 하. 생태공원으로 새 단장한 농업용 저수지들

    휴식·학습 기능 갖춘 충주시 ‘호암지 생태공원’
    주민 안식처 된 구로구 ‘궁동저수지 생태공원’
    주민, 금싸라기 땅에 만든 생태공원 크게 반겨
    노루목저수지 활용 때 생태공원 벤치마킹해야

    • 입력 2021.12.06 00:02
    • 수정 2021.12.16 15:37
    • 기자명 박수현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류는 벼농사를 시작하면서 물을 끌어들이는 관개(灌漑) 농법을 연구했다. 우리나라의 농업용 저수지도 벼농사 역사와 함께 발전했다.

    삼한(三韓)시대 3대 저수지인 전북 김제 벽골제, 경남 밀양 수산제, 충북 제천 의림지는 온전히 벼농사를 위해 쓰였다. 농업용 저수지의 중요성을 짐작케 하는 옛 흔적들이다.

    우리나라의 저수지는 농업용수 공급이라는 목적이 가장 크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농업 비중이 줄었고, 저수지도 일대 변화를 맞았다. 농업용 저수지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면서 지역민에게 위화감만 주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최근 춘천시가 매입 의사를 밝힌 동면 노루목저수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능을 잃은 저수지 중에서도 새롭게 진화해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곳들이 있다. MS투데이는 노루목저수지처럼 농업용수 공급이라는 본래 기능을 잃었지만, 주민들의 휴식공간인 생태공원으로 탄생한 저수지들을 현장 취재했다.

     

    충북 충주시 ‘호암지 생태공원’ (사진=박수현 기자)
    충북 충주시 ‘호암지 생태공원’ (사진=박수현 기자)

    ▶휴식·학습 기능 갖춘 충주시 ‘호암지 생태공원’

    충북 충주시와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호암지저수지는 달천평야(충주시 단원·달천·봉방·칠금동에 형성된 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일제 강점기인 1932년 축조된 관개저수지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생활 오·폐수 유입량이 늘어나며 수질이 오염됐고, 1999년 9월 결국 용도폐기됐다.

    관개저수지의 기능이 사라지자 충주시와 농어촌공사는 2000년 주민공청회를 통해 호암지를 친환경 시민 휴식공간·자연학습장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2001년 호암지 정화사업기본조사와 수질 개선을 위한 정비사업을 시작했으며, 수질정화습지·수변산책로·습지관찰로 등을 조성했다.

    멸종 위기 동식물과 야생화가 즐비해 어린 학생들의 생태학습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건축면적 316.67㎡의 방문객센터도 있다. 호암지 생태공원 옆에는 시립미술관과 체육관, 청소년 놀이시설도 들어섰다. 그야말로 복합생태공원이다.

     

    호암지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와 벤치. (사진=박수현 기자)
    호암지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와 벤치. (사진=박수현 기자)

    호암지 주변에 설치된 쾌적한 산책로와 편안한 벤치가 주민들을 맞는다. 날씨가 흐려서 맑은 풍경은 아니었지만, 숲 쪽으로 바람이 잦아들어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날씨 탓인지 다소 한산해 보이는 공원이었으나, 주말이나 직장인들이 퇴근한 저녁에는 꽤 많은 이들이 호암지를 찾는다고 한다.

    산책하던 충주시민 A(46)씨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던 작년 초·중반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올해부터 바람 쐬러 오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날씨가 추워지면서 평일 낮에 자주 오는 어르신들은 줄었지만,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많이 놀러온다”고 설명했다.

     

    호암지 주변에 조성된 어린이 놀이시설과 체육시설, 사진 촬영 공간. (사진=박수현 기자)
    호암지 주변에 조성된 어린이 놀이시설과 체육시설, 사진 촬영 공간. (사진=박수현 기자)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어린이들의 놀이시설과 시민들이 운동할 수 있는 배드민턴장이 나온다. 배경이 너무 좋아 가족이나 연인과 사진 찍고 싶은 공간도 있다. 약간 쌀쌀한 11월의 날씨였지만 호암지 풍광은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마을 토박이 최모(62)씨는 “호암지가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며 “공원으로 변모되기 전인 90년대만 해도 산책로가 없었고, 관리되지 않은 잡초들 때문에 흉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시민이 심은 듯한 나무들이 이름표를 달고 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시민이 심은 듯한 나무들이 이름표를 달고 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호암지 생태공원은 지자체와 관리기관의 협조가 잘 이뤄진 개발 사례라는 것이 지역 정치권의 설명이다. 박해수(국민의힘) 충주시의원은 “호암지는 용도폐기된 이후에도 농어촌공사에서 관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개발을 위한 예산 확보 문제도 충주시와 협조가 잘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구로구 ‘궁동저수지 생태공원’ (사진=박수현 기자)
    서울시 구로구 ‘궁동저수지 생태공원’ (사진=박수현 기자)

    ▶주민들의 안식처 구로구 ‘궁동저수지 생태공원’

    서울시 구로구 궁동에 위치한 궁동저수지는 1943년 농업용수를 가둬놓기 위해 만들어졌다. 농사에 사용할 물이 부족해 주민들이 직접 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궁동저수지 역시 지역이 도시화되고 연립주택이 잇따라 들어서며 농업용수 공급 기능을 상실했다. 한때 수영이나 낚시라도 즐길 수 있었던 저수지는 2000년대 들어 고가차도로 인해 반으로 나뉘면서 시나브로 물이 마르기 시작했다. 주민들에게 위화감을 안기는 걱정거리가 된 것이다.

    이에 구로구는 2003년 9월 저수지 일대를 공원화하기로 결정했다. 1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생태공원화사업을 진행했고 2008년 4월 ‘궁동저수지 생태공원’으로 탄생했다. 금싸라기 땅에 대형 건물을 짓지 않고, 주민을 위한 생태공원을 만든 것이다.

     

    곡선형으로 조성된 생태탐방로. (사진=박수현 기자)
    곡선형으로 조성된 생태탐방로. (사진=박수현 기자)

    궁동저수지 생태공원의 총면적은 1만205㎡로 넓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곡선형의 생태탐방로는 산책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생태탐방로 주변으로 펼쳐진 저수지에는 연꽃들이 자라고 있다.

    운동하던 정모(44)씨는 “겨울이라서 꽃피지 않은 연자(蓮子)들 때문에 다소 지저분해 보일지 모르지만, 여름이 되면 예쁜 연꽃으로 탈바꿈한다”며 “그때가 되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부쩍 늘어난다”고 말했다.

     

    궁동저수지 생태공원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와 정자, 원형광장, 야외무대. (사진=박수현 기자)
    궁동저수지 생태공원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와 정자, 원형광장, 야외무대. (사진=박수현 기자)

    궁동저수지 생태공원 주변에는 산책로와 정자, 원형광장, 야외무대 등이 들어서 있다. 고가차도로 인해 저수지가 반으로 나뉜 모습이 옥에 티였지만, 더 이상 지역 애물단지는 아니다.

    궁동저수지는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에서 흉물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이제는 방문객에게 안식과 삶의 여유를 제공하는 생태공원으로 변신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친환경적인 모습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