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목저수지] 상. 수년째 방치된 땅, 언제 시민 품에 안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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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루목저수지] 상. 수년째 방치된 땅, 언제 시민 품에 안기나

    이재수 시장, 담당부서에 저수지 매입방안 마련 지시
    시 “더 이상 방치 못해··· 가격 오르기 전에 매입해야”
    농어촌공사 “춘천~속초 동서고속철 사토 매립 검토”
    사토 매립하면 땅값 폭등··· “공사, 떼돈 벌 궁리만 하나”

    • 입력 2021.12.04 00:02
    • 수정 2021.12.16 15:37
    • 기자명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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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동면 노루목저수지의 매입방안을 둘러싼 춘천시와 한국농어촌공사의 눈치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춘천시가 노루목저수지를 매입하기로 결정했지만 매각대금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매입 성사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수년째 방치된 채 동면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노루목저수지가 어떻게 처리될지 주목된다.

     

    2017년 6월 공식적으로 용도폐기된 동면 노루목저수지 전경. (사진=이정욱 기자)
    2017년 6월 공식적으로 용도폐기된 동면 노루목저수지 전경.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시 ‘노루목저수지’ 매입 결정··· “더 이상 방치 못해”

    3일 춘천시에 따르면 이재수 춘천시장은 최근 노루목저수지 매입·활용방안을 마련하라고 건설과·공공시설과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건설과는 저수지 매입에 대한 연구용역에 착수하고, 공공시설과는 저수지 매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마득화 춘천시 건설과장은 “연말 실시를 목표로 연구용역을 준비하고 있다”며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공공시설과에서 본격적인 매입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57년 축조된 노루목저수지는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본래 기능을 상실했고, 2017년 6월 공식적으로 용도폐기됐다. 인근이 도시화되면서 농경지가 감소하고 토사까지 유입해 당초 목적과 용도가 대부분 퇴색한 탓이다.

    방치된 저수지는 파리와 모기 같은 날벌레의 서식지로 변했다.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가 널렸고, 악취가 진동하는 오염문제도 발생했다. 여름철 호우·장마로 침수 피해가 나타나면서 안전사고 우려까지 커졌다. 저수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매출 감소로 고통을 겪고 있다.

     

    쓰레기 불법투기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도 노루목저수지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들. (사진=노루목저수지 개발위원회)
    쓰레기 불법투기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도 노루목저수지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들. (사진=노루목저수지 개발위원회)

    노루목저수지 관리기관인 농어촌공사는 2019년 춘천시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 절차에 나섰다. 농어촌공사는 부지 매각을 위해 춘천시와 수의계약 협상을 시도했지만, 춘천시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거절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해 1~2월 2차례 공개매각을 추진했으나 매각에 실패했다.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상 저수지를 살 수 있는 기관은 춘천시뿐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의미 없는 공매라는 지적을 받았다.

    춘천시와 농어촌공사는 2년 동안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저수지를 방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양측의 힘겨루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허승 노루목저수지 개발위원회장(장학1리 이장)은 “기능과 목적을 상실한 땅이라면 그것을 어떻게든 사회에 환원하거나 다른 곳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넘겨야 하는데, 농어촌공사는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 뒷짐 지고 구경만 하고 있다”며 “춘천시도 예산을 들여 자체적으로 감정평가를 시행하는 등 다른 방안이 있었을 텐데 매입을 거부한 이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양쪽 모두를 비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춘천시가 저수지를 매입하기로 한 것은 논란이 되는 땅을 계속 놔둘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수지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빨리 사들이는 것이 낫다는 의도도 있다.

    춘천시 관계자는 “노루목저수지는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땅”이라며 “가격이 더 올라 손쓰기 어려워지기 전에 매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매입해야 향후 활용방안과 관련해 주민들 의견을 수월하게 수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춘천시청(왼쪽)과 한국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오른쪽).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청(왼쪽)과 한국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오른쪽). (사진=MS투데이 DB)

    ▶매입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 가격 문제 해소 안돼

    춘천시가 매입을 결정했지만, 매입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직 구체적인 매입방안이 정해지지 않았을 뿐더러 가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춘천시는 2019년 감정가인 259억원과 비슷한 가격에 매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나, 농어촌공사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농어촌공사는 노루목저수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한 뒤 2년 이상 흘렀기 때문에 현행 규정에 따라 평가를 다시 의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가격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안영주 농어촌공사 홍천춘천지사 농지은행부 담당자는 “감정평가를 한 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매각 절차를 밟게 된다면 평가를 다시 해야 할 것”이라며 “공시지가 상승을 감안하면 2년 전보다 가격이 더 올라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농어촌공사, 노루목저수지 매각 통해 떼돈 벌 궁리만?

    춘천시가 한 차례 비싸다는 이유로 사지 않았던 가격으로 다시 협상을 시도했는데도 협상이 결렬된다면 농어촌공사는 떼돈만 벌려고 한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허 위원회장은 “상식적으로 공매에서 유찰된 땅이라면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며 “목적을 상실한 땅을 가격도 낮추지 않으면서 계속 갖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경매는 유찰될 때마다 통상적으로 20~30%씩 가격이 내려가고, 공매의 경우에도 1회 유찰 시 10%씩 저감된다. 50% 이하 저감되면 위임관서와 협의 후에 새로운 매각예정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농어촌공사는 재입찰을 시도할 당시에도 가격을 낮추지 않았고, 입찰자가 나오지 않자 공매를 철회했다. 농어촌공사가 노루목저수지 매각을 통해 엄청난 차익만 추구한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농어촌공사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1공구 공사 때 나오는 사토를 노루목저수지에 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안 담당자는 “동서고속철 사토 매립은 현재 검토하는 방안 중 하나”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만약 노루목저수지에 사토를 메꾸게 되면 해당 부지는 유지(溜池)에서 다른 지목으로 바뀐다. 유지는 저수지나 댐, 소류지, 연못 등 상시적으로 물을 저장하고 있는 토지를 뜻한다. 지목 중에서 비교적 가격이 낮다. 잡종지(雜種地)나 대지(垈地)로 지목이 변경되면 땅값이 폭등한다. 잡종지는 특별히 정해진 용도가 없는 땅으로 쓰임새가 많은 장점이 있고, 대지는 활용도가 높아 지목 중에서 매우 비싼 편이다.

    다만 농어촌공사가 동서고속철 공사에서 나오는 사토를 저수지에 매립하기 위해선 춘천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춘천시가 저수지 매입을 위해 가격 협상을 시도했을 때 농어촌공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수현 기자 psh5578@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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