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물가진단] 2. 인플레 공포···“일시적 현상”vs“하반기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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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 물가진단] 2. 인플레 공포···“일시적 현상”vs“하반기 지속”

    저성장-고물가 ‘나쁜 인플레’ 우려 증가
    政 “기저효과로 인한 일시적 현상”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상승···기대인플레 높여
    “물가 상승은 세계적 현상···춘천도 예외아냐”

    • 입력 2021.07.10 00:01
    • 수정 2021.07.23 18:03
    • 기자명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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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수정=박수현 기자)
    (그래픽 수정=박수현 기자)

    올해 상반기 강원 춘천지역의 생활물가가 크게 치솟은 이후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며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5000원대에 판매되던 달걀은 올해 9000원까지 올랐으며 2000원하던 대파는 5000원대를 기록했다. 특히 일부 품목은 가격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물량마저 부족해 구매제한 조치까지 시행되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은 비단 춘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장마와 태풍, 올해 초 한파 등 기상 악화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물가는 2011년 이후 최대 폭으로 급등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 이후 전 세계의 식료품 가격 또한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 회복 기대감 없는 ‘나쁜 인플레이션’ 현실화되나

    물가 상승 추세가 지속되며 인플레이션 우려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요 물가지수의 상승세가 임금상승률을 압도적으로 웃돌면서 경기 회복에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나쁜 인플레이션,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HRI)은 최근 펴낸 ‘1분기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현 단계에서 저성장-고물가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논하기는 어려우나,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경제연구원(KERI) 또한 ‘7월 경제 동향’을 통해 “6월 말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향후 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MS투데이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분석한 결과, 지난 상반기(1~6월) 강원도의 신선식품지수는 134.01로 전년 대비 평균 13.4% 늘었다. 상반기 신선식품지수가 이 정도로 치솟았던 것은 2010년(13.6%) 이후 11년 만이다.

    신선식품지수는 신선어류나 조개류·채소·과실 등 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품목 50개를 기준으로 작성한 지수로, 서민들의 체감물가를 좌우하기 때문에 ‘밥상물가’라고도 불린다.

    문제는 신선식품지수의 상승률과는 반대로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이다. 강원·춘천지역의 통계는 아직 작성되지 않았지만,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438만3813원으로, 전년 대비 1만7743원(0.4%) 뿐이 늘지 않았다.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라 이전소득은 약 16.5% 증가했으나, 가계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역대 최대폭인 1.3% 감소했다. 또한 전반적인 경기 위축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사업소득은 1.6% 줄었다.

    민생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 소득 정체와 더불어 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역대 최악의 한파를 겪고 있는 것이다.

    ▶섣부른 우려인가 현실인가···엇갈린 인플레 전망

    정부는 현재의 물가가 하반기 중으로 차츰 안정세를 찾아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종식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낮았던 만큼 현재의 물가상승률은 기저효과로 인한 일시적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전망 상 기저효과 등으로 2%대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며 대다수의 기관에서도 올해 물가상승률이 2%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반대 측에서는 현재의 물가 상승을 단순 기저효과로 퉁치는 것은 굉장히 안일한 시각이라고 지적한다. 상반기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국제유가와 원자재 등 공급 부문의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어 소비증가와 맞물릴 경우 인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유가 상승이 올해 국내 물가상승률을 최대 0.8%p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원유수급의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상승은 주로 물가상승률 확대를 유발한다”며 “올해 유가 상승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각각 0.4~0.7%p, 0.5~0.8%p 정도 상승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은행 물가연구팀이 최근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기대인플레이션 확률도 올라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추세적 상승세가 나타날 시 일시적 상승에 비해 소비자물가를 훨씬 크고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는 결과가 나왔다.

     

    (그래픽=박수현 기자)
    (그래픽=박수현 기자)

    김정성 한은 조사국 물가연구팀 차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원자재가격이 추세적으로 10% 정도 상승한다고 가정했을 때 소비자물가는 4분기 이후에 최대 0.2% 오르고, 일시적 상승시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3분기 후 약 0.02% 오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영향은 춘천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조선재 한국소비자연맹 강원·춘천본부 회장은 “유가나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모든 물가도 덩달아 오른다”며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일시적 현상이라고 간주하기에는 무리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어 “하다못해 농산물 가격도 안 내려가고 있다. 그나마 물량이 많이 나와서 안정화된 대파도 새로 생산되는 물량의 가격을 보면 예전과 비교했을 때 딱히 낮다고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세계적 요인과 장마철, 이상기후, 장마철 등 국내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물가가 내려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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