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상공인] 작은 흑백사진관 '효자동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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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소상공인] 작은 흑백사진관 '효자동사진관'

    • 입력 2020.10.10 00:01
    • 수정 2023.09.07 12:36
    • 기자명 조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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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춘천 효자동에 위치한 효자동사진관. (사진=박진원 작가)
    춘천 효자동에 위치한 효자동사진관. (사진=박진원 작가)

    효자동사진관은 춘천 효자동에 위치한 네 평 남짓의 작은 사진관이다. 이곳에서는 주로 인물의 흑백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관 대표인 박진원씨는 20대 초반에 베이비 스튜디오에서 알바를 하면서 카메라를 처음 접했다. 이를 계기로 카메라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사진을 통해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진관을 차리기 전 그는 스포츠 관련 컨설턴트 일과 학업을 병행했다. 당시 모아둔 돈으로 사진관을 차릴 수 있었다.

     

    박진원 작가. (사진=이연지 작가)
    박진원 작가. (사진=이연지 작가)
    춘천 효자동사진관 내부와 손님들의 사진. (사진=박진원 작가)
    춘천 효자동사진관 내부와 손님들의 사진. (사진=박진원 작가)

    원래 그의 꿈은 군인이었다. 군 장학생 선발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강원대학교에 편입하면서 춘천에서의 삶이 시작됐다. 편입 후 1년도 안돼 사진관을 차렸는데 학교와 병행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어 학교를 그만두고 사진관 일에 매진하게 됐다.

    그는 “군인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사진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 값진 배움을 얻고 있다”며 사진관 일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춘천지역 특성상 손님의 50~60%가 군인 가족인데, “군인을 동경하고 꿈꿨던 사람으로서 반갑고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손님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는 것을 중요시한다"는 그는 사진 촬영을 낯설어하는 손님들을 위해 이따금 개그맨이 돼 웃긴 표정을 짓고 춤추기도 한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누구든지 환하게 웃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주로 흑백사진을 찍는 이유는 "컬러 사진보다 인물 표정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 했다. 또 인화 후 액자에 담아 드리는 것을 고집하고 있는데 이는 일상에서 문득 시선이 머무는 사진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사진 인화는 좋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서울에 위치한 전문 인화업체에 맡기고 있다.

     

    효자동사진관 내부와 손님들의 사진. (사진=박진원 작가)
    효자동사진관 내부와 손님들의 사진. (사진=박진원 작가)

    기억나는 에피소드로 그는 한 달 전에 찍은 영정사진을 언급했다. 2년 전부터 매년 가족과 함께 방문해온 손님이 그 주인공이다. "거의 밝은 사진을 많이 찍다보니 자신은 없었지만 찍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아직도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든다고 얘기했다.

    그는 힘든 일로 "가끔 가족사진을 찍을 때 끌려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어떤 재롱을 부려도 웃어주지 않을 때가 힘들다"고 언급했다. 반면에 뿌듯한 일로는 "손님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효자동사진관의 사진으로 바뀌어 있을 때"를 말했다.

     

    효자동사진관 내부와 손님들의 사진. (사진=박진원 작가)
    효자동사진관 내부와 손님들의 사진. (사진=박진원 작가)

    그는 즐거움을 느끼고자 시작한 사진관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는 일이 아직 익숙치 않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앞으로 사진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정표가 되고 있다. 

    1년만 운영하려던 공간이 벌써 4년째 접어들고 있다. 그가 사진관을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매년 찾아오는 손님들이다. "없어지지 않고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똑같은 포즈로 담아내고 싶다"는 손님들의 말들이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는 "내가 효자동사진관을 통해 성숙해진 것처럼 공간도 성숙해지길 바란다"며 "나의 애정이 담긴 공간이니만큼 사람들에게도 더 소중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앞으로 그저 기록물이 아닌 오래도록 가치 있는 사진으로 만들기 위해, 연인이나 가족에게 소중한 기억을 담아 드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 당부했다.

    [조혜진 기자 jjin1765@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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